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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래포럼 47차 토론회] “한의학적 강점 흔들릴까 염려” “한의사에게 대한민국 현실은 정글”
플로어 토의
2015년 09월 24일 () 09:24:17 박애자 기자 aj2214@mjmedi.com

“한의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필요성 있기 때문”

김태우 교수(경희대 한의대):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착종됐기 때문에 분리해서 어떻게 만났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다. 제준태 간사가 패널토의에서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만남의 가능성에 대해 잘 설명해줬다. 그게 또 각각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 차이를 강조하려고 한다. 19세기 서양에서 현대의 의학이 발생하기 이전에 4체액설이라고 해서 히포크라테스부터 내려오던 의학이 있었다.

이전의 서양의학은 한의학과 가까웠다고 할 정도로 4체액의 균형을 강조했다.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었지만 19세기 근대화 영향으로 서양의학이 생기면서 갈라지기 시작한 틈새가 점점 벌어지는 방향으로 인식의 관점이 바뀌었다.

결국 그런 방향성은 서양의학이 점점 더 의사들이 몸을 사용하지 않고 진단기기 등 기계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국내 빅5 병원에 가면 환자 보는 시간이 채 10분도 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점점 더 환자를 보지 않게 만드는 구조로 가고 있다.

반면, 한의학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실시하는 통계 중 환자만족도에서 높은 순위에 매겨진다. 한의학이 환자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환자 케어나 인식, 진단 방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양의학은 모니터를 보고 진단하지만 한의학은 환자의 눈을 보고 진단한다.

그래서 앞으로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만난다면 서로의 장점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부분이 돼야 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사랑과 인터랙션(대화)을 강조하는 것이 한의학적 강점이 될 것이다.

한의학적 인식이 어디까지인가는 간단히 대답할 문제가 아니지만 발제를 기본으로 말한다. 한의사들은 여러 가지 인식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한의사들이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 또 다른 인식이 생길 것이다. 여전히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인식론을 바탕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인식을 통해 좀 더 넓어지는 방식으로 간다면 기존의 한의학적 효능을 바탕으로 점점 더 여러 가지 한의학이 가진 포용성을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서양의학적 인식과 한의학적 인식이 착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중요한 근간이 흔들리게 되면 가장 중요한 한의학적 강점이 흔들릴까 염려된다. 서양의학에서의 지식은 대상화시킨 지식들이 의사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체계를 이루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중심주의에서 한의학을 바라보면 체계가 잡히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다른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다.

서양의학은 드러나는 기표, 언어화가 치밀하게 자리 잡았고, 모든 것을 대상화시킬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대상화시킬 수 없는 이론이 없는 상황에서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의학은 환자의 다양한 경험이라든가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에 환자를 다르게 볼 수 있다.

상한 등 한의학의 병명은 서양의학에 비해 모호하다. 하지만 한의학이 병명이 모호해서 헷갈리는 것이 아니라 모호하기 때문에 한의사가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만든다. 한의사가 여러 가지 현상을 만지고 느껴 인지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는 장치인 셈이다.

   
◇김재효 한의학미래포럼 대표
김재효 대표(한의학미래포럼):
의학지식이 근대사회로 변할 때 전통의학을 계승하지 않고 특정 학문으로 갈아탔다고 했다. 계승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의 축적된 지식의 양에 비해 새롭게 습득하고 의사가 할 수 있는 한계로 인해, 계승하는 것이 어려워서 할 수 있는 것만 남기고 못하는 것은 묻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의사는 전통지식을 기반으로 인식을 넓혀가야 하는가 아니면 현대의학처럼 필요한 것만을 골라 정리하고, 새롭게 갈아타야 하는가?

김태우 교수: 발제에서 말했다시피 전통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전통의 효능이 충분히 발현된다면 현재 고통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한의학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면 위에서 서양의학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강연석 교수(원광대 한의대): 김태우 교수의 말에 동감하는 계층은 한의학에 대하여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동료들이다. 하지만 한의사에게 대한민국 현실은 정글이다. 한의사를 못 죽여 안달인 사람이 많은 곳이고, 날선 질문을 던지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한의사들이 날선 질문을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19세기 서양에서는 근대국가가 설립되면서 도시화가 이뤄졌고, 도시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것은 위생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서양에서는 서양의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한편에서는 전통의학에 대한 공정한 평가 없이 전통의학을 폐기했다. 그 결과, 미국, 유럽 등 서양에서는 전통의학을 서양의학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보완대체의학으로 생각한다.

