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향기가 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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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향기가 나는 사람
  • 승인 2015.07.3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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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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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요즘 길을 걷다가 보면 향이 나지 않는 빈 껍데기 같은 사람들을 종종 본다. 사람에게 무슨 향이 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얘기하는 향은 향수를 뿌린 사람에게 나는 향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고유한 인품’을 뜻한다.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정책기획이사
번화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콧수염을 기르고 쫙 달라붙는 옷을 입은 근육형 남자나 화장을 짙게 하고 향수를 듬뿍 뿌린 여성들에게는 향이 나질 않는다. 향기가 없는 조화 같다. 향이 없는 속을 감추기 위해 겉을 화려하게 꾸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모는 평범하고 옷도 수수하게 입고 다니지만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다 보면 내면이 아주 깊은 사람이 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말투와 상대의 얘기에 집중하는 눈빛, 본인의 분야에 대한 깊은 소양과 넓은 문화적 이해도를 가진 사람을 보면 외적인 모습과는 상관없이 굉장한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이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필자는 향(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런 깊은 향을 가진 사람은 역사가 오래된 한정식 집에서 처음 맛볼 때는 확 끌리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생각나는 음식과 같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몸짱의 근육, 성형, 화장품, 옷 등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취할 수 있는 외적인 아름다움이지만 향이 중후(重厚)하고 깊은 내적인 매력을 가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많은 책을 읽고 사색 하는 것 ▲서로에 지적 자극이 되어주는 사람들과 많이 만나는 것 ▲욕심과 욕망에서 편안해 지는 것 등 쉽게 이루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외적인 것들에 치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다보니 시간이 걸려 어렵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점점 도태되어 가고 있다.

조선시대 어떤 왕들이 외모가 박색(薄色)인 후궁을 평생 옆에 두고 많은 조언을 구하며 애지중지 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쁘고 잘생긴 사람에 대한 호감도도 젊을 때보다 줄어든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20대에는 이런 내용을 들었을 때 ‘설마 그럴까?’ 했었다. 그런데 점점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길거리에 지나는 향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런 매력이 없다. 그런데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게다가 60대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맑은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시는 분들을 뵈면 존경스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이가 들수록 맑은 마음, 항상 바른 마음(淸心, 正心, 恒心)을 유지하며 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은 향을 유지하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스스로의 주관과 인생철학이 뚜렷해야 가능한 일이다.

돈과 명예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나 법과 예의를 적절히 무시하는 것에 대한 무감각이 몸에 배이지 않도록 스스로 아주 단단히 갈고 닦으셨다는 반증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나 빨간 불 상태의 횡단보도에서도 차가 오는지 신경도 안 쓰고 건너가는 중년들이나 젊은 사람들, 길거리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쓰레기를 버리거나 가래침을 뱉는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매일 볼 수 있는 것에 반해 그 분들의 향기는 얼마나 중후한지.

최근 필자의 다이어리에는 ‘타고난 유쾌함’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우리나라 중년 분들 중에서도 인품이 맑은 분은 종종 보지만 ‘유쾌함’과 ‘모험심-새로운 것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 분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그에 반해 중년 외국인 분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는 유쾌함과 모험심이 가득한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여행 중에 만난 외국 분들이나 환자로 오시는 외국인 분들을 통해 보는 그 향기는 우리에게도 앞으로는 점점 더 필요한 부분이지 않나 싶다.

TV나 사회가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으로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도 인품이 좋고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분들 혹은 나이가 어린데도 타고난 심성이나 행동이 아름다운 분들을 보면서 이런 분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성격이 좋다, 인품이 좋다 등 여러 가지 표현이 있지만 인간의 감각 중에 후각으로 느끼는 ‘향기’로 표현 하는 것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근육질 몸짱 남자들이나 화장과 몸매, 옷차림에 신경을 가득 쓴 사람들이 꼭 향기 없는 꽃같이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요새는 나쁜 마음과 행동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악취 가득한 악인(惡人)들이 참 많기도 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향이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 향이 내면적 충만함과 따뜻한 품성으로 향수처럼 퍼질 때 우리는 <아름답고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된다.

나이 들어서도 그 향기가 변하지 않고 더욱 깊고 중후한 한의사 선후배님들이시길 바라며 나는 어떤 향이 나는 사람일까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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