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래포럼 47차 토론회] “전통이 살아있다는 것은 생명력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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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래포럼 47차 토론회] “전통이 살아있다는 것은 생명력 있다는 것”
  • 승인 2015.09.2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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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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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 김태우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사실 전통이라는 말 자체는 근대적이다. 전통이라는 단어는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자리 잡았다. 삶의 양식 등에서 근대적인 것이 들어오니깐 기존에 있던 것들이 흔들리고 그것에 대비해 표현할 필요가 있어 전통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한의학이라는 말 또한 예전엔 없었다. 지금은 서양의학에 대비되는 말로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엔 그냥 ‘의(醫)’라고 썼다.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김태우 교수.

이번 토론회 주제인 ‘한의학은 어떻게 아는가: 한의학적 인식에 바탕한 임상, 연구, 정책에 대한 고찰’의 기본되는 문제의식으로 ▲서양의학·과학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는 근현대 이후의 한의학 ▲어떻게 한의학적 장점을 유지하면서 서양의학·과학과의 만남을 진행할 것인가? ▲한의학의 장점, 한의학적 인식과 깊은 연관 ▲한의학적 인식은 무엇인가? 서양의학·과학의 그것과는 어떻게 다른가? ▲인식적 차이를 고려한 서양의학·과학과의 고무적 만남은 어떻게 가능한가? 등을 들 수 있다.

인류학자들은 전통에 관심이 많다. 그 연구 결과들이 말해주는 것으로, 전통이 살아있다는 것은 곧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한의학박물관이 없다는 게 그 증거다. 살아있으니 박물관이 없는 것이다.

인류학과 한의학이 어떻게 만났는지 의문이 있을 것이다. 인류학은 현지조사의 학문이다. 현지조사를 통해 다양한 문화와 전통의학을 연구한다. 현지조사는 현장에 직접 가서 체험을 통해 문화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조사 하고 탈중심주의 관점에서 인류의 다양한 의료연구를 진행한다.

한의학적 인식에 대해 말하기 위해 진단에 포커스를 맞췄다. 의료에서 인식이 가장 가까운 곳이 진단이다. 진단을 보면 의학의 인식론이 보인다. 철학적으로 얘기하면 주체가 세계를 알아가는 방식이다. 다양한 전통의학의 진단은 인류학이자 의학, 철학적인 자료다.

서양의학은 대상화 할 수 있는 대상이 필수다. 혈당, 콜레스테롤, 암, 베타아밀로이드 등 특히 몸의 물질적 측면을 강조한다. 반면 한의학은 대상화 할 수 있는 대상이 필수가 아니다. 몸의 물질적 측면을 강조하지 않는다. 색(色), 맥(脈), 음성, 답변 등으로 표현되는 기의 양태. 생명현상, 질병현상 파악을 위한 주안점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서양의학적 인식의 역사적 형성을 보자.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저서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서양의학의 질병에 대한 인식은 단지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결코 최초도 아니고 근본적인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다룬 질병에 대한 인식도 있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서양의학이 사용하는 인식이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것을 강조하고 있다. 푸코에 따르면, 근현대 서양의학 인식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탄생했다. 공간화와 언어화의 동시 대상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복수 동시 대상화를 통해 인식의 다양성을 배제했다.

공간화는 질병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인간의 몸을 공간으로 구획하는 것이다. 어디에 병인이 발생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간화를 통해 질병을 파악한 후 언어화 하는 것이다. 결합, 질병현상에 대해 병명이나 정의가 연결이 되는 것이다. 동시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적 인식의 차이를 보면 서양의학은 복잡다기 변화무쌍한 질병현상에 대해 공간화, 언어화의 동시 대상화를 통한 인식의 표준화가 19세기부터 자리를 잡았다. 또 인식의 표준화를 의사(주체)와 질병현상(세계)의 접점에 작용하고 대상화 용이한 몸의 물질적 측면을 강조한 인식의 표준화다. 한의학은 한의사(주체)와 질병현상(세계)의 접점에 인식의 표준화가 없다. 다양한 학파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상화하기 어려운 기의 양태를 현상학적 인식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한의학을 연구하면서 인상적인 것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한의학 인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왜 서양의학과 비교할까? 융합이 대세인데 차이를 이야기할까?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미 두 의학은 많은 것이 섞여 있다. 융합을 하더라도 차이를 분명이 알아야 한다. 서로에 대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융합이 돼야 한다. 제대로 된 융합을 위해서는 차이를 분명히 알고 시도해야 한다.
한의학적 인식은 서양의학과 차별화되는 한의학 강점의 근간이고 인식의 차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 차이에 대한 고찰 위에서 서양의학·과학과의 만남에 대한 논의와 임상, 연구, 정책,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리=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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