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56)-「濟飢活民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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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56)-「濟飢活民方」②
  • 승인 2012.10.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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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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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날에 준비할 活命要法

 

「포저집」 서제기활민방후

조익은 서문에서 자신이 이 책을 펴낸 所懷를 미처 다 말하지 못했던 듯, 책의 끄트머리에 다시 발문을 지어 붙여놓았다. 이 발문은 1688년에 간행된 그의 문집 「浦渚集」제27권에 ‘書濟飢活民方後’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그는 “이 처방은 본래 예로부터 내려오는 醫方인데, 여기에 또 내가 그동안 시험해 본 것과 듣고 본 것을 참작해서 만든 것이다. 여기 나오는 재료들은 모두 鄕村에서 지극히 얻기 쉬운 물건들이요, 만드는 방법 또한 모두 시골 백성들이 알기 쉽고 하기 쉬운 것들이다. 만약 이대로 만들어서 먹기만 한다면 반드시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니, 그야말로 흉년에 목숨을 건지는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글을 가만히 뜯어보면, 이 책 안에 麗末鮮初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향약정신이 그대로 배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법은 古方을 본받되 자신이 직접 시험해 본 것과 듣고 본 것을 참작하였다고 했으니 法古創新하는 의미를 살린 것이다.

또 재료가 되는 약물과 음식재료는 모두 궁향벽촌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고, 그 방법은 모두가 배우지 못한 촌사람이라도 쉽사리 익혀 쓸 수 있는 것이다[其物皆鄕村至易得之物. 其事皆村民所易知而易爲者也]라고 하였다. 이것은 바로 「鄕藥濟生集成方」에서 말한 “쉽게 얻을 수 있는 약물과 이미 경험한 의술[易得之物, 已驗之術]을 쓴다”는 원칙을 충실하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구황방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풍년과 흉년이 번갈아 드는 것은 마치 추위와 더위가 교체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 태평성대에도 홍수와 가뭄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미리 대비해 둔 것이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으니, 예컨대 3년 농사에 1년의 양식을 비축하고, 9년 농사에 3년의 양식을 비축한 것 등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홍수나 가뭄에도 해를 당하지 않았으니, 미리 대비해 두는 자세가 실로 이와 같았던 것이다.”

오늘날 첨단과학기술로 무장한 장비를 동원해도 여전히 예기치 못한 재해를 모두 막을 수 없으며, 해마다 기상이변과 자연재앙이 거듭되고 있다. 그 시대에도 이런 일을 책망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후세[저술 당시를 말함]에는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재난이 옛날보다 훨씬 더했는데도 먹고 남은 곡식을 비축하여 미리 대비하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으니, 그러고 보면 草木이라도 먹고서 살아남는 일이야말로 빈궁과 기아의 상태에서는 부득이한 계책에서 나온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빈궁과 기아의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그 덕분에 목숨을 건져서 흉년에 죽지 않게 된다면, 실로 빈궁과 기아의 처지에서도 첫째가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것이니, 이 역시 홍수와 가뭄을 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하겠다.”

그는 또 “불행하게도 근년 이래로 기근이 잇따라 들기만 하고 풍년이 드는 해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부유하게 지내는 사람은 극히 적은 반면에 거의 모두가 빈궁하게 지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고 보면 이 처방이야말로 해마다 모두 사용해야 할 것이요, 사람들마다 모두 사용해야 할 것이니, 시골 마을에서 집집마다 보배로 여기면서 보관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글의 말미에는 다음과 같이 우려 섞인 말이 적혀 있다.
“아! 부귀를 누리고 豪奢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膏粱珍味를 실컷 먹는 사람들이 이것을 보면 필시 천하게 여기면서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초야의 빈궁한 사람들은 풍년에도 항상 부족한 곡식 걱정을 하고 흉년에는 앉아서 굶주릴 수밖에 도리가 없는데, 이들이 이것을 보면 죽음을 면하는 良藥을 얻은 것처럼 여기면서 모두들 이 처방을 얻어 들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 분명하다.”

여기 적힌 오래된 구황방이 풍요를 구가하는 오늘날 우리에게는 하찮게 여기지지만 다가오는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어려움에서 우리를 구제해 줄 소중한 전통지식으로 쓰이게 될 줄을 누가 알겠는가?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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