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46) -「正五行經驗集」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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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46) -「正五行經驗集」 ①
  • 승인 2012.07.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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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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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침법이 걸어온 길을 따라

 

「정오행경험집」

필사본 1책으로 되어 있는 鍼灸전문서로 사암침법을 다룬 이종 사본이다. 표지 제첨에는 ‘鍼灸神方’이라 되어 있고, 부제는 經驗方으로 되어 있다. 또 표지에는 ‘戊申二月 日’로 등사시기가 기록되어 있으나 지난 세월에 어느 해 무신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지질이나 제책상태로 보아 1900년 이전일 것으로 여겨진다.

내측 표제에는 다시 ‘鍼灸篇’이란 서제가 적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제목보다도 본문 가운데 각론의 제목으로 붙여진 ‘正五行經驗集’이라는 명칭이 가장 이 책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생각하여 일반적인 침구서와의 차별점을 부각시키고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필자가 임의로 이것을 서명으로 부여하였다.

본문은 먼저 化氣五行으로부터 시작하여 看日五行, 邪穴十三, 目部, 消炭, 透徹次, 一身臟腑所屬, 五臟六腑屬病, 靈龜八穴, 卽日看貴人法 등 총론에 해당하는 내용항목들이 차례로 열거되어 있다. 化氣五行이란 십간십이지를 오행속성에 따라 분류한 것이고, 看日五行은 일진에 따른 운기의 특성과 질병과의 관련성을 논한 대목이다. 음양오행에 따른 순환시스템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들을 설명하고 있다.

邪穴十三에서는 寅午戌 火局, 亥卯未 木局, 申子辰 水局, 巳酉丑 金局으로 구분하여 먼저 間使穴을 자침한 후 13鬼穴로 명칭된 각기 다른 침혈을 차례로 자침하여 怪病을 치료하고자 한 침법이다. 운용방법이 특이하고 침혈이 바뀌기 때문에 운용원리를 알아야만 고전 침처방을 이해할 수 있다. 目部에서는 눈병의 종류와 증상, 그리고 원인병리를 나누어 진단치료에 있어서의 준거를 삼은 것이다. 다른 어떤 병증보다도 안질환이 사암침 치료에 적합한 주요 대상 질환이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론 消炭, 透徹次라 이름붙인 수기법이 기록되어 있다. 소탄은 음경, 양경, 좌우를 구분하고 오전, 오후로 나누어 시행하는데, 좌전, 우전, 彈針, 留針, 호흡보사 등 다양한 보사기법이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또 透徹次도 역시 左右轉과 호흡에 따른 留針과 進針을 법식에 맞춰 진행하는데, 앞서 소탄법이 손톱으로 눌러 기를 아래로 눌러 막는데 반해 여기서는 손톱으로 끌어올리는 동작이 가장 눈에 띠게 다른 점이다.

一身臟腑所屬은 각 부위별 장부경락의 소속을 나누어 병인진단치료에 응용한 것으로 사암침법이 철저히 장부경락에 기초하여 변증시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五臟六腑屬病에서는 오장육부에 소속한 여러 질병증상이 장부별로 나누어 열거되어 있으며, 靈龜八穴, 卽日看貴人法 등 납갑법에 따른 數理分合으로 치법을 정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책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바로 ‘正五行經驗集’이라 이름붙인 부분이다. 질병항목별로 경험의안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른바 「經濟要訣」에서 志山醫案이라고 부르는 침구경험의안과 대동소이하다.

이를 살펴보면 소제에서 ‘정오행’이라 하는 것은 ‘사암침구정오행’을 이르는 말이고 ‘경험집’이란 지산이 남긴 침구경험의안을 뜻하는 셈이다. 물론 이 책에는 ‘지산의안’이란 표기는 물론 사암이란 이름도 들어 있지 않다.

경험집 수록내용은 中風一章으로부터 시작하여 傷寒, 運氣, 濕症, 燥症, 火熱, 鬱門, 痰飮 등의 차례로 이어지고, 喉症, 齒痛, 鼻病, 血症, 痔漏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병증항목에 대한 치병사례가 적시되어 있다.
본문의 완결부가 명료하지 않아 치루 다음으로도 脾腧, 蛇咬, 補瀉法과 같은 내용이 더 붙어 있지만 다른 부분과 기술방식이 다르고 기재내용도 의안이 아니라서 원래의 본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병증목 아래에는 일률적이진 않지만 간혹 해당 질병에 대한 병리기전이나 간략한 해석이 달려 있기도 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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