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45) - 「醫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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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45) - 「醫寶」
  • 승인 2012.07.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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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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顔色살펴 보살피는 우리 집안 보배

 

「의보」

조선 후기 소아과와 부인과질환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기술방식으로 편집한 의서이다. 편집자와 저술시기가 밝혀져 있지 않아 집필배경을 명확하게 알 수 없으나 「동의보감」이나 「의학입문」에서 관련 내용이 발췌된 것으로 보아 대략 1700년대 이후의 작품으로 여겨진다. 불분권 1책, 68장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서는 크게 소아문과 부인문, 잡병문 그리고 구급방으로 나누어지며, 전체 목차 없이 각 부문별로 초입에 간략한 목차가 각각 따로 기재되어 있다. 본문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소아문에는 먼저 容貌圖와 觀形察色이 실려 있고, 이어 五臟形證虛實相乘, 死證, 乳子調護, 小兒病機 등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특히 소아병기에는 胎毒類, 內傷乳食類, 例病類 등으로 주제를 나누어 각 병증에 대하여 상세히 서술하였는데, 본문에선 그저 병증항목만 차례대로 열거하였고 분류명칭이 적시되어 있진 않다.

대개 胎毒類로는 初生, 撮口, 噤口, 臍風, 夜啼 등 영유아에게 빈발하는 급성증상과 變蒸, 龜背, 解顱, 滯頤, 五軟 등 발육부전과 성장기 장애 23종의 병증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또 內傷乳食類에는 吐瀉, 五疳, 諸積, 腹脹, 脹黃, 乳漱 등 13가지 병증에 대한 처치법을 기록하였다. 例病類에선 크게 외감, 諸熱, 痘, 麻에 대해 다루었는데, 痘證에 대해서는 잡증, 변증, 괴증으로 구분하여 한층 더 상세하게 논하였다.

소아문 목록 아래에 ‘以至五歲’라고 적어놓은 문구가 눈에 띤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소아병이 영유아와 매우 어린애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목록 말미에서 편자는 “소아는 초생으로부터 시작하여 두창, 마진에 이르기까지 만일 形象과 病證[形證]을 가려내지 못한다면 진단과 치료에 가장 어려울 것이니 俗醫가 함부로 약제를 투약하여 거꾸로 약으로 인한 상해[藥傷]를 일으키기 때문에 「입문」에 기재된 세부적인 논술을 붙인다”고 하였다.

그래서인지 권두에는 본론에 앞서 먼저 용모도가 실려 있는데, 곧 소아의 면부에 대한 觀形察色圖를 나타낸 것이다. 대개 이것의 원형은 「의학입문」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이 책에서 권두에 배치한 것으로 보아 말 못하는 아이들의 진단에 있어서 면색의 이상 유무를 살피는 방법을 크게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그림에는 ‘大人亦然’이란 표현도 달아 놓고 있어 성인에게 있어서도 동일한 양상으로 질병증상이 면부에 투영되고 이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음을 의미한다.

부인문에는 經候, 崩漏, 帶下, 癥瘕, 胎前, 臨産, 産後 등의 순서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 宋代 陳自明의 「婦人良方」에서 調經, 衆疾, 求嗣, 胎敎, 姙娠, 坐月, 産難, 産後 등 8부문으로 나눈 것을 찾아볼 수 있는데, 후대 부인병의 분류방식으로 준용되어 왔다.

이 책에서 채택한 기술방식은 「부인양방」의 분류법과 비교해서 임신 관련한 내용보다는 월경이상과 여성질환에 좀 더 비중을 두어 배열하였음을 볼 수 있다. 또한 말미에 胎敎禁忌에 대해 附記해 놓았는데, 이것은 태교가 의학적인 주 처치영역이라기 보다는 임신부와 가족들의 자율적인 관리가 필요한 영역으로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잡병문에는 諸瘡, 腫毒, 疔瘡, 瘰癧, 癭瘤, 折傷 등 31문에 달하는 갖가지 외과질환에 대한 내용이 수재되어 있다. 특히 말미의 7종 春方과 10종 통치방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처방이어서 저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경험처방으로 보인다. 권미의 덧붙여진 구급방에는 다양한 질병증상에 대한 치료방들이 채록되어 있는데, 대개 단방 중심의 간이방들로 간혹 한글표기가 병행되어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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