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위주의 표면해부학(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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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위주의 표면해부학(12)
  • 승인 2012.09.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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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빈

권오빈

mjmedi@http://


표적이 되는 근육을 ‘푸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 증상은 이 근육을 탁 풀어주면 됩니다….”
“그런 경우 여기 여기 여기를 풀어주면 됩니다….”
근골격계 강의를 들으시거나 근육치료에 대한 논의들, 특히 MPS를 위주로 설명하시는 분들의 강의나 글에 이런 표현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신 적 있으시죠?

강의를 들을 때는, 그리고 실습을 할 때는 그대로만 하면 같은 증상이 한방에 다 나을 것 같이 느껴집니다. MPS의 경우 방아쇠점을 잘 자극하면 근육이 펄쩍 뛰는 아주 극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하죠. 추나 같은 경우는 ‘우두둑’ 하면서 뼈가 제 자리에 들어갈 것만 같은 소리들도 나구요.
저만 그런 느낌이 든 것일까요?

그런데 한의원에 돌아와서 분명 허리가 아픈 환자는 중둔근 티피를 탁 치면, 대요근을 건드리기만 하면 방아쇠점 반응과 함께 사라질 것 같은 증상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한번 건드려서 탁 튀면 없어져야 할 것 같은데 계속 찌르면 또 계속 펄떡펄떡 거리고. 또한 증상이 없는 근육에 방아쇠점을 찾아 찌르면 마찬가지로 펄쩍반응은 일어나고….
저의 경우 도대체 ‘탁 풀어주면’이라고 하는 건 어떻게 하는 것일까? 많은 고민이 바로 근육학에 대한 공부를 좀 더 심도 있게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근육을 ‘푸는’ 방법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잘 알고 계신 MPS 있죠. 방아쇠점을 자극해서 펄쩍반응을 유도하고 해당 근육의 단축을 해소하는 방법이죠.
그 다음 뭐가 있을까요? 사실은 이 방법이 MPS보다 훨씬 더 잘 알려진 방법입니다. 마사지죠. 근육을 주물러서 통증을 줄이는 방법.
그밖에도 무혈성 압박, 근막이완요법, J자 문지르기, 추나, 롤핑 등 기본을 이루는 이론적 배경들은 같은 근골격계를 가지고 조금씩 다른 해석을 전제로 하나 근육을 ‘푸는’ 방법들을 가지고 치료를 한다는데 있어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이것보다 더 많은 방법들이 있겠죠.

제가 나름대로 이 부분들에 대한 통합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어느 환자가 손목이 아주 아파서 안 해 본 검사가 없고 안 해 본 치료가 없더랍니다. 결국은 수술을 결심하고 손목을 잘 보는 의사를 수소문해서 수술을 했다죠. 전신마취 후 의사가 회진을 도는데 이렇게 말했답니다.
“수술은 아주 잘 되었습니다. 손목을 열고 인대들을 다 정리해 놨으니 움직이는데도 부드럽고 통증도 이젠 없을 겁니다.”

그런데 환자는 너무너무 화가 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수술자국이 나 있는 손목은 건측이었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손목의 인대를 정리했다고 했습니다. 즉 피부를 열고 인대 하나하나를 서로 잘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멸균된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인대 안팎을 쓰다듬어서 서로의 간격을 잘 떼어주고 지방 등의 결체조직을 때 밀듯 한번 닦아 낸 것이죠. 실제로 큰 파열이 없는 건, 인대 쪽의 수술들은 이런 식이라 하더군요. 그 후 실제로 완전파열이 아닌 경우 수술은 인대와 건을 ‘정리해 주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뭐, 양방에서의 수술을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단지 이 과정에서 많은 힌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근육을 풀어주는 것, 통증을 줄이고 운동을 원활하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특정 근육을 다른 근육과 유착에서 벗어나서 독립적으로 수축이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이후 표면해부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의 근육을 구분해서 만져보는 과정에서 나름 놀라운 결과들이 생겼습니다. 아파하는 근처 근육들을 구분해서 만져보기 위한 접촉 정도로도 통증이 많이 줄고 운동범위의 개선도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근육을 푼다고 하는 많은 요법들에 대해 다시 고찰해 보게 됩니다. 특히 MPS의 경우 표적근육의 펄쩍반응을 통해 다른 근육과 구분되게 강한 연축을 순간 유발시켜 다른 근육들과의 유착을 풀고 개별적으로 기능하게 해 주는 반응이 아닐까.
여타 스트레칭을 기반으로 한 요법들은 표적근육의 기시, 종시, 근복을 구분해서 그 근육의 탄성범위까지의 스트레칭을 통해 해당 근육의 독립적인 이완 수축운동을 가능케 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기왕 표면해부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보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다면 한번 확인해 보십시오.
근골격계 증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의 표적이 되는 근육을 찾으셨다면, 아니면 어느 근육이 문제가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표면해부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다른 근육과 구분해서 표적이 되는 근육을 찾아보신다면, 그 근육을 다른 근육들과 구분해서 기시에서 종시까지 잘 만져보십시오. 그리고 진단이 끝난 후 환자의 증상을 한번 확인해 보세요. 증상이 약간 경감되었다면 선생님께서는 치료의 대상이 되는 근육을 잘 감별해서 만져보신 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 연재하는 내용 중에 오류가 발견되시거나 궁금하신 점이 있거나 보충했으면 하는 내용이 있으시면 bean5@naver.com 으로 보내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권 오 빈
서울 경희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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