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 산책(557)-「濟飢活民方」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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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557)-「濟飢活民方」③
  • 승인 2012.10.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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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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惠民署 의학교수, 浦渚의 애민정신

 

「포저집」 제기활민방후

이번엔 저자 浦渚(혹은 存齋) 趙翼(1579년, 선조 12∼1655년, 효종 6)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그는 어떤 연유로 이런 책을 쓰게 되었을까? 그가 아직 어린 시절인 15살이 되던 해인 1593년 「동의보감」의 서문을 지어 우리에게 친숙한 조선 중기 명문장가 月沙 李廷龜(1564∼1635)에게 나아가 글을 배웠다. 그는 또 임진왜란 중에 명나라에 여러 차례 파견되어 국난극복에 공을 세워 扈聖功臣에 책봉된 月汀 尹根壽(1537∼1616)의 문인이기도 한데, 윤근수는 그에게 외숙조가 된다.

 또한 그는 谿谷 張維(1587∼1638), 遲川 崔鳴吉(1586∼1647), 釣巖 李時白(1581∼1660)과 함께 四友로 불릴 정도로 친교를 나눴는데, 장유는 「谿谷漫筆」과 「陰符經註解」를 지었으며, 최명길은 인조반정을 주도했으나 청에 항복문서를 짓고 主和派로 지목되는 바람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나중 북벌을 기획하고 「향약집성방」을 중간하는데 앞장섰으며, 책의 서문을 남겼다.

하지만 이렇듯 탄탄한 성장배경에도 불구하고 그의 宦路는 평탄치 만은 않았다. 처음에 蔭補로 井浦萬戶가 되었다가 1598년(선조 31) 押運官으로 미곡 23만 석을 잘 운반하여 表裏를 하사받았으며, 1602년에 別試文科에 병과로 급제한 이후 여러 벼슬을 거쳤다.

하지만 1611년(광해군 3) 홍문관 修撰으로 있을 때 李滉을 비롯한 제현의 문묘종사를 반대한 鄭仁弘을 탄핵하다 高山察訪으로 좌천되었고, 급기야 이듬해 사직하고야 말았다.
그 후 1623년 인조반정으로 재기용 되어 3월에 이조좌랑이 되었고, 같은 해 9월, 大同廳 설립에 관한 便宜節目을 올렸다. 또 10월에는 賜暇讀書하다가 이조정랑에 올랐으며, 교서관 교리, 惠民署 醫學敎授, 訓局 郞廳을 겸하였다. 또한 그해 겨울, 왕명을 받들고 兩湖지역에 내려가 大同法의 利病을 조사하였다. 이렇듯 그가 이 시기에 한꺼번에 여러 가지 重責을 연이어 맡게 된 것은 아마도 그가 醫方에 익숙하여 「제기활민방」을 짓는 것(1609년)과 같이 의약서를 펴낸 경험이 있고 굶주린 백성의 구제책을 마련하고자 애쓴 애민정신의 소유자임을 높이 여긴 까닭일 것이다.

특히 그는 金堉의 大同法 시행을 적극 주장하였고, 성리학의 대가로서 禮學에 밝았으며, 음률·병법·卜筮에도 두루 능하였다고 전한다. 저서로 문집인 「浦渚集」(15권) 외에 다수의 저작이 남아 있다. 인조 27년(1649)에 예조판서가 되었고, 곧이어 같은 해에 대사헌이 되었다. 효종 6년(1655)에는 「書經淺說」을 올렸으며, 얼마 안 되어 그해 3월 졸하였다.

한편 그의 문집을 정리한 아들 趙復陽은 태의 楊禮壽를 神醫로 추앙하는 친필 간찰을 남기기도 하여 부자 2대에 걸쳐 의약에 조예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허준의 「신찬벽온방」을 계승하여 해서지방에 유행한 癘疫을 치료하기 위하여 御醫 安景昌(1604∼?)이 1653년에 한글을 덧붙여 펴낸 「벽온신방」과 연관하여 서문을 지은 바 있다.

훗날 宋浚吉이 지은 諡狀에 의하면, 위의 저작 이외에도 「大學困得」과 「中庸困得」 각 1책, 「論語淺說」 「孟子淺說」 각 3책, 「易象槪略」 「居業錄」 각 1책, 「心法」 12장, 「開惑淺語」 「道村雜錄」 각 1책, 「家禮鄕宜」 2책, 「伊洛精要」 5책, 「朱書要類」 6책, 「朱文要抄」 10책, 「史漢精華」, 「韓柳歐文抄」 등이 家藏되어 있다고 적혀 있다. 그 후 오랜 세월에 그의 저작들은 대부분 산질되었는지 지금 전해지는 것은 많지 않으며, 이 책 외에는 의학저술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부자 2대에 걸쳐 의서편찬에 관여했고, 장년에 이조정랑, 교서관 교리, 訓局郞廳 등 여러 요직을 아우르면서도 惠民署 醫學敎授를 겸하였고 大同法 시행에 앞장섰던 조익은 經世濟民의 뜻을 품고 몸소 앞장서 大醫의 길로 나아가고자 했던 당대 醫國의 表象이라고 여길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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