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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뜬금없는 ‘의료일원화’ 물타기
데스크 칼럼
2015년 04월 16일 () 10:15:33 홍창희 기자 chhong@mjmedi.com

한동안 ‘장그래 열풍’이 불었다. 웹툰으로 유명한 ‘미생’이 드라마로도 성공해 사회 곳곳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둑 수련생 출신 주인공의 냉혹한 현실에서의 성장 과정은 ‘장그래법’으로 통칭되는 말까지 만들었다.

드라마 ‘미생’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판이 안 좋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두는 한 수, 국면 전환을 꾀하는 그 한 수를 바둑에서는 묘수 또는 꼼수라 부른다. 성동격서라 할까.…” 장그래는 ‘꼼수’를 읽어낸다. 이에 ‘꼼수는 정수로 받는다’는 바둑의 원리를 떠올린 장그래는 기지를 발휘….

지난 6일 국회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의 단식에 뒤 이어 마련된 자리였다. 대표적인 의료직능단체인 두 단체의 서로 다른 주장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의견 수렴을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한의협과 의협, 언론, 시민단체 등 당사자와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6인의 진술을 통해 바람직한 입법 및 정책 결정을 위한 도움을 받았다. 대체적으로 ‘국민들의 편익을 위한 국민들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런 말들이 나왔다.

현직 기자인 진술인은 “양쪽이 싸우면 결국 손해는 국민들이 본다”는 입장이었고, 시민단체의 진술인은 “의료기기는 하나의 중립적인 도구며, 국민들은 한의사와 의사의 다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협이나 한의협의 대표들도 사용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이 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을 진행 중이며, 올 상반기 내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의원들도 다수 진술인들의 주장과 협의체 구성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의협 측 진술인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전제로 ‘의료일원화’ 이슈를 제기하기도 했다.
의사 출신의 의원도 “전문가 그룹의 갈등 영역에 일반인들의 결정은 안 될 말이라며 그보다 전문가들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그리고 공청회 이후 부쩍 의협 등 양방에서는 의료일원화에 대한 얘기가 늘었다.

일종의 국면 전환 시도다.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여론의 흐름이 유리하지는 않다는 판세 분석일까. 물론, 의료일원화는 풀어야 할 과제다. 그렇지만 ‘의료기기 사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안이다. 면허의 통합이 걸린 문제다. 작은 과제를 풀자고 벌인 마당에 그것도 해결하지 못 하고 더 크고 풀기 어려운 난제를 먼저 하자는 주장의 속내는 뭘까.

‘일원화’가 거론된 지 수십 년이 흘러도 진전이 안 된 지금, ‘의료일원화’가 먼저라고 얘기하는 것은 앞으로 수십 년 이상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 사이에 ‘작은 문제 해결은 안 하겠다’는 또 다른 표현인가.
일의 해결에도 순서가 있다. 어찌 보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도 장기적인 맥락에서는 의료일원화를 향한 과정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의료일원화’를 먼저 논할 때가 아니다.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한 후 해도 늦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게 의료일원화를 쉽게 만드는 길일지도 모른다.

장그래의 말처럼 ‘꼼수에는 정수로 받는 게 맞다’. 

홍창희 국장 chhong@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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