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허리가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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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허리가 무너지다
  • 승인 2024.04.13 0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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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 질문과 대답 ③

고교 시절 절친이 산본에 산다. 부인과 두 아들까지 종종 치료를 받으러 온다. 작은아들은 의대에 다닌다.1) 부인이 중학교에서 일어를 가르치는데2) 지난 겨울방학 동안에는 자주 왔다. 이분의 주소(主訴)는 허리불편이다. 어느날, “예전에 허리가 무너져 오래 고생한 적이 있어서 조금만 이상이 생기면 무서워서 그때그때 조치를 해야 해요.” 이러는 것이다. ‘허리가 무너진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래는 지난달에 내게 생긴 일이다.

 

317()

왼쪽 옆구리가 결리면서 아프고, 오른쪽 허리 대장수(大腸兪) 근방으로도 결리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밤에 잠을 잘 때 왼쪽으로 누우면 옆구리 통증이 심했다.

318()

아침에 세수하는 자세에서 허리에 힘이 잘 가지 않아 불편했다. 옆구리 통증은 그대로다. 살갗을 만져도 아프다.

Cho. oo'.×3 rt. + oo'. lt.3)

319()

밤에 잘 때 옆구리가 아프지 않았고, 오른쪽 허리가 결리고 힘이 없는 증상만 남았다. 18일과 동일하게 치료. 20()21()에도 증상에 큰 변화는 없다. 이틀 모두 동일한 처방으로 시술.4)

 

322()

아침에 출근하려고 운전석 문을 열고 시트에 앉아야 하는데, 이 동작이 자연스럽게 안 된다. 엉덩이를 시트에 먼저 걸친 후에 왼쪽 다리를 끌 듯이 들어 올려야만 했다. 운전하는 50여 분 동안 허리가 계속 불편했다. 운전을 마치고 내릴 때도 운전석 문 위쪽을 잡고 일어서야만 했다. 지하주차장으로부터 경사로를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다. 서서 걸을 수는 있는데 허리에 힘이 없고 아래로 당겨지는 기분이다. 다리에는 통증이나 무력감이 전혀 없다.

Cho. oo'.×3 rt. + oo'. lt. (08:30)5)

오전을 지나면서 앉았다가 서고 다시 앉는 동작이 점점 더 불편해졌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침을 시술한 후에 환자분을 일으켜드리는 것을 할 수가 없다. 점심시간에 엉덩이의자에 걸치고 밥을 먹는데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어서 식탁 위에 왼팔꿈치로 지탱해야 했다. ‘, 내 허리가 무너지고 있구나.’ 저절로 알아졌다. 직원들이 오후에 근무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을 해서 식사를 마친 후에, 다시 침을 맞아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Cho. oo'.×3 rt. + qc,×2 lt. (13:05)

부방(附方)으로 부염방을 쓴 것은 며칠간 배변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혹 대장의 문제가 상태를 더 악화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질침에서 활력방(V) 계통의 처방은 치료반응이 빨리 나타나는 편이다. 그래서 침을 맞고 나서 결정하겠다고 했던 것인데 30분이 지난 후에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조합의 전무이사에게 보고하고 조퇴하기로 결정했다. 전무이사가 무슨 이유로 그러시냐?’고 물었는데,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 무엇의 문제인지 짐작이 안 된다.’고 답했다. 조퇴하면서 토요일에도 쉬기로 했다.

도중에 넘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주차장까지 가면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걸었다. 차에 타서 시트 등받이를 허리 쪽으로 당기고 엉덩이 쪽으로도 올라오도록 조정했다. 차가 회전해야 할 때는 몸이 쏠리면서 충격이 고스란히 척추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평소에 퇴근하는 과천경마장 쪽 길에는 과속방지턱이 많아서 다른 경로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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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을 자기는 했는데, 누워서 자는 행위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2018년에 오십견을 앓을 때 이후로 처음이다. 돌아누우려고 할 때 척추가 비틀리는 자세에서 순간적으로 척추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분명 이것도 통증일 텐데 아픔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양상이 다르다. 새벽에 깨어나 침대 머리맡에 억지로 기대고 앉아서 침을 맞았다.

oo'ooo lt. + oo'. rt. (03:58)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더 맞았다. (09:00)

상태는 이렇다. 누운 자세에서 왼쪽 다리가 들려지지 않는다. 무릎을 세우고 골반과 허리를 위로 올리기도 안 된다. 누운 자세에서 상체를 일으키는 것, 앉은 자세에서 일어나 세우기, 똑바로 서서 상체를 앞으로 굽히기가 안 된다. 일단 서면 걷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 그러다 약간 흔들리면 척추에 신호가 온다.

침 처방을 바꾸어 보았다. oo'ooo lt. + oo'ooo rt. (15:30)6)

 

324()

아침에 일어나 나가니 아내가 좀 어떠냐고 묻는다. 그런데 좀 나아졌다고 대답할 수가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토요일 오후에 침 처방을 바꾸기 전보다 상태가 후퇴한 것 같다. 밤에 자면서도 자세가 여전히 불편했다. 이건 V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문제라는 판단이 생겼다. 그래서 토요일 오전에 맞았던 처방에서 주방(主方)만으로 3배방으로 시술했다.

oo'ooo×3 lt. (07:45) 4단에 오는 방광방(膀胱方, )에서 곤륜을 혼자서 시술하는 것이 아주 불편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전 10시에는 커뮤니티에 있는 사우나에 목욕도 다녀왔다. 점심을 먹고 침을 동일한 방식으로 한 번 더 맞았다. (13:15)

