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50)-「活人心法」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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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50)-「活人心法」③
  • 승인 2012.08.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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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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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건강 보살펴줄 약이 되는 補養飮食

 

「활인심법」 보양음식

지난 호에 이어 이번 주엔 「活人心法」에 실려있는 몇 가지 식치음식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상권에는 保和湯(新刊京本에선 中和湯), 和氣丸, 養生之法, 治心, 導引法, 祛病延壽六字法, 保養精神에 이어 ‘補養飮食’편이 실려 있다.

그간 이 책 「활인심법」에 대해서는 대체로 退溪 선생이 활용한 도인체조법의 原典, 혹은 중화탕과 치심법 등 정신수양이 강조된 심신의학의 원천자료로서만이 부각되었다. 하지만 이와 함께 필자는 이 문헌 속에 담겨진 여러 종류의 식치방이 「식료찬요」 「수운잡방」과 함께 조선 전기 식치의학사 혹은 식생활사를 대표할 만한 소중한 기록임을 역설하고 싶다.

‘보양음식’에는 栢湯, 薯蕷酒, 地黃酒, 戊戌酒, 地黃粥 등 13종의 식치방에 대한 적응증과 제조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茶飮이 1종(栢湯), 酒류 3종(薯蕷酒, 地黃酒, 戊戌酒), 죽이 4종(乳粥, 地黃粥, 鹿角粥, 山薯粥),  麪이 1종(山薯麵), 국이 2종(鹿羹, 牛羹), 찜  2종(糊犬, 糟蒸猪肚)이 실려 있다. 물론 이 중에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미 잘 알려진 것도 있지만 일찌감치 전승이 단절되어 지금보아서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도 적지 않다.

예컨대 첫 머리의 栢湯은 백자인탕이나 잣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잣나무 잎을 간수하여 代用茶로 개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茶의 약성이 차가워 너무 많이 음용했을 경우, 精氣를 모손시키고 비위의 기능을 떨어트린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방법으로 쌉쌀한 맛이 유사하면서도 성질이 다소 따뜻하고 비위에 도움을 주며, 풍미가 고상하고 그윽한 이 백탕을 개발하여 대체식으로 제시한 것이다.

특히 채취와 건조방법까지 세심하게 논구하였는데, 여린 잎을 따서 큰 옹기항아리에다 끈으로 묶어 매달아 두고 입구를 종이로 발라 막은 상태에서 1달 이상 건조시켜 사용한다고 하였다. 밀봉하지 않고 바람을 쏘이면 푸른빛깔이 누렇게 변색된다고 써놓았다. 또 맛이 너무 쓰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는 마를 약간 가미하면 더욱 좋다고 써놓아 매우 실천적인 경험지식임을 알 수 있다. 장기간 차를 음용하여 생긴 병으로 고생하는 분을 위해 건강차로 권해 볼만하다.

여기 실린 식치방들이 모두가 다 輕身益氣하고 오장과 허로를 보하는 보양음식 처방들이지만 특히, 술과 죽 종류들은 노인들에게 아주 적용하기 간편하고 적절한 식이방으로 권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술의 경우, 몸에 좋은 약용술이라지만 과음하면 역시 오장을 상하게 하고 성질이 난폭해지고 발광할 수 있으니 痛飮하여 연거푸 3잔 이상 먹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복용량을 한정해 놓았다.

乳粥의 경우, 우유를 이용한 것으로 黃牛의 젖을 사용한다. 아마도 이것이 나중에 「동의보감」에서 牛乳粥의 형태로 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훗날 「승정원일기」에 국왕의 자리끼 조반으로 등장하는 타락죽의 원형이 아닐까 싶다. 앞선 시기 「식료찬요」에서는 단지 우유만 끓여 음용하고 아직 죽 형태로 정착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고기요리의 경우, 사슴고기(鹿羹), 소고기(牛羹), 개고기(糊犬), 돼지고기(糟蒸猪肚)가 등장하는데, 아마도 이것이 가장 대표적인 육식선의 재료로 여겨진다. 조선 전기 극소수를 들여와 시험적으로 사육했던 양고기보다는 사냥해서 잡을 수 있었던 사슴고기가 훨씬 보편적인 육고기 재료였을 것이다.

또한 돼지 밥통에 황기와 지황즙을 넣고 文武火로 重湯하여 쪄내는 돼지고기찜은 전통식인 순대 제법과 유사해 보이기도 하는데, 健脾胃, 進飮食하고 보중익기하여 허로를 치료하는 식치방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으니 우리 전통요리는 모두가 약이 되는 음식에서 출발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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