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44)- 「人父須知」
상태바
고의서산책(544)- 「人父須知」
  • 승인 2012.07.05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mjmedi@http://


運氣에 얽매이지 않는 소아전염병

 

「인부수지」

저자와 편찬연대가 밝혀져 있지 않은 필사본 의방서로 紅疹과 痘瘡에 관한 치료법을 다루고 있는 전문의서이다. 담겨진 내용으로 볼 때 기존에 나와 있던 여러 종의 마진과 두창 관련 문헌으로부터 필요한 내용을 발췌하여 기본으로 삼고 여기에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와 견해를 앞뒤로 엮어 넣은 자가 편집본 의서라 하겠다.

원서는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고 「한국의학대계」에 수록되어 있지만 앞뒤 표지가 제공되어 있지 않아 전체적인 편집 상태를 파악하긴 어렵다. 표지 서명에 따라 ‘人父須知’라 이름붙인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책 안에 담겨진 내용이 전형적으로 소아에게 빈발하는 홍역과 두창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심정에서 엮은 것이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책 제목을 붙인 것이리라.

대체로 전반부엔 홍진치법, 후반부에는 두창치료법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있다. 서문 대신 본문 첫머리에 紅疹治方總論이 수재되어 있는데, 홍역의 원인 및 발병과 전변과정을 소개하였다. 치료에 있어서는 먼저 升葛湯 2∼3첩으로 약하게 表解시키고 나서 증상에 따라 ‘隨症治之’한다고 밝혀져 있다. 또 병의 시작과 마무리에 滋陰補血하여 淸肺金, 瀉心熱, 解風을 위주로 치료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다음에 실려있는 병론에 있다. 홍역의 발병이 운기와 관련이 있지만 치료방법에 있어서는 반드시 운기치법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왜냐하면 일반 전염병과 달리 홍진은 한번 거쳐 지나가면 동일한 사람에게 다시 침범하지 않으므로 모든 것을 반복하는 운기에 따라 치료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본문은 목차가 따로 제시되어 있지 않고 차서 없이 내용이 섞여 있어 다소 산만해 보인다. 대체로 수록 순서대로 살펴보면 앞서 소개한 홍진치방총론에 이어 種痘始終凡例, 指南賦, 金鏡賦, 虛實相似論, 虛實論, 形色論, 氣血營衛論, 痘瘡經驗神方 등이 실려 있다. 이어지는 ‘經驗方序’는 이른바 ‘八溪全氏經驗方’이라고 알려진 책의 두창론으로 책의 서문이자 독자적인 병론으로 소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어 본격적인 두창치법이 發熱三日條, 出痘三日, 起脹三日, 貫膿三日, 收靨三日, 行痘諸症, 痘後雜症 순으로 수재되어 있는데, 행두제증에는 다시 변형색, 변허실, 변음양증, 성음, 인후, 복통, 驚搐, 토사, 설사, 천수, 번갈음수, 복창, 자한, 痒症, 수족, 신통, 斑爛, 寒戰, 咬牙, 失血, 脣口舌諸症, 尿澁, 변비, 倒靨, 黑陷, 護眼, 喰水吐飮, 한열, 권태 등 다양한 병증론이 전개되어 있다.

또 두후잡증에도 안, 옹절, 잉부에 대한 변증치방이 수록되어 있다. 그 후에도 護痘大法, 辨終始形症吉凶, 消毒飮加材法, 用藥總論, 稀痘方, 次論保護忌禁法 斟酌之法 등 다른 두창치료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참고해 볼 가치가 있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 마진과 두창을 중심으로 소아과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룬 필사본 의서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사실은 이 시기 소아 전염병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여 인명을 보전하고 호구를 늘리려는 적극적인 생각에서 대두된 경향 가운데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조선 선비의 제문 가운데 나이어린 아들, 딸을 잃고서 남긴 구슬픈 사연의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띠는 것을 볼 때, 이 책은 이러한 당시의 시대상을 잘 알 수 있게끔 전해주는 자료이다. 이전 시기 養老孝親의 실천방법으로 의학지식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慈愛와 부모의 도리로서 갖춰야할 필수지식으로 인식의 흐름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