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19) 한의사의 사회참여 - 지역한의사모임이라는 작은 사회 (2)
상태바
[남지영의 제주한 이야기](19) 한의사의 사회참여 - 지역한의사모임이라는 작은 사회 (2)
  • 승인 2024.04.26 0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지영

남지영

mjmedi@mjmedi.com


당해 회계연도 시작인 4월이 되면 한의사협회비 납부 안내 문자가 온다. 언젠가부터 1-2달 안에 완납을 하면 중앙회비를 5-10% 감면해 주는 혜택이 생겼다. 좋은 혜택이 생기면 기뻐해야 하는데 해마다 “회비를 왜 내야 되는지 모르겠다”, “회비 내 봤자” 등의 말들이나 “그래도 회비는 내야지”라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나는 후자 쪽의 입장이다.

물론 나 역시 협회비를 흔쾌하게 낸 기억은 참 드물지만 밀린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마치 세금이나 4대보험료를 정말 내기 싫지만 안 낼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는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 집행부 정책방향성에 동의하지 않아서 협회비를 내지 않는다고 회비가 면제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목돈인데 쌓이면 더 큰 돈이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납부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도 좋다.

그렇다. 한의사가 된 이상 의료법에 규정된 바에 의하여 대한한의사협회회원일 수밖에 없고,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백 수 십만 원에 이르는 회비가 매 년 부과된다. 법률적 의무로 보수교육 수강도 있는데 협회비를 내지 않으면 강의비가 상당하므로 그것 때문에라도 납부를 하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다.

오늘 글을 쓴 이유는 회비독려는 아니다. 회무에 참여해 보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중이다. 회비납부문자를 보면서 “참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칼럼의 주제로 선택하게 되었다.

생각해보자. 내가 한의사 면허를 버릴 것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한의사협회 회원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협회가 추진하는 일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관여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 영향을 받기만 해야 한다면 화가 나지 않겠는가?

자신이 지지하는 방향대로 협회가 일할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보자. 실제로 일이 그렇게 진행되는 것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혹여 일이 그렇게 진행이 되지 않는다 해도 실망을 할지언정 무력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내가 노력을 해 보았기 때문이다.

개원의라면 일단 분회 모임을 나가보자. 어떤 분회든 개원의는 물론 봉직의나 공보의도 환영이다. 개원의는 100% 환영, 봉직의 공보의는 더더욱 환영일 확률이 200%다. 중앙회든 지부든 분회든 항상 사람이 고프다. 잘 하는 분야가 있다면 맡아서 해 주면 더욱 좋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활력이라는 도움이 된다.

들판에 갖가지 풀과 다양한 꽃이 피어있듯이 모임에도 여러 스타일의 사람들이 있다. 각기 다른 향기와 색을 표현해준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 날 행사 진행을 해 줘도 좋고, 조용히 그림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그 날의 느낌을 기억할 수 있는 그림 한 장을 남겨줘도 좋다. 어떤 모임이든 사람이 있어야 생기가 있다. 사람이 많이 참여하는 조직은 살아 있는 모임이다. 우리의 집단을 살아있게 하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정책의 향방을 정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면 찬반의사표시만이라도 해 보자. 10명이 투표한 의견, 100명이 투표한 의견, 1000명이 투표한 의견. 힘과 영향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찬반표시를 넘어선 의견이 있다면 익명으로라도 표현을 해 보자. 내 의견대로 결정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정책 추진자들이 “이런 의견도 있구나”하는 시각을 갖게 된다. 사람은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는 생각도 있기 마련이기에 중요한 생각들은 알리는 게 공익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공익은 사익으로 돌아온다. 내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가 의견을 표시했다는 뿌듯함과 내가 무언가 해 보았다는 만족감은 분명히 남게 된다.

“참여”라는 것은 나를 위해서다.

 

남지영 / 경희미르애한의원 대표원장,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