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58)-「單方要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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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58)-「單方要抄」
  • 승인 2012.10.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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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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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和劑와 鄕藥本草方

 

「단방요초」

지난 번 인도 방문길에 들른 네루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은 한글날을 기념하여 전시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느라 부산하였다. 외국에서 현지인들이 한글이 들어간 조그만 소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여 준비하는 모습은 다분히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기에 앞서 갈수록 우리말과 글 가꾸기에 무심한 한국의 실정이 떠올라 짐짓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어야만 했다.

지난 몇 세기 의약분야에서도 한글은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하였다. 그 첫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바로 향약의 개발과 의약지식의 보급이다. 세종 당대 구급방을 언해하여 펴낸 이후 주로 방역의서와 구급방, 태산 전문의서들이 언해의 대상이 되었으며, 조선 후기에는 대부분 두창과 향약단방을 소개하는 서책들을 언해하여 보급하였다.

그 가운데 이미 소개한 것도 적지 않으니 민간에서 펴낸 경험방 가운데 상당수가 한글이 병기된 단방의서들이다. 예컨대, 「丹谷經驗方」 「實驗單方」을 비롯하여 「濟救單方」 「別抄單方」 「東艸單方」 등이 전해지고 있으며, 근세에 이르러서도 「單方秘要經驗新編」 「單方經驗方」 「單方新編」 등이 출판되었다.

이들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첫째는 한글로 기록했거나 국한문을 혼용하여 기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선 집필자가 민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생 한약재를 채취하여 실제 일상에서 활용해 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거니와 아울러 초야에 묻혀 사는 지식인들 혹은 사대부가의 아녀자나 아직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민초들을 대상으로 읽혀졌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주변에서 구하기 쉽고 값이 저렴한 약초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여말선초부터 주력해 왔던 향약개발정책의 주안점이며, 향약 지식은 200여년 뒤 「동의보감」 탕액편을 통해 집대성되었다. 또 다른 하나는 익숙하게 잘 하는 경험의술을 담고 있다는 점인데, 중국에서 입수된 최신의학 지식 혹은 궁중에서 사용하는 의방들은 화려하지만 전문가인 의원들을 찾아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으며, 약재 또한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실용면에서는 그림에 떡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경험방은 그 효과를 이미 징험해 본 것으로 안전성과 탁월한 효과를 보증할 수 있는 것이기에 사람들로부터 애호를 받을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하는 자료는 향약단방의 이러한 여러 가지 특징을 갖춘 향약방을 기재한 것으로 명문은 없으나 서사연대는 대략 150년 정도 되어 보인다. 물론 개인이 자신이 경험한 여러 가지 치험방을 채록한 것이기에 서문이나 목록 같은 것은 애초부터 갖춰놓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고 무작위로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거두어 기재했던 것으로 보여 민간의약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본문 가운데 治瘰癧妙單方, 佛頭草治積滯及腹痛症, 走馬痰妙方 등이 기재되어있어 당시 흔하게 볼 수 있던 질병군을 짐작해 볼 수 있다. 九節草에 대해서는 해수와 冷濕, 暑濕에 달여서 먹거나 술로 담가 마신다 하고선 “이 약은 강원도 원주에서 나오는데, 9월 9일에 채취하기 때문에 구절초라 부른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
별도로 本草單方藥이라는 항목을 두었는데, 水部, 土部, 穀部, 人部, 禽獸部, 魚部, 蟲部, 果部, 菜部, 草部, 木部, 石部, 金部 등으로 크게 나누었으며, 그 아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약재를 수재하고 효능과 간단한 주치증을 기록하였다. 이것은 「본초강목」이나 「의종손익부여」에서 쓰기에 적합한 것들만 간추려 뽑아 놓은 것으로 여겨진다.

후반부엔 몇몇 경험방들이 실제 화제처럼 작성되어 있는데, 그때그때 자신이 직접 경험한 처방들을 적어놓은 것으로 대부분 한글로 기재한 점이 특색이다. 또 권미에는 고약방이나 환산제 처방이 다수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 이 단방처방집이 주로 가정에서 언제고 발생할 수 있는 병환에 대비하기 위한 가정상비 구급대처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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