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우리에겐 수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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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우리에겐 수다가 필요하다
  • 승인 2015.04.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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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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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스마트폰보다 수다를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 한의사회 홍보정책기획이사
그리스 ‘테살로니키’라는 도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한 교양프로그램에서 이 도시를 소개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을 방송해준 적이 있다. 그리스 인들은 퇴근하고 난 후엔 이 광장에서 3~4시간 동안 식사도 하고 맥주도 마시며 수다를 떤 후에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프랑스도 비슷한데 바칼로레아라는 대학입시 논술 시험이 있고 나면 전 국민이 그 논술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고 논쟁을 벌여가며 토론을 한다고 하는데 저녁에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라틴계통 유럽 국가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수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현재 우리는 <수다>가 매우 필요한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수다는 소통을 뜻하고, 수다는 공감을 일으키며, 수다에 빠져 있는 동안 우리는 몰입하게 된다. 생각해보자. 우리에겐 정말 필요한 것이 스마트폰일까, 수다일까?

요즘 한국 사람들은 남녀노소 모두 스마트 폰과 인터넷에 빠져 있다. 하지만 만약 무인도에 떨어졌을 때 인터넷이 팡팡 되는 컴퓨터가 필요할까, 아니면 나와 정말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필요할까? 답은 분명해진다.

‘에디톨로지’를 쓴 김정운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현대인은 너무 재미없게 산다. 그 이유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없고 그러다보니 재미난 스토리를 기반으로 수다를 떨 동료가 없어서 그렇다’라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의사들의 모임과 온라인 공간에서는 ‘힘들다. 사는 게 재미없다’라는 말을 많이 보고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의원을 할 때보다 잠도 더 못자고 하기 싫은 시험공부도 해야 되는 학부 때가 객관적으로 보면 더 힘들 때였다. 그런데 왜 지금이 더 힘들게 느껴질까?

그것은 수다를 나눌 동료가 없어서 일 것이다. 아무리 힘든 시험이 있고 재시를 치더라도 같이 힘든 과정을 견뎌내 나가는 동료가 있는 학부 때는 정신적으로 덜 힘들게 느껴진다.

그런데 혼자 있는 대부분의 한의원 원장들에게는 한의원마다의 고민거리와 문제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눌 동료가 없다. 늘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누적되고 다른 곳에서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개인 한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의 스트레스가 크지 않은가 추측해 본다.

토론과 대화 통해 몰입을

몰입에 대해 평생 연구한 칙센트 미하이 교수는 ‘몰입은 고도의 집중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금 하는 일을 <충분히 즐기는> 상태를 뜻한다. 그리고 몰입을 하게 되면 삶이 충만하다고 느끼고 스스로 진화한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몰입은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많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항상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토론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많이 겪을수록 우리는 발전하고 진화하게 되는데 이럴 기회가 부족하고 혼자 모든 것을 해나가야 하는 위치에 있게 되면 발전이 쉽지 않다.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료인들에게는 경영강의나 학문적 연구보다 수다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병원이나 사업체를 운영해본 분들은 느끼겠지만 사장이나 원장이 몰입하고 있고 즐거워야 손님도 많고 경영도 잘 된다.

그런데 아무리 맛이 있는 식당이고 치료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줄서서 먹는 맛집이나 경영이 잘 되는 한의원은 실력보다 분위기가 좋은 경우가 더 많다. 그 분위기는 소통과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한의원에서 원장이 즐겁고 의욕이 넘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대화다.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에서 벗어나서 직원들과 대화하고 저녁에는 여러 방면의 사람들과 만나서 많은 대화와 수다를 나누면서 우리는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타인의 의견을 통해 영감을 받게 되며 그 영감을 다시 나에게 적용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학부 때도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정보도 듣고 다른 친구들의 얘기도 듣는 것이 단 시간에 좋은 성적을 내듯이 우리에게도 학생 때와 같은 수다가 필요하다.

직원들과의 수다

직원들과의 수다는 한의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환자에 대한 정보를 직원들을 통해 듣게 되는 성과가 있으므로 원장실을 벗어나서 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한의원 분위기는 좋아지게 된다.

수다로 나누는 대화가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대화가 점점 많아지면 한의원은 원장실이라는 섬이 아니라 어느새 아리스토텔레스 광장과 같은 광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수다가 필요하다. 여성들이 수다에 빠지면 3~4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고 한다. 이렇게 몰입하는 수다를 통해 서로 더 발전하고 더 재미있는 일상이 되면 좋겠다. 재미난 스토리가 많은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다.

생각해보면 TV채널이 3개밖에 없어서 모든 사람이 ‘한지붕 세가족’ ‘전원일기’를 함께 보고, 인터넷이 없어서 가족이나 친구끼리 얘기를 많이 나누던 그때가 지금 보다 더 행복한 사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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