한의학 역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였었지만, 유럽처럼 보완대체의학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주류의학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다소 책임이 적은 보완대체의학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주류의학으로서 사회의 요구에 맞춰 답을 해야 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의학이 국가 시스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요구하는 ‘근거’, ‘주관성 배제’, ‘표준화’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한의사 스스로 자가검열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그러한 요구에 쫓기다 보니 뭘 하는지도 모르고 한의학의 장단점도 없이 그냥 따라다니기에 바빴던 것 같다.

   
◇이태형 박사

이태형 박사(경희대 한의대):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꼭 이분법적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의학에서는 맥과 색을 보는 현상학적 징후와 연결되는 진단방식도 있지만 동의보감 목차를 보면 환자의 내형 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모습도 고려한다는 걸 볼 수 있다. 즉, 한의학에서도 인식의 표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동의보감의 목차나 구조 자체가 동양의학의 표준화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서양의학과 다른 표준화는 완벽하게 꽉 짜여있지 않아 의사들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것이다.

탈중심적 시선으로 봤을 때 서양의학과 대비되는 차이가 아니라 한의학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차이점뿐만 아니라 공유될 수 있는 지점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서양의학이 최근 들어 과학화·표준화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과 대비되는 보완대체의학, 통합의학 개념도 생겨났다. 꼭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만 강조할 필요가 없다.

한의학이 현대에 존재하는 이유는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약 임상 실재가 추구할 수 있는 참이라고 한다면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특정 인식론으로 펼치는 의료행위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고려해봐야 한다.

김태우 교수: 서양의학도 현상학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수술 시 집도의 개인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상학적 관점이다.

서양의학을 강조했던 것은 우리가 이미 그쪽으로 발을 디디고 있고 여러 가지 정책이 그쪽으로 가려고 하는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강조하면서 한의학적 특성을 얘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한의학은 국가 체계 안에 들어와 있다. 근대 국가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국가 체계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최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요구하는 것은 복지다. 이것이 한의학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복지 측면에서 볼 때 요구하는 것은 근거다.

국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의료비용 절감인데, 한의학은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강점이 있다. 치미병 등 이미 대상화된 질병을 접근할 수 있는 방식 등 한의학의 강점을 가지고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전통의학은 근대에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고, 차별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서 한의계는 바쁠 수 밖에 없다.

강연석 교수: 김태우 교수가 한의학의 전통이라는 컨텐츠를 강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인류학이라고 하는 매우 세련된 학문의 방법론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인류학은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최신 학문인 셈이다. 우리는 국가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답을 기술할 때 한의학의 강점과 단점을 바탕으로 이야기해야 하지만, 그 방법론은 매우 현대화된 학문의 기술방법을 따라가줘야 한다.

제준태 간사(한의학미래포럼): 서양의학과 한의학을 나누기 어렵다고 하는 곳 중 하나인 내과와 마음, 심리 등을 치료하는 정신과는 오히려 한의학의 이미지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곤 한다. 과거 딱히 질병은 없는데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를 과거에는 꾀병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신과로 보낸다. 정신과에서는 적응장애라든지 모호한 진단을 내린다.

반면, 한방내과는 추상적인 진료에서 실제적인 진료로 돌아오는 중이다. 예를 들어 ‘상한’은 한방내과 입장에서 볼 때 심각한 문제다. 진단명으로 ‘상한’이라고 했을 때 ‘상한’의 의미가 연차마다 달라져야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업무가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결정하는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한의학에서 장점이라기보다는 단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도제식 교육이다. 도제식 교육은 최근 한의대 교육 시스템에서 극소수의 수련의와 특정인의 제자가 돼야 가능하다. 현재 한의사 전문의 비율은 17% 정도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5명 중 4명이 도제식 교육으로 피드백을 받지 못해 모호한 용어를 누구에게도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해석으로 사용해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학회나 단체에서 병명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채윤병 교수(경희대 한의대): 한의학의 본질적인 모습과 현대 한의학의 현실 속에서의 모습, 정부나 정책적인 부분에서 한의학이 보여줘야 할 모습, 국가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한의학의 모습을 잘 보여줘야 한다.

김태우 교수: 여러 가지 한의학의 모습이 어떤 게 참일까의 지적들을 한의학의 처우에서 공통점을 찾아 고민해봐야 한다. 참을 찾아가는 측면에서 한의학적인 내용과 고찰의 전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위에서 여러 가지 정책적인 정부의 요구 등에 답을 하면서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여전히 한의사는 바쁠 수밖에 없다. 

정리=박애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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