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한의학에 매몰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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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한의학에 매몰되지 말자
  • 승인 2015.11.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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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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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 한의사회 홍보이사
얼마 전 SBS스페셜에 ‘항생제의 두 얼굴’이 방송되었다. 여기에 항생제를 쓰지 않고 네 아이를 키운 엄마로 한의사 김효진 원장님이 소개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항생제를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써도 약이 듣게 하자는 것이다. 그게 ‘약’ 아닌가?” 라는 의견을 밝혔다. 즉석에서 이루어진 대본 없는 인터뷰처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이상적인 인터뷰였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선생님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1. 현대 한의학은 대한민국에서 주류의학이 아니다

그런데 일부 선생님들이 언론에서나 환자들에게 양방적인 치료를 모두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터뷰는 2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주류의학인 양방을 이용하는 환자와 국민들에게 ‘내가 잘 이용하고 효과가 있는 양방’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사람은 ‘항상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 , ‘내가 가지고 있는 인식’ 을 무시할 때 부정적인 인상을 받게 된다. 양방에서 ‘한의원 치료 받지 마세요’ ‘한의학 그게 의학입니까’ ‘한의원 치료 받을 거면 저한테 치료받으러 오지 마세요’ 라고 호통 진료를 하다가 외면당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국민들에게 한의학은 안타깝게도 양방으로 해보다가 안 되면 오는 ‘보완의료’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므로 현재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양방’을 인정하고 그 효과와 부작용까지도 잘 아는 ‘한의사’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인정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신뢰를 얻는 방법이 되지 양방을 무조건 무시하는 인터뷰나 환자티칭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항생제가 정말 필요할 때 잘 듣도록 하기 위해 한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설명은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물론 방송에서는 발효식품에 대한 내용만 있었다)

2. 국민들의 시각에 맞추어야 한다

한의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중 긍정적인 요소는 ‘화학적이지 않고’ ‘자연 친화적이며’ ‘오랫동안 사람에게 시행되어 온 안전성이 확보된 의학’ 과 같은 부분이다.

그래서 방송에서처럼 발효음식에 대한 강조나 자연친화적인 생활습관 교육, 안전성이 확보된 한약재의 사용, 침과 뜸 치료 등이 인식이 좋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강조하지 않고 ‘사주, 손금, 운기, 관상’과 같은 비과학적으로 인식되는 영역을 방송에서나 광고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한의학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다.

이 분야들이 ‘미신에 불과하며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일부 원장님들께서 진단이 아닌 설명과 환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주제들을 환자를 끌기 위한 광고나 홍보의 수단 혹은 방송에 나와서 언급하는 것은 지금 시기에 적절치 않다.

국민들이 한의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인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미신적인’ 이미지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방송과 광고를 하는 원장님들은 지금 거위의 배를 가를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

3. 의사의 인성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비난과 분쟁으로 가득하다. 의료계도 오래된 싸움이 국민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한의사 vs 의사, 한의사 vs 약사, 의사 vs 약사 등등. 그래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상대 학문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전문가의 태도에 무조건 순응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 때 ‘상대 영역의 장점을 잘 알고 존중해주며 그 분야의 부족한 점을 우리의 강점을 통해 보완하자’는 태도를 보여주는 방송태도와 칼럼은 신뢰 가는 매력을 더해준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라는 전문가 상은 ‘겸손한 지식인’이다.

‘한의학으로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공부가 부족해서이다. 한의학은 위대하다’ ‘사주나 손금도 무시하면 안 된다’와 같은 내용들을 주장하는 동료 선후배 한의사분들이 여러분들 주위에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 말들이 모두 틀리진 않지만 현대 한의학은 철저히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홍보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 위의 3가지 내용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시대 한의사는 ‘조금 더 합리적이며 겸손한 지식인’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적의 홍보전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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