[안세영의 도서비평] 지식-상상-지성-사고의 한계가 깨지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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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도서비평] 지식-상상-지성-사고의 한계가 깨지는 즐거움
  • 승인 2015.08.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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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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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세상의 모든 지식」

체온을 훌쩍 뛰어 넘는 폭염(暴炎)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입추(立秋)도 지난 만큼 앞으로는 시원해질 일만 남았는데, 그래도 한동안은 노염(老炎)이 이어지겠지요. 더위를 이기는 방법이야 하나 둘이 아니겠지만, 저는 어릴 적부터 자주 들어왔던 탓에 익숙하기 때문인지 역시나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을 최고로 꼽습니다.

김흥식 著
서해문집 刊

「세상의 모든 지식」은 휴가 때 볼 요량으로 지난달에 미리 구매해 놓았던 책입니다. 언젠가 웹서핑을 하던 중 우연찮게 발견했는데, 여행지를 오가며 읽기에 ‘딱!’일 것 같았거든요. 푹푹 찌는 한여름 무더위마저 잊어버릴 만큼 몰입도가 높기 위해서는 서늘한 추리소설이 제격이지만, 가족들 모두와 함께 움직여야 할뿐더러 가이드 역할까지 떠맡아야 하는 가장의 입장(ㅠ.ㅜ)에서는 아무래도 쉽지 않잖아요? 그저 틈 날 때마다 잠깐씩 보더라도 이야기가 종결되면서 내용까지 쏙쏙 들어오는 책을 택할 수밖에….

지은이는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서해문집’의 대표이자 그 자신 열혈 독서광인 김흥식 님입니다.

저자는 자기만의 독서편력을 바탕으로 세상의 귀하고 알찬 지식·정보를 그러모아 책을 만들어냈다는데, 읽다보면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식·상상·지성·사고의 한계가 탁(!) 깨지는 극한의 즐거움을 느꼈다”는 글쓴이의 표현이 절대 과장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 실례로 저자는 렘브란트의 「야경(夜警)」이란 작품이 사실은 대낮을 그린 것임을 확인하면서 왜 터무니없는 제목이 붙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 베토벤이 자신의 일생을 걸고 작곡한 ‘교향곡 9번’에 왜 전례 없이 사람의 목소리를 넣었는지 깨달았을 때 등을 꼽더군요.

하지만 우리 같은 한의사들에게는 ‘쿠바의 의료체계’에 대한 내용이 제일 심금을 울리리라 여겨집니다. 벌써 20년도 전인 1993년에 WHO로부터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근절된 최초의 나라로 선정됐다는 쿠바에서는 모든 질병 치료가 전액 무료로 이루어진다고 하거든요.

또 미국의 장난으로 의약품 조달이 어려워지자 침·지압·약초 등의 전통의학을 도입해서 이제는 의대의 해부학 시간에 경락 수업을 진행할 정도라고 합니다(급격한 관심에 「의료천국, 쿠바를 가다」라는 책을 주문했습니다^^).

책은 가나다순의 소제목을 단 135꼭지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물지(博物誌) 혹은 잡학사전(雜學辭典)과도 같은 책이라서 내용이 하나로 요약되지는 않지만, 지은이가 수 십 년 책을 읽다가 궁금했거나 좋았던 부분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발췌해 엮은 것인 만큼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특히 이번에 나온 개정판에는 꼭 한 번 감상했으면 하는 미술 작품에 대한 내용을 대폭 추가했다던데, 덕택에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다음 주 일요일에도 또 하나의 놀러갈 건수를 만들었습니다.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프리다 칼로(Frida Kahlo) 전시회에 들를 계획을 세웠거든요. 물론 이 책 124꼭지의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영원한 연인」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갈 작정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잖아요? <값 1만1900원>  

안세영 / 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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