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중심 연구성과 창출 기틀 마련… 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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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 연구성과 창출 기틀 마련… 역량 집중”
  • 승인 2015.10.1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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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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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1년 앞둔 이혜정 한국한의학연구원장

[민족의학신문=대전, 김춘호 기자] 지난해 11월 한국한의학연구원 제8대 이혜정 원장이 취임했다. 이 원장은 취임 당시 한의계에 필요한 임상연구개발을 비롯해 소통 등을 강조하며 세계시장을 선점하는데 지금이 골든타임인 만큼 역량을 집중해서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나아가 창조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취임 1년을 앞둔 이혜정 원장을 만나 지난 1년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선진 한의학의 글로벌 리더로서 소통하고 협력해야
연구원에 대한 각계각층 다양한 요구 반영 모색
한의학연-한약진흥재단은 공통의 목표 가진 협력자


 ◇지난 1년간 한의계와 과학기술계의 요구를 듣는데 노력해왔다는 이혜정 원장. <대전=김춘호 기자>
▶취임한지 1년이 돼 간다.
한의학연이 부여받은 임무들을 파악하고 20년을 분석하면서 한의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한의계에서 원하는 임상 및 연구에 대한 요구사항, 근거중심한의학에 기틀을 마련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취임 후부터 계속해서 연구원 구성원들에게 한의 임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연구 성과 창출을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항암제 부작용 중 하나인 신경병증성 통증에 대한 전기침의 효능을 규명했고, 무릎 관절염에 대한 뜸 치료 효과의 과학적 근거 등을 마련했다.
연구 성과 외에도 작년 11월 중국 중의과학원과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올해 2월 조직개편 단행, 4월엔 향후 3년간의 경영목표를 담은 성과계획서 제출, 5월 제주 ICCMR 국제학술 행사 개최, 6월 연구원의 첫 지역조직인 한의기술응용센터가 대구에서 문을 열었고, 이어 최근까지 국정감사를 받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을 계속해서 추진해왔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수요자 중심의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한 부분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 특히 한의계와 과학기술계의 요구를 듣는데 노력해왔다.

▶지난 1년간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성과 창출 경영, 수요자 중심의 연구, 창의적 융·복합 연구, 개방적 대내외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연구원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건강한 국민 100세 시대를 열기 위해 평상 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맞춤건강관리방법을 제공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하는 한의학적 통합 예방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국민이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는 노인성·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 밖에 한의원, 병원, 환자 등 의료현장의 R&D 수요에도 귀를 기울여 한방 치료기술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진단·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등 한의약의 가치를 제고하는데 힘쓰고 있다. 또한 한약자원 확보기술 개발 등 지속가능한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도 추진하고 있다.

▶취임 후 한의 임상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있다면.
취임 후부터 한의계가 필요로 하는 임상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한의협, 한의학회 등 한의계 관련 단체와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한의협과 한의학연은 한의학발전협의체를 구성하고 수요자 중심의 연구를 통해 한의 임상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기획·정책·홍보·연구 4개 분야별 실무단을 구성하기로 했으며 지난 2월 조직개편을 통해서 한의 임상연구를 강화하고자 임상연구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또 새로운 한의약 치료 기술·처방을 발굴하고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한의 우수 임상기술(처방) 발굴 및 산업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달부터는 전국 시도한의사회를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처럼 한의계 및 한의 임상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취임 시 소통강화에 힘쓴다고 밝혔다.
한의계와의 다양한 소통은 물론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KIOM 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이는 이름 그대로 전 구성원과 공감을 이루며 하나가 되고, 행복한 연구원, 국민에게 사랑받는 연구원을 만들어 가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 직원과 소통했고 이 밖에도 보직자·비보직자, 연구직·행정직, 정규직·무기계약직·비정규직 등 비정기적으로 크고 작은 간담회를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한의계-정부-기업-국민’ 4계층이 한의학연에 바라는 것이 각기 다르다.
우리 연구원에 대한 수요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4계층에서 바라는 수요를 분석해본다면, 공통적으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한의약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활용단계에서 수요계층별로 요구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의계는 한의약 서비스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정부는 한의약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국민보건의료를 향상시키는 거시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기업 측면에서 본다면, 한의약 시장 내 아직 중소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술지원을 바라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보다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한의약치료를 받기 위한 객관적인 근거를 원하고 있다.
이미, 임상현장에서 필요한 연구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보다 수요자 중심의 연구개발을 위해서 연구개발 수요조사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확인된 수요를 연구개발에 반영하고자 한다.

