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래포럼 47차 토론회]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버렸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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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래포럼 47차 토론회]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버렸어야 했나”
  • 승인 2015.09.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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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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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토의 : 강연석 교수 (원광대 한의대·한의학미래포럼 부대표)

우리에게 과거의 문헌은 중요하다. 좋은 연구는 좋은 문제의식을 찾고 가설을 세워 검증해나가는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정책은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인식을 갖고 풀어가려는 노력 속에서 도출된다. 과거의 문헌을 볼 때 갖는 두 가지 태도가 있다. 과거의 문헌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현재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상식으로 재단하려는 것이다. 둘 다 필요하지만 하나만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다. 이런 것들은 올바른 인문학을 통해 토론되었어야 하지만, 한의계의 문헌연구자들이 스스로의 학문에 대한 충분한 반성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한의계의 문헌연구자들이 잘못했던 것의 예를 들어 보면, ‘상한(傷寒)’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해보면 된다. 한사(寒邪)에 감촉되어 생기는 병이라는 막연한 정의를 내리는 교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한사’라는 것이 실재하고 있는,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실체인 것처럼 보이는 기술방식으로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때문에 과거 한사를 측정하려고 하는 연구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잘못된 인식과 문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잘못된 연구가 진행된 셈이다.

정책과 관련시켜 보면 현재 한의학이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 무엇을 잘하느냐, 현대사회에서 시술하기 위한 목표점이 무엇이냐, 한의사의 현대사회에서 역할은 무엇이냐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데, 이는 밖에서 한의사에게 던져지는 한의사의 상에 대한 질문들이다.

예를 들어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도 최종목표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도출하게 된다. 양방의사들처럼 감별진단을 하는 것이 목표냐, 아니면 우리가 하는 치료에서 시술과 역할에서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양방과 마찬가지로 감별진단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침과 한약을 쓸 때 나의 시술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냐에 따라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한의사 사회와 타 직종 간의 정책적인 합의를 이끌어 나갈 때에는 이런 고민이 매우 중요하다.

명확한 목표 없이 막연하게 의료기기를 쓰겠다는 것보다는 한의사의 미래상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목표의식 속에 어떤 도구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태우 교수가 말하는 한의학적 인식의 중요성에 동의한다.

현재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의 핵심과제는 한의사의 역량을 기술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의사가 어떤 사람이어야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인류학이라는 학문을 바탕으로 현장에서의 경험과 이야기들을 기술하는 작업은 현재 한의사가 이렇다 하는 것을 기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이는 이미 1952년 한의사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필요했던 작업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 사회 수준이 그럴 정도는 아니었다. 1990년대 이후 한의사 사회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의 한·양방 사이의 논쟁과 비슷한 주장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의사학과 인류학으로 대표되는 의료인문학을 통해 우리 학문을 우리 스스로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한의계에 많은 숫자가 있는 문헌 연구자들이 이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하는 동안, 인류학으로 우리 학문을 기술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앞으로 우리는 어디까지가 21세기 한의학의 참이고, 무엇은 버려야 할 것인지를 나누어 기술해야 한다. 

정리=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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