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도서비평] 마법 같은 유혹과 위로, 25가지 술과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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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도서비평] 마법 같은 유혹과 위로, 25가지 술과 영화 이야기
  • 승인 2015.01.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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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도서비평 | 술꾼의 품격

술잔을 마주하는 횟수가 잦아지는 연말연시입니다. 묵은해를 보내며 아쉽다고 한 잔, 새해를 맞이하며 설렌다고 또 한 잔! 부어라 마셔라 잔을 비우노라면 정신 줄 놓기 십상이어서 늘 ‘과유불급’을 다짐하건만, ‘주(酒)님’의 은총은 언제나 흘러넘치기 마련이지요. 저 역시 지난 회식 자리에서 퍼부은 ‘소맥’(몇 해 전에는 대세가 ‘오십세주’였는데, 요즘은 ‘카스처럼’이나 ‘하이슬’이잖아요?^^) 탓에 속이 영 편치 않은데, 앞으로도 계속 하루걸러 모임이 잡혀있으니…. 시절인연을 핑계 삼아 이번에는 술에 관한 책을 골라봤습니다.
임범 著
씨네21 刊

「술꾼의 품격」은 20여년 가까이 신문사 사회·문화부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지금은 대중문화평론가로 활약 중인 임범 님의 작품입니다. 제목만으로는 애주가가 지녀야 할 성품이나 자질을 다룬 좀 무거운 책이라 여기기 쉬운데, 사실은 ‘마법 같은 유혹과 위로, 25가지 술과 영화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지구촌의 갖가지 술과 그 술이 등장하는 영화에 관한 가벼운 에세이랍니다. 술자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맛깔스러운 이야기 안주거리를 듬뿍 담은 책이랄까요?

술과 영화를 한데 버무린 글은 모두 6장으로 나뉩니다. 해서 책은 1장 스피릿(spirit: 혹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독주(毒酒)를 뜻하는 ‘스피릿’은 알코올 도수 35도 이상에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증류주를 말합니다), 2장 위스키, 3장 폭탄주, 4장 맥주, 5장 기타재제주, 6장 칵테일 등으로 구분되는데, 해당 장에는 이들 술이 인상 깊게 등장하는 영화를 매개삼아 다시 각각의 술 상표 별로 온갖 술의 원료·제조과정·유래 등의 이야기가 빼곡합니다. 예를 들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는 영화의 한 장면을 읊어대면서 ‘보드카’에 관한 잡다한 정보 - 이를테면 독주의 일종인 ‘보드카’는 원하는 도수에 맞춰 증류시키는 위스키·럼 등과 달리 알코올 농도를 95% 이상이 될 때까지 여러 번 증류시킨 뒤 물에 희석시켜 원하는 도수로 만들기 때문에 특유의 향이나 불순물이 거의 없다 - 를 제공하는 식이지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저는 그동안 술을 꽤 즐겨 마셨고, 조지훈 시인이 설파하신 ‘주도유단(酒道有段)’ - 술을 마신 연륜, 같이 마신 친구, 술을 마신 기회와 동기, 술버릇 등을 종합하면 무릇 18단계로 나뉘는 ‘주도’의 높이를 가늠할 수 있다 - 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이런 건 통 몰랐었거든요. 고작해야 술은 크게 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뉘고, “葡萄酒者 brandy之母, whisky者 麥酒之子(포도주를 증류한 게 브랜디고, 맥주를 증류한 게 위스키다)”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술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아마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역사 이전부터 마셔왔던 발효주이건, 11세기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간 증류주이건, 술은 언제나 인류와 함께 해왔기 때문입니다. 예술가에게는 창작 혼을 불태우는 땔감이 되기도 하고, 겁자(怯者)에게는 잠시나마 표한(慓悍)한 기운이 간부담횡(肝浮膽橫)시켜 용자(勇者)인 양 행세하게 해주는 술!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든다고 해서 주격(酒格)이 높아지지 않으니, 주정(酒酊)도 교양임을 명심하면서 적당히 즐기도록 합시다! (값 1만2000원)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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