침대에 누워서 계속 이런저런 자세로 움직여 보면서 상황을 점검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허리가 풀렸다. (15:15) 힘이 생긴 것이다. 왼쪽 다리가 쭉 올라오고 골반과 허리 올리기도 된다. 일어날 때도 한결 수월하다. 아내에게 허리가 풀렸다고 자랑을 했더니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는 금요일에 조퇴한 나를 저녁에 만났을 때7)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자기 몸에 대해서 잘 안다면서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왜 조치를 안 해!” 한번도 겪지 않았던 것을 알 도리는 없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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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세수할 때 완전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숙이는 자세가 가능했다. 복대9)를 하고 출근했다. 동일한 처방으로 시술했다. (08:45) 의자에 계속 앉아 있으니까 조금씩 불편해진다. 같은 처방으로 다시 맞았다. (13: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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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에는 자면서 허리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집에서 복대를 하고 나왔다. 운전을 하는 동안 척추 쪽에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졌다. 치료의 마무리 삼아서, 그리고 김홍승 원장의 조언에 따라 처방을 단자(單刺)1만 하였다. oo'ooo lt. (08:55)

 

자침

목음체질을 치료하는 DBPD'K'를 단독으로 시술한 회수는, 324일 오전 745분부터 326일 오전 855분까지 모두 6회이다. 다섯 번은 연타식으로 3배방을 맞았고, 마지막에는 단자로 1회만 반복하였다.

침을 하루에도 몇 번씩 그것도 3배방으로 맞은 것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쉬는 동안 상태를 회복해서 월요일에 반드시 출근해야 한다는 의지와 조급(躁急)이 있었기 때문이다.

 

분석

당연하게도 장요근(Iliopsoas muscle)11)과 척추기립근(Erector spinae muscle)12)의 무력을 상정할 수 있겠지만 근육의 무력은 원인이 아닌 결과이다. 체질침 처방의 효력을 통해서 역추적해 본다면, 척추의 인대나 방광경(膀胱經)의 경로에 위치한 모종(某種)의 건의 염증으로 인해서, 위의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의 전도에 영향을 주었다고 짐작한다.

올해부터 민족의학신문에 쓰는 글의 주제를 새롭게 정해서, 주말에 글감을 찾는다고 집중적으로 책을 보면서 휴일에도 오래 앉아 있었던 것이 허리에 부하를 누적시켰을 것이다.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와 증상은 일종의 경고이고 질병은 미션이다. 극복해야만 한다. 만약 질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진다면 평온한 삶으로부터 낙오하거나 생명을 지속시킬 수가 없다. 내 몸은 마치 체질침 처방의 테스트베드(Test Bed) 같은 상태이다. 오래전에 체질을 확정했고 20년이 훨씬 넘게 체질식을 하고 있으며 복용하는 약물도 없다. 최적의 조건인 것이다. 그러니 내가 미션을 완수할 때마다 새로운 처방이 하나씩 쌓이게 된다.

의사의 치료와 환자 몸의 반응은 마치 문답과 같다. 먼저 환자의 질병과 증상이 질문이다. 그리고 8체질의사는 환자의 체질을 감별해서 그의 몸으로 들어가는 문을 연 다음 치료를 한다. 8체질의학에서는 우선 체질침 시술이다. 이때 체질침 처방이 의사의 답변이면서 또 다른 질문이 된다. 그렇게 의사와 환자()의 대화가 이어지면서 치료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스스로 내 병에 대처하는 것이니 자문자답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그가 고교 시절에 문과에서 이과로 바꾸면서, 1년간 휴학을 하고 의대에 가겠다고 했을 때 부모보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지지를 했다. 그래서 나를 좀 믿어주는 편이다. 

2)  원래 전공은 독어인데, 고교에서 독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서 중학교로 옮겨서 일어를 가르치고 있다. 

3) 해당하는 수리에 따라 한 장부혈에 연속하여 자침하는 방식으로 한 것이다. 소위 연타식(連打式)이다. 

4) 같은 처방을 계속 고집한 것은, 협통(脇痛)이 없어졌고 예전에도 비슷한 증상에 이 처방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이하게 대처했다. 이것이 첫 번째 실착(失錯)이다. 두 가지 증상이 같은 원인(바이러스)이었다면 반응이 함께 있었어야만 한다. 

5) 무력(無力)에 대응하는 의미로 부방(附方)으로 활력응용방을 썼다. 

6) 계속 활력방에 미련이 남았다. 두 번째 실착이다.

7) 손녀를 봐주러 다니고 있다. 

8) 태음인은 경험하지 않은 것을 미리 알지 못한다. 

9) 목음체질은 섭생표에 ‘복대를 하라.’고 권고된 체질이다. 이번에 내 경우와 같은 상태에서는 복대의 윗면이 골반의 장골릉에 걸쳐지게 하고 배꼽과 불두덩의 사이에서 배가 들려지는 느낌이 들도록 착용하는 것이 적합한 방법이었다.   

10) 여기까지 쓴 것을 8체질 임상을 동료들에게 보내고 피드백을 요청했다. / 20240325 (15:00)

11)  장요근은 소요근, 장골근, 대요근 세 근육을 합해서 부르는 말이다.

12)  척추기립근은 3개의 긴 종주근으로 구성된다. 가장 외측에 장늑근, 중간에 최장근, 가장 안쪽에 극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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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 2024-04-17 10:24:18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책은 모두 사서 잘 보고 있습니다. 질병별로 나와있는 침법책도 나왔으면 유용할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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