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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시평] 회색지대? 완충지대, 발전지대!
시평
2015년 10월 22일 () 09:35:24 김윤경 mjmedi@mjmedi.com

2015년 10월 5일, 노벨 생리의학상이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으며, 가장 효과적인 말라리아 치료제 알테미시닌(Artemisinin)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은 중국의 투유유 선생에게 돌아갔다.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매년 노벨상 발표가 날 때마다 우린 왜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지 고민하는 우리나라는 이웃 중국이 중국 본토 과학자의 연구로 노벨상을 받자 충격을 받은 듯하다. 그리고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전통의학에서 시작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더욱 충격을 받은 듯하다. 물론 이 노벨상의 의의는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앓고 있는 기생충감염과 소외열대질환(neglected tropical disease)의 중요성을 전세계적으로 인식시키고, 알테미시닌이 지금까지 줄잡아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 데에 있지 중의학이 노벨상을 받은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데 왜 한의계에서는 청호(靑蒿)에서 성분을 분리하여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한 연구를 마치 자신이 노벨상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는가? 알테미시닌 연구가 한의약 연구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배경설명을 해야할 것 같다.
투유유 선생은 1955년 북경의대 약대를 졸업하고 중의과학원에서 연구를 하게 되면서 1959년부터 1962년까지 서양의학을 배운 이를 위해 만들어진 2년 반의 전일제 중의학 교육과정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중의학의 보고에 눈뜨게 되고 인간과 우주를 전체적으로 보는 철학적 사고를 익혔다고 말하고 있다.
1960년대 베트남은 심각한 말라리아 유행 지역으로 베트남전쟁의 병사들은 전투보다도 말라리아로 인해 더 많이 희생되고 있었다. 1964년 중국을 방문한 베트남 팜반동(范文同) 총리는 마오쩌둥에게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을 요청한다. 이어서 마오쩌둥의 특별지시로 중국전역에서 523프로젝트로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이 시작된다. 처음에 서양약으로 개발을 시도하였지만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친 연구자들은 중의약 고서를 뒤져 학질을 치료한다고 기록된 처방 752수를 수집하여, 이들 처방의 약재들을 연구한다. 투유유 선생은 단방처방을 연구하여 청호(개똥쑥 Artemisia annua)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주후비급방(肘后备急方·治寒热诸疟方 )》에 기록된 “靑蒿一握, 以水二升漬, 絞取汁, 盡服之”내용을 참고하여 저온추출법으로 1972년 알테미시닌을 추출하는데 성공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중의약을 공부한 연구자가 중의약에서 사용하던 한약재를 중의약에서 사용하는 방법으로 추출하여 개발한 것으로 한의사들은 이 연구가 한의약이 말라리아와 같은 심각한 질병에도 유효성이 있음을 그리고 의약품으로서 가치있음을 입증해 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알테미시닌은 중국에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투유유 선생 본인도 말하길 이건 중의학이 세계인민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중약에서 추출된 유효성분 및 그 제제도 중약에 속하므로 알테미시닌도 중약이며 중의도 쓸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한국에서 개발되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쑥 종류인 애엽(艾葉·약쑥 Artemisia asiatica)에서 Eupatilin이란 성분을 추출하여 위염 및 위궤양에 강력한 치료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하고 의약품을 개발한 바 있다. 개발과정에서 유파틸린이 독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할 수 없이 유파틸린을 함유한 애엽 알코올 추출물을 스티렌(Stillen® )으로 개발하였다. 애엽이 한의학적으로 溫裏藥으로 사용되어 비위를 따뜻하게 하는데 애엽 성분인 유파틸린이 위염이 발생하는 위벽의 방어작용을 하는 프로스타글란딘을 만들어 위벽점액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혈류량을 증대시켜 손상된 위점막을 보호 방어하는 기능으로 작용하여 온리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한국의 이 애엽 알코올 추출물은 단일성분도 아닌 한약으로 볼 수 있는 전체추출물임에도 현재 천연물신약으로 허가되어 양방건강보험에서 급여되고 있을 뿐 한방건강보험에는 올라있지 않다. 이를 한약이라고 말해도 될까? 알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생한방병원의 처방이나 한의사 고 배원식 선생님의 처방을 근거로 개발된 한약재 수종의 복합추출물 의약품인 신바로나 레일라도 양방보험에 올라있을 뿐 한방보험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아 자생한방병원의 한의사나 배원식한의원의 한의사도 이를 환자에게 처방하고 보험청구를 할 수 없다. 이것이 정상적인 상황일까?

우리집에 대대로 내려오는 처방이 있는데 이것이 외부로 알려지더니 상품으로 개발되어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데 나는 그 상품을 쓰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 다음부터는 우리집의 좋은 약이 절대 외부로 알려지지 못하도록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투유유와 같이 한의약에서 기원한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사상의학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받는다거나, 알레르기 질환에 효과 있는 한약을 연구하여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 투유유의 알테미시닌 연구를 보고도 이것이 한약인지 양약인지 설전이 오가야 하는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참 가슴이 답답해 온다. 얼마나 소모적인가? 우물을 파려면 같이 힘을 합쳐 한 우물을 깊게 파야 하는데 우물을 네 삽으로 팔 건지 내 삽으로 팔 건지, 물이 나오면 네가 먹을 건지 내가 먹을 건지 싸우느라 시간 다 보내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해결책은 있다. 지금처럼 칼로 두부 자르듯이 영역을 나누지 말고 공동활용영역을 만드는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라고 할까. 한약이든 양약이든 의약품을 개발하면 보다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기 위해 의사, 한의사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드는 것이다. 한의약을 이용한 연구가 한의사에게도 혜택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제약회사의 투자와 연구개발을 이끌어내려면 보다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하며 수출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도 의약품은 한약과 양약으로 나뉘어 있지는 않다. 다만 한의와 양의의 면허범위가 나뉘어 있을 뿐이다. 한의와 양의의 구분이 필요 없는 이 회색지대는 반드시 국민건강을 위해 윈윈전략으로 공정하게 설정되어 더 이상의 충돌을 피하고 소모적 논쟁을 없애는 완충지대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잘만 만들어진다면 이 공동활용영역은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발전시키는 개성공단 같은 발전지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공동활용영역이 발전하면 우리나라도 나아가 세계의료 발전에 기여하고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은 이미 60년대 스타일의 한약연구를 뛰어넘어서 이제는 국가적인 지원과 집중으로 systems biology와 network를 이용한 한약연구로 성과를 내고 무섭게 발전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아마 한 30년 후에는 중국이 한약재 복합추출물을 갖고 인류의 unmet need를 채워주는 의약품을 개발해서 노벨상을 다시 한 번 받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공동활용영역의 발전지대가 없다면 그 30년 동안 한국은 계속 한약이냐 양약이냐, 네 거냐 내 거냐를 놓고 싸우고 있을 거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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