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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시평] 의료일원화와 교육일원화
시평
2016년 01월 14일 () 09:55:21 김윤경 mjmedi@mjmedi.com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지난 2015년 11월 23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의료일원화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며 의료일원화 논의를 다시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었고 한 달도 안 된 12월 11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한국의대·의전원협회는 ‘의료일원화를 위한 교육일원화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갑자기 왜 의료일원화인가?
2015년의 의료일원화는 2014년말 정부의 규제개혁과제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사용이 포함되고 의사협회가 이에 반대하여 “정부가 앞장서서 직능 간 갈등을 유발하는 처사이므로 이를 즉각 중단하고,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인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된 면허체계를 일원화하는 중장기 계획 수립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일로 2015년 의협/한의협 회장이 번갈아 단식한 이후 복지부가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였고 의사협회, 의학회, 한의사협회, 한의학회 대표와 복지부 1인이 간사로 참여하여, 지난 9월부터 총 다섯 차례 회의를 하였다. 이 협의체의 11월 19일 5차 회의에서 의사협회는 의료일원화 기본원칙으로 ▲의대와 한의대 교육과정 통합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통합하되, 기존 면허자는 현 면허제도 유지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2025년까지 일원화 완수의 3가지와 이 때 의료일원화 선언과 함께 한의대 신입생 모집 중지, 의대/한의대 교육과정 통합 착수, 의사와 한의사는 업무영역 침범 중단, 향후 의료이원화 부활 논의 금지 등을 제시하였다.
이 원칙을 보면 의사협회의 의료일원화는 현대의료기기사용 등 업무영역침범을 중단시키고 한의대와 한의사면허를 없애 한의학을 흡수통합 하는 것이 목표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한의협은 2045년까지 점진적으로 의료통합을 진행하되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그 전제로 하였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의료일원화는 의협 대의원회 총회에서 2000년 이후 매년 의결된 사안이라고 하며 대다수 의사들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하였지만, 의협의 제안이 공개되자 의사들은 의협이 내부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한의사에게 의사면허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하였다.

사실 의료일원화는 케케묵은 이야기이다. 70년대부터 의료일원화는 여러 번 언급되어 왔다. 1974년 의협은 의료일원화 연구위원회를 설립하여 연구하였고, 1992년에는 “의학교육 일원화를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1996년 의료개혁위원회에서 의료일원화를 논의하고자 한 바 있다. 2002년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토론회를 통해 의학교육과정 통합을 통한 의료일원화 방안을 모색했으며 2004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1단계 협진, 2단계 병원급 통합, 3단계 면허통합, 4단계 교육기관 등 완전일원화의 4단계 방법론을 제시했다.
최근 2009년 말에는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안홍준 의원이 주최하여 국회도서관에서 ‘의료일원화 필요한가?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여기서 부산대 한의전 임병묵 교수는 협진을 0단계로, 명칭통합과 통합교육과정/통합진료 시범사업을 통합기반조성의 1단계, 병원급통합, 복수면허과정 도입, 상호진료 허용을 통합본격화의 2단계로, 면허의 통합, 교육시스템 통합으로 통합의 성숙기를 3단계로 보았다.
2010년 의사협회는 양한방일원화 TFT를 추진하기도 하였으나 역시 회원들이 반발하였다. 또한 국회 보건환경포럼은 2013년 9월에 ‘한국보건의료의 미래와 의료일원화’를 주제로 다시 국회토론회를 개최하였으며 박인숙의원이 2014년 2월 교과과정 중심의 통합을 주요내용으로 토론회를 개최한 바도 있다. 여러 번 시도는 되었지만, 번번이 시작만 하고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만 것이다.
그동안 의사협회는 2003년 국립한의과대학 설립과, 2004년 한방병원 CT 사용 합법판결과 관련해서도 반대논리로 의료일원화를 들고 나왔었다. 항상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가 한의학 관련정책을 추진하면, 의료일원화 논리로 반대하고, 협의체를 제안한 후에 의사회원들이 협의안을 반대하면 원점으로 돌아가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전철을 밟아왔다.
의사협회가 먼저 제안한 의료일원화 논의지만 아마 이번에도 의사협회의 강력한 반발로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어느 한쪽으로의 흡수통합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의료일원화에 대해 의사, 한의사들의 여론은 차이가 있다. 의사협회가 2013년 의사 1229명을 대상으로 학제와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찬성 47.1%, 반대 43.9%, 기타 9%였다. 반면 2012년 한의사협회가 한의사 13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의료통합 찬성 62.7%, 보통 17.3%, 반대 19.6%로 나타났다.
의료일원화 논쟁에서 그동안 반대해 왔던 한의사들의 의견이 변하여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느끼기에는 면허통합보다 교육과정을 통합하자는 교육일원화 의견에 반대하는 한의사들은 별로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임상현장에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므로 쉽게 통합을 이야기하기 어려우나 교육과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미 2002년에 오희철(연세대 의대) 등은 한의대에서 서양의학적 교육과정의 약 75%를 이미 가르치고 있는 만큼 약 1년 더 교육하고 1년의 추가 임상실습을 거쳐 의대 한의대 모두 수료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최근 이혜연(의협 학술이사)도 일부 한의대 조사 결과 의학과 한의학을 4대 6 비율로 가르치고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등을 이미 배우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통합이 의료일원화로 인한 혼선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의료일원화가 어렵다면 장기적으로 보고 교육일원화를 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도 의료일원화가 논의조차 안 된다면 최초 규제개혁안의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미 한의사도 의사와 같이 2011년부터 현대의학적인 질병분류코드와 한의학적인 질병분류코드를 통합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6)’를 사용해온 상황에서 진단을 실제로 통일시키려면 진단기기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일 의사들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사용도 반대하고 의료일원화도 반대하여 또다시 결론 없이 표류한다면 한의사들이 또 대책없이 현대한의학을 인정해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한의과대학이 자체적으로 의대의 교육과정을 모두 포함하여 통합의학으로 거듭나는 방안이 어떨까. 말하자면 한의대에 들어온 학생에게 의대교육과정을 모두 이수시켜 일반의사(GP)와 같은 수준으로 만들고 추가로 한의학교육을 시켜 통합의사로 키워내는 것이다. 경희대는 이미 동서의학을 지향한다고 천명한 바 있고 원광대도 새로운 통합의학인 일원의학을 추구한다고 하고 있다. 국립대학이나, 오랜 역사를 지닌 한의대 의대 동시보유 대학에서 먼저 통합의학교육을 시범으로 추진하여 통합의사를 키워내면 교육일원화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한의사가 의료인으로서 현대의학 학부교육을 받고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같은 진단명을 쓰면서 한의학적인 치료법의 효용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이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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