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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시평] 융합의 시대에 맞는 융합의 제도가 필요하다
시평
2015년 04월 23일 () 12:01:30 김윤경 mjmedi@mjmedi.com


최근 KAIST 이상엽 교수연구팀이 한약에서 유래한 성분들과 허가받은 단일성분 의약품들을 인체 대사 산물과 비교하여 구조 유사도(structural similarity)를 분석한 논문(논문명 ‘A systems approach to traditional oriental medicine’)을 생명공학 분야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3월호에 게재하였다.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한의계는 이를 다양한 효과를 가진 한약재를 복합적으로 처방해 독성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는 한의학의 처방원리인 ‘군신좌사(君臣佐使)’의 유용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며 환영하였다.

뿐만 아니라 2014년 12월과 2015년 1월에는 Science Advances에서 ‘The Art and Science of Traditional Medicine’이라는 특별판을 ‘파트 1: 오늘의 중의학- 통합을 위한 사례(TCM Today - A Case for Integration)’와 ‘파트 2: 전통의학연구를 위한 다양한 전문분야 협업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es for Studying Traditional Medicine)’으로 나누어 출판하였다. 여기에도 OMICS와 systems biology를 활용한 연구성과들이 흥미진진하다.

우리로서는 그동안 항상 효과는 있는 것 같지만 왜 이런 효과가 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신비’또는 ‘미신’으로 일컬어지던 한의약의 약물배합원리가 밝혀지는 것이 매우 기쁜 일이지만, 그러나 착각하지 말자.

이러한 논문들을 들여다보면 일관되게 언급되는 목적은 한의학의 과학성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Nature Biotechnology 논문은 합성약 개발에서 중요한 전략인 대사산물 유사성(metabolite-likeness)을 적용하여 한약과 양약을 분석한 후 한약의 성분들이 구조유사성이 높았으며 복합성분에서 사용한 배합전략들이 한의학이 현대적인 약물개발연구에 통합되는 것(integration of Traditional Oriental Medicine into modern drug discovery and development)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하고 있다.

Science 특별판에서도 ‘Integrated network-based medicine: The role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in developing a new generation of medicine’이라는 글에서 의학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한의학이 기여할 수 있으며 한의학의 변증이나 약물의 network effect에 착안하여 정보를 수집하면 통합된 Integrated network-based medicine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것은 한의학은 보물창고이니 여기에서 팁을 얻어 활용하면 의약품의 개발이나 의학의 발전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한의학이 과학적이니 한의학을 인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융합연구를 반대하지 않는다. 이제야 현대과학의 발전으로 multi-compound, multi-effect의 한약을 한약답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 매우 반갑다. 그러나 한의약의 현대화, 과학화와 함께 밝혀진 한의학의 원리와 치료근거들이 한의학과는 동떨어진, 의학의 발전으로 생각될까봐 우려가 된다.

이것은 침이 효과 있다는 책과 논문들이 축적되면서 침에 관심을 갖는 의사들이 많아져 침을 배우기 시작하더니 IMS를 들고 나와 이것은 침이 아닌 근육 내 통증유발점을 자극하는 과학적인 원리의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머지않아 saikosaponin(시호성분), baicalin(황금성분), ginsenoside(인삼성분)와 glycyrrhizin(감초성분)을 배합한 multi-compound, multi-effect의 해열진통제가 양약 전문의약품 보험제제로 나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논문들의 의미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의사가 논문을 써도 별다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상황과 논문의 목적을 똑바로 보고 이후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이원화된 의료제도에서는 한의학으로 인해 발전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나올 경우 항상 같은 문제가 대두되게 마련이다.

체질을 연구하여 당뇨병의 타입이 나누어지고 이를 진단하는 의료기기가 개발된다면? 변증을 연구하여 관절염의 풍, 한, 습 타입이 나누어지고 전세계교과서에 실리며 한약기원의 맞춤의약품 천연물신약이 개발된다면? 이것이 한의학인가 의학인가, 이것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한의사인가 의사인가.

우리나라에서 한양방 협진이 이야기된 것은 벌써 30년을 훌쩍 넘는다. 이제는 복수면허자도 2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양방 협진이 효율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한)의사나 (한방)병원은 본 적이 없다.

청구를 누가 하는지 오더를 누가 내리는지 신경쓰지 않고 협력할 수는 없을까. 현재의 한양방 협진 제도는 견우와 직녀처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두 대륙에 멀찍이 떨어져 선 상태의 협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방과 양방의 효율적인 협진을 위한 제도에서는 이익의 공유가 중요하다.

이익에 신경쓰지 않고 오작교처럼 서로를 연결해줄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공동사용영역이 필요하다. 이것은 의료일원화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 흡수통합도 아니다. 각자의 영역을 두고 중간에 완충지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서의나 중의나 같은 의사범주에 속한다. 또한 한약재에서 유래한 단일성분과 그 배합제제들도 중약으로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는 서의나 중의나 큰 차이가 없다. 각자 자기가 배운 바대로, 수련 받은 대로 필요에 의해 진단하고 검사하고 처방한다.

서의도 중약제제를 처방하고 중의도 수술을 한다. 일본은 아예 한의사가 없고 의사가 한약을 쓰기 때문에 한약의 근거 마련이 쉽다. 서구는 전통의학을 주류의학의 영역 안으로 들여와 통합하여 발전시키는데 관심이 있다.

이렇듯 해외에서는 전통의학을 현대적으로 제한 없이, 분란 없이 계속 연구하고 개발하여 융합의학을 꿈꾸는데 우리는 오히려 계속 침이 누구 것인지, 천연물신약이 누구 것인지, 혈액분석기가 누구 것인지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소모적인 현실이 슬프다.

우리입장에서도 현대한의약의 공동사용영역은 필요하다. 한의약을 현대과학을 활용하여 연구하려면 막대한 연구비와 고급연구인력이 필요하다. 공동사용영역을 만들지 않으면 연구투자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또한 공동사용영역이 환자의 한의약 접근성과 한의약의 근거와 신뢰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의약이 현대과학과 함께 발전한다면, 한의사도 현대한의학을 주인된 의식을 가지고 받아 안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전통만을 답습하는 전통한의사가 아니라 현대한의학을 하는 현대 한의사로서 그 열매를 반기고 능동적으로 달게 받아먹을 수 있어야 한다. 한의사가 이것은 한의약이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면 방법이 없다.

한의약육성법에서 “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韓醫學)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이하 “한방의료”라 한다) 및 한약사(韓藥事)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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