▶분원 설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올 6월 대구에 한의기술응용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어 2017년에는 두 번째 지역조직인 한의기술융합센터(가칭)가 전남 나주에 설립될 계획이다. 현재 설계용역이 진행 중인데 올해 12월까지 마무리되면, 내년 3월 공사가 착수돼 2017년 9월 완공될 예정이다.
전남 한의기술융합센터는 한약자원의 보존 및 다양성 확보를 위해 한약자원 조사·수집, 보존·증식, 생산·가공 기술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또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한의약 기반 융합화를 추진하게 되는데, 한의약 융합기술개발 및 지역에 구축된 생물산업 인프라와 연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한약진흥재단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한의학연은 과학기술정부출연연법에 의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한의학연은 한의학 이론 및 기술, 한의의료행위 등에 대한 전문적·체계적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확산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육성 및 국민보건향상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출연연은 국가로부터 공통으로 부여받은 임무가 있는데, 한의학연도 다른 출연연과 마찬가지로 국가 아젠다를 해결하는 기초·응용 연구개발 성과로 관련 산업의 육성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나아가 수요기반 중소·중견 기업 기술지원 강화, 산·학·연 융합·협동 연구 확대, 과학대중화 활동을 통한 대국민 소통,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 활성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출범하는 한약진흥재단은 한의약육성법에 의한 재단이다. 한의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여러 사업들을 진흥하고 촉진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복성과 차별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기관이 경쟁관계거나, 투자의 중복을 얘기할 때 많이 거론된다. 하지만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한약진흥재단은 한의약 산업 육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협력자라고 생각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가 각각의 서로 다른 역할을 통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듯이 한의학연과 한약진흥재단은 서로 간의 역할을 보완하면서 한의약 분야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한의약 R&D 과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한의학 R&D는 중국에 비하면 규모가 적으며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올해 기준으로 복지부 보건의료 R&D 예산 3356억원 중에 한의약 R&D 예산은 121.6억 원으로 3.6% 수준이며, 2012년 기준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의 바이오의료기술 개발부분 R&D 1429억 원 중 한의학 분야는 31.8억원으로 2.2%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의약 관련 산업계가 일부 한방병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규모이기 때문에 민간주도의 R&D가 한계가 있다고 본다면, 정부주도의 R&D 투자 확대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확보된 R&D 예산은 ▲제도 및 보험 반영을 위한 임상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EBM 구축 및 경제성 평가 ▲다양한 융복합 연구를 통한 한의학 고유이론의 객관화 및 전통 한의이론을 효과적으로 해석·운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 등 도구 개발 ▲미래의료 메가트렌드에 부응한 조기 질병예측 및 맞춤 예방의학 분야의 연구개발 등에 투입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연구 결과는 임상 실용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한의약을 전공하고 타 학문분야와 융합하여 연구를 할 수 있는 우수한 연구인력을 많이 육성하는 것이다. 최근에 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한의학 전공자 중 연구자로 본인의 진로를 잡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학부 때부터 연구경험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연구자로서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것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세 번째로 대학, 연구소, 병원(임상가), 기업 등 각 연구개발 주체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병원이나 임상가, 기업은 현장에서의 수요를 발굴해 연구 주제에 반영되도록 제안하고, 대학, 연구소에서는 협력 연구를 통해서 현장의 수요를 해결하는 결과물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개발과 관련된 제도의 개선이 검토됐으면 한다. 유효성을 입증할 만한 임상 사례가 충분히 있고 부작용 사례가 극히 적게 보고되는 치료법의 경우, 연구자 임상을 위한 임상시험승인 요건을 현재보다 완화해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체계를 갖춘다는 전제가 필요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나라 한의약 R&D의 국제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국민 입장에서는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고 치료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또한, 현대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결과물이다. 물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의학도 함께 발전했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현대의료기기는 의학의 산물이 아닌 과학기술의 산물인 것이다. 현재 이원화된 의료 체계 속에서 한방, 양방으로 나뉘어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서 서로 대립한다면 의료기기를 개발한 분들이 안타까워하지 않을까?
앞으로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한다. 한방과 양방이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오로지 국민의 건강한 삶, 국민 보건 향상만을 생각한다면, 모두가 충분히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먼저 한의학연의 효율적인 연구시스템을 확립하고 핵심 우수 성과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임상 한의계와 관련 대학, 산업계 등이 서로의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미래 선진 한의학, 글로벌 리더로서의 한의학연을 위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집중하겠다. 나아가 선진의학 차원에서 스타과제를 발굴해 육성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학계의 리더가 되는 것, 세계 의학계에서 한의학에 관심을 갖고 학자들이 이를 배우러 우리나라에 올 수 있도록 세계화 차원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의 한의학에 대한 신뢰, 관심과 사랑으로 한의학이 이만큼 성장했고, 전 세계 어디로도 진출할 수 있는 자신감과 기틀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한의학, 글로벌 선진치료기술로 한의학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전체 한의계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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