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도서비평] 한자의 어원에 대한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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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도서비평] 한자의 어원에 대한 풀이
  • 승인 2015.10.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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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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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말, 글 그리고 세상」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부터의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倂記)안이 결국 유보로 결정되었습니다. 한글전용과 한자병기에 대한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일단 결정 시한을 내년 말로 미루고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살펴보겠다는 의도입니다.

황안웅 著
아침이슬 刊

저야 뭐 한자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만, 영어처럼 한자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르쳐야 되는지 그 시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어는 어릴 적부터 익히는 게 좋지만, 자칫하면 고사리 손에 보습학원 갈 보따리만 키워 안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중·고등학교시절 배우더라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시다시피 우리말은 역사적으로 한자문화권 안에서 발전해 온 탓에 어휘의 절반, 많게는 70% 이상이 한자어입니다. 한자가 우리말의 모태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한자 학습은 우리나라 사람 누구에게나 필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 같은 한의사들에게는 ‘전공 문맹(專攻 文盲)’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겨집니다.

언어는 서로 간의 의사소통 도구임을 넘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세계관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생각의 보고(寶庫)이지 않습니까? 옛 선현들의 머릿속을 선연히 들여다 볼 열쇠 중의 하나가 한자인 셈이지요.

황안웅 님의 「말, 글 그리고 세상」은 한자의 어원에 대한 궁금증 해소 목적으로 삼복 무렵에 구입한 책입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진태하 교수님(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 인제대 석좌교수)의 문자학 강의를 시청하던 중, ‘사내 남(男)’이 밭과 쟁기의 모양을 본 뜬 상형(象形)문자라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거든요.(저는 이전까지 밭[田]에서 힘[力]쓰는 자로 단순무식하게 파자(破字)풀이했었답니다 ㅠ.ㅠ). 이토록 무지했으니, 「한자의 어원으로 보는 우리말 우리글」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어찌 지나치겠습니까?

저자는 동양학 전반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는데, 이 책은 영남일보에 2007년부터 지금까지 ‘말과 글’이라는 꼭지에 매주 연재했던 160여 회분의 원고를 모은 것입니다.

1권에는 ‘한 일(一)’부터 ‘밥 식(食)’까지 총 140자에 관한 해설이 실려 있는데, 글의 형식은 거의 일정합니다.

세계 최초의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수록된 부수 540자의 어원을 낱낱이 밝히면서 각 글자의 모양[形]·소리[音]·뜻[義]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해당 한자의 구성 원리·역사적 배경·철학적 의미까지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읽노라면 각 부수에서 파생된 한자까지 익힐 수 있어 어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여러 동양 고전의 원문·고사·사자성어 등을 예로 들어 놓았기에 세상살이의 이치(?!)까지도 살짝 깨달을 수 있답니다.

가령 피(皮)와 혁(革), 양(養)과 목(牧), 관(觀)과 견(見), 기(饑)와 근(饉)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게 되고, “삶은 뜬 구름의 일어남이요 죽음은 뜬 구름의 흩어짐이다(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도 곱씹게 되는 게지요.

“물을 마셔도 그 샘을 알고 마셔라(飮水思源)”는 말이 있습니다. 서양의학도 알아야 하고, 영어로 된 논문도 써야 하지만, 한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면 원전(原典)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값 1만5000원>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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