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도서비평] 우리는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
상태바
[안세영의 도서비평] 우리는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
  • 승인 2016.01.07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도서 비평 | 「나는 어머니와 산다」
 
지난 연말 아끼는 제자 내외들과 함께 저녁 자리를 가졌습니다.
박사과정을 끝마친 S원장이 다시금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어 환송 겸 송년 모임을 마련했던 것인데, 뜻하지 않게 책 3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신정 연휴에 달리 계획했던 바도 없어서 가뿐히 읽었고,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꽤 컸던 지라 이렇게 소개드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한기호 著
어른의 시간 刊

이런저런 말로 덧칠하지 않고 솔직담백하게 일상을 풀어놓음으로써 제 가슴을 뜨겁게 달군 책은 저명한 출판평론가 한기호 님의 「나는 어머니와 산다」입니다.

치매 초기라고 진단받은 홀어머니를 2009년 3월 28일부터 2014년 10월 27일까지 홀로 모시면서 일기마냥 써내려간 6년여의 간병 기록이지요. 하지만 졸수(卒壽), 다시 말해 구순(九旬) - ‘졸(卒)’을 초서(草書)로 쓰면 ‘아홉 구(九)’와 ‘열 십(十)’을 세로로 합한 모양이 되기 때문 - 에 임박한 노인의 병 수발에 관한 내용만 실려 있지는 않습니다.

여기에는 저자가 30년 넘게 출판계에 몸담아 오며 처음으로 밝힌 가정사도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고, 곧 이순(耳順)에 이르는 58년 개띠 홀아비가 밥 짓고 청소하느라 지친 속내도 고스란히 포함되어 있으며, 지은이가 서평을 쓰기 위해 치열하게 읽어낸 책 이야기도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이 묵직한 감동을 안겨주는 까닭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유명인일지라도 그 또한 아들이고, 형이며, 아버지라는 사실이 소소한 일상의 모습들을 통해 곧이곧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부모님께서 애지중지 키워주셨던 자식임과 동시에 아들딸 금지옥엽 사랑하는 부모라는 아주 당연한 사실!

책은 모두 5부로 나뉩니다. ‘간병일기’라는 소제목에 숫자 1·2·3·4·5를 붙인 뒤 시간 순서에 따라 다섯 장으로 나누어 놓은 것인데, 각 장의 말미에는 부록처럼 또 다른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어머니 간병에 큰 도움을 준 도우미 아주머니, 학창시절 학교에 딱 한 번 오신 어머니, 알코올 중독이 의심되는 동생,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들 이야기 및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책들에 대한 간단한 내용 요약 등인데, 이 글들 역시 아련한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는 언제나 자식이자 부모이고, 형이자 동생이며, 선배이자 후배라서 늘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라는 점을 조목조목 낱낱이 일러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저자처럼 밑줄을 그으며 읽은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머니는 늘 자식과 손주 걱정이다.”, “강한 거센 빗줄기 사이로 어떤 뼈아픈 후회가 달려오누나/ 그때 내가 그 앞에서 조금 더 겸허했더라면. (생(生)) - 조태일”,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술타령)”, “노인병원의 서열은 자식의 재산이나 권력 순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식이 많이 찾아오는 이가 가장 큰소리치며 산다.”, “상처는 가족이나 친지 등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주는 법이다. 그러나 그것을 조금만 뒤집으면 상처만 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힘도 준다.”, “성공한 경영자는 대부분 ‘입 보살(菩薩)’이다.” 등등.

새해엔 부모님을 더 자주 찾아뵙겠노라는 굳은 결심을 올해에는 꼭 실천하렵니다. <값 1만3000원> 

안세영 / 경희대 한의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