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도서비평] 책에 관한 모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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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도서비평] 책에 관한 모든 이야기
  • 승인 2015.11.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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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도서 비평 | 「독서인간」

가을이 점점 깊어갑니다. 수북하게 쌓이던 낙엽의 두께도 하루가 다르게 얇아져 가고, 이제는 황량한 겨울 냄새마저 슬슬 풍기는 나날입니다.

앞으로 서너 달의 긴긴 밤을 어찌 보낼까 하는 걱정에 미리 책을 여남은 권 주문해 뒀는데, 역시 「독서인간」에 손이 제일 먼저 가더군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아주 진부한 말을 지우지 못한데다가, 소설(小雪)이 지났음에도 초겨울보다는 만추(晩秋)로 간주하고픈 욕심 탓(어느덧 가는 세월 붙잡고 싶은 연식이 되었단 뜻이지요. ㅠ.ㅠ)이라 여겨집니다.

차이자위안 著
김영문 譯
알마 刊
이번에 소개하는 「독서인간」은 한마디로 책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담아놓은, 아주 흥미로운 책입니다. ‘책과 독서에 관한 25가지 이야기’라는 평범한 부제만 보고서는 그저 책의 형태·책의 냄새·장서(藏書)·도서관·서치(書癡)·서점·서재 등의 내용이 실려 있겠거니 짐작하기 십상이지요. 저도 그랬답니다.

그런데 막상 펼쳐보니, 띠지·책갈피·장서인(藏書印)·장서표(藏書票; 상징적 형상을 본뜬 그림에 그 책 소유자의 이름이나 문장(紋章) 등을 찍어 넣은 종이쪽지로 보통 표지 안쪽에 붙임)·모변본(毛邊本; 책을 장정한 후 가장자리를 잘라 정리하지 않고 독자들이 그 책을 읽을 때 스스로 자르게끔 만든 책)·책 도둑·책 빌리기 등과 같이 전혀 예상 밖의 내용까지 몽땅 들어 있는 게 아닙니까? 이뿐만이 아닙니다. 4부 ‘책을 둘러싼 풍경’에서는 책과 영화·책과 여인·책과 커피 등의 소제목까지 등장할 지경이니, 만약 제가 책임 편집자였다면 분명 ‘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더군요.

지은이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태어난 1974년생 차이자위안(蔡家園)입니다. 이제 갓 불혹(不惑)을 넘긴 저자가 어떻게 이토록 방대한 저작을 펴냈을까 경탄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튼 그는 자신이 읽은 책을 바탕으로 물질적·정신적·문화적 존재로서의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남김없이 가득 풀어놓았습니다.

「독서인간」은 모두 4부로 구성됩니다. 1부 ‘책의 향기’에서는 책의 물성(物性)이 지닌 매력을 철저히 드러냅니다.

독서의 즐거움은 책 내용에 더해, 표지·면지·책날개·판형·삽화·지질(紙質) 등과 같이 책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하나로 어우러졌을 때 더욱 배가된다는 뜻이겠지요. 2부 ‘책의 거처’에서는 책이 보관·향유·유통·보존되는 공간 - 사적이고 은밀한 서가와 서재 및 공적이고 개방된 서점과 도서관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는 읽자마자 영국의 헤이온와이(Hay-on-Wye)와 도쿄의 간다(神田)에 가고픈 충동이 매우 심하게 일더군요. 3부 ‘책과의 인연’에서는 서치(책에 미친 바보)·서적상·독서인·장서가·책 도둑 등의 주인공들이 이뤄낸 책과의 찐한 러브스토리가 펼쳐지고, 4부에서는 책의 세계가 영화·여인·커피·치료·광고 등과 같은 상당히 다른 세계와 만나 빚어내는 문화적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청나라 때의 장조(張潮)가 약성(藥性) 탐구법으로 책의 치료 효능을 분석해서 「서본초(書本草)」를 지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모두들 아! 탄성을 발할 겁니다.

보르헤스(Borges)는 “천국은 틀림없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했다던데, 정말 그럴까요? (값 1만 9800원)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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