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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도서비평] 음식에 숨겨진 이야기를 한의학으로 바라보다
도서 비평 |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
2015년 05월 21일 () 11:26:58 안세영 mjmedi@mjmedi.com

살랑살랑 콧잔등을 희롱하는 싱그러운 바람! 등허리까지 포근하게 감싸주는 따사로운 햇살! 계절의 여왕이라 일컫는 5월은 확실히 대자연을 만끽하기에 최적의 시기입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누부시게 푸르른 초록빛에 더해 향기로운 꽃잎까지 만발하지 않습니까?

   

최철한 著
라의눈 刊

이럴 땐 상춘객(賞春客)의 인파에 치일 걸 빤히 알면서도 봄내음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채 야외로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지요.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느라 너무 지친다고요? 안심하세요. 생동하는 봄의 정기를 잔뜩 머금은 새싹 비빔밥 한 그릇만 먹으면 금방 회복될 테니까요.

싹[芽]과 순(筍) 위주의 봄나물을 먹으면 기운이 솟구치는 현상을 서양과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할까요? 저는 아직까지 적절한 풀이를 보지 못했는데, 제 과문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식품학·영양학 등에서는 또 무슨 성분 운운하며 무어라 복잡한 이론을 늘어놓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한의사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 단편적인 해석일 뿐입니다. 흔히 약효로 이해하는 식물의 정체성은 형태[形]·색깔[色]·기운[氣]·맛[味]을 위시해서 산지(産地)의 풍토·채취 시기(時) 등까지 몽땅 따져가며 헤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관념적일지라도 역시 음양오행이라는 한의학적 인식 도구에 입각해서 목기(木氣)를 대입해야 그럴 듯하게 이해되지 않겠습니까?

최철한 원장의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은 이런 점에서 무척 값지게 다가왔습니다. 음식과 약물 - 기실,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입장을 견지하는 우리들로서는 따로국밥마냥 이런 구분 또한 어불성설이지요 - 의 효능은 반드시 한의학 이론에 바탕한 깊은 통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역설한 책이었거든요.

저자가 전국의 산야를 누비며 거듭 관찰한 생태에 따라 약성(藥性)을 밝혀놓은, 따라서 매스컴에서 흔히 접하는 천박한 건강정보처럼 ‘무엇이 어디에 좋다’보다는 그 소이연(所以然)을 낱낱이 파헤친 역작이거든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은이가 2009년 말에 내놓았던 「본초기(本草記)」와 내용 상 큰 차이가 없어 한의학도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는 것인데, 뭐 이 정도는 동도(同道)를 걷는 사람으로서 너그러이 양해해야겠지요.

책은 모두 9장으로 나뉩니다. 1장 ‘우리가 먹고 있는 것들의 비밀’부터 시작해서 9장 ‘모든 답은 자연 속에 있다’로 끝나는데, 곳곳에 한의사로서 환자에게 설명해주고픈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가령, 발효식품은 이미 삭혀진 것으로 그 작용이 우리 몸속에서 재현되는 것이고, 방향화습(芳香化濕) 약물은 향기가 몸속에서 바람의 역할을 해서 습기(濕氣)를 흩어주는 것이며, 막걸리 마시고 다음 날 머리 아프고 전신이 무거운 건 곡기(穀氣)의 과다섭취에 따른 일종의 식체(食滯)이고, 정월 대보름날 먹는 부럼은 견과류(堅果類)의 단단한 껍질로 땀구멍을 막아 겨울철 추위를 이길 목적이라는 등.

물론 그 중 백미는 모든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곧 약효(藥效)라는 설명이겠지요.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꼭 한 번씩 읽어볼뿐더러 환자분들께도 일독을 권해야겠죠? (값 1만 5000원) 

안세영 / 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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