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47)-「正五行經驗集」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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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47)-「正五行經驗集」②
  • 승인 2012.07.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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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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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의 비판을 무릅쓰고, 東醫鍼案 요점 정리

 

「침구신방」

전체 의안은 병증항목별로 대략 적게는 1∼2조문 혹은 7∼8조문에 이르며, 많은 것은 10조문이 넘는 경우도 있다. 대개 一男子, 一女子, 一婦人, 一小兒라는 표현으로 起頭하여 기술함으로써 직접 성명이나 택호를 드러내어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았고 신상에 관한 여타 정보도 거의 적혀있지 않다. 다만 먼저 남녀노소를 구분한 다음에는 반드시 나이를 적어 둠으로써 진단에 소용되는 필수정보만을 제시하였고, 이어 素症이나 旣往歷을 적고난 다음 現症을 기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연구된 芝山醫案과 비교해 보니 다소간 문자출입이 있고, 좀 더 많은 병증에 대한 사암침 의안이 실려 있어 좀 더 심화된 연구를 진행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현전 芝山醫案 用針論과 대조해 보니 현재 학계에 알려진 의안보다 수록한 의안 수도 많을뿐더러 서로 출입이 있는 것이 확인되었기에 먼저 문헌비교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풍조에선 동일한 병류에 대해 수록한 의안이 서로 상이한 경우가 많았고 芝山醫案에 상한과 운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치험례가 없이 설명문만 실린데 비해 이 책에는 각각 5조문, 1조문의 의안이 실려 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단순히 전사과정상의 오류라고 여길 순 없다. 아마도 기존에 지산이 남긴 의안에 후대의 누군가 자신이 징험한 사암침법의 효과를 추록했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예를 들면, 鬱門에는 43세 된 부인의 치험례가 추록되었는데, 홍진이 오래도록 낫지 않아 마음이 답답하고 숨이 가쁘면서 기침이 나고 정신이 산만한 가운데 왼팔에 힘이 빠지면서 차가운 냉기를 느끼는 증상이 발생하였다. 처음에는 비경을 의심하여 1차례 치료했으나 효험이 없었고, 간경을 1차례 치료했으나 역시 차도가 없었다. 심경을 한번 치료하니 왼팔의 증상이 나아졌고, 3∼4차례 치료 끝에 팔의 통증이 거뜬해졌고 정신도 맑아졌다.

이러한 치험례는 임상에서 시행착오를 거쳐 효과를 거둔 사례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기록으로 조선 후기 침구치법이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이 책에는 사암침법 원문이 실려 있지 않으며, 지산이 남긴 서문도 들어 있지 않다. 사암이 창안한 침구처방법이 그만큼 보편화되었음을 뜻하는 것일까?

진단한 병증에 대한 병리적인 해석이 이어진 곳도 있지만, 대개 진단의 결과와 침 처방의 선택으로 이미 병리기전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이뤄지므로 의안마다 반드시 병리해석이 붙여져 있진 않다.
작자는 등사 이후에도 오랫동안 곁에 두고 애독한 듯 각 침구의안마다 비점이 찍혀 있으며, 침혈과 처방, 병명 등에도 옆줄을 긋거나 주점을 표시한 곳이 많아 그가 얼마나 이 사암침 책을 즐겨 보았는지 짐작케 한다. 

芝山이라는 의인이 남긴 침구경험의안에 대해서 작자나 저술시기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진 않다. 다만 김달호는 운기편에 기재된 壬戌이라는 간지를 들어 1742년으로 추정하였을 뿐이다.
또 현전하는 사본들이 여러 차례 전사되는 과정에서 작성자가 임의로 내용을 첨삭하거나 변형된 부분도 많고, 의안 역시 다소간 추록된 것으로 보여 한두 가지 전본만을 토대로 전승과정과 역사적 사실을 그려내긴 어려워 보인다.

권말에 “병의 대강이 이와 같으므로 후세의 비판을 무릅쓰고 대략 그 요점을 펼쳐놓았다”고 밝힌 지산의 마지막 한마디가 외침처럼 다가온다. 마침 젊은 연구자 한 사람이 대학원에서 사암침법의 형성과 발전에 대해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중의침구와는 다른 동의만의 독자적인 침법을 구사하는데 기여한 사암과 지산, 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의인들, 그들이 외롭게 걸어간 족적과 한의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낱낱이 드러날 날을 고대해 본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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