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중 칼럼] 한의사 처방한약, 도핑에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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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중 칼럼] 한의사 처방한약, 도핑에 안전하다
  • 승인 2015.08.2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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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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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중 칼럼

‘도핑(doping)’이란 선수가 경기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금지약물이나 금지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도핑 방지는 선수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기를 위해 시행되고 있다.

윤성중
경희장수한의원 원장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도핑방지위원
최근에는 프로배구 곽유화 선수의 한약 도핑 발언으로 한의계가 시끄러웠다. 도핑검사에서 천연물에 존재하지 않는 성분인 펜디메티라진과 펜메티라진이 검출된 것을 복용하지도 않은 한약 탓으로 돌린 것이 한의계의 공분을 불러왔다.

또, 모 공중파에서는 유명 체조선수의 어머니가 도핑 걱정에 아들에게 한약을 먹이지 않고 복분자만 먹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한의사에 의해 처방된 한약은 도핑에 안전하며, 선수들의 건강 향상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

십전대보탕 등 한약, 모두 도핑 음성으로 나타나 안전성이 입증
현재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이하 KADA) 홈페이지에는 ‘2013년 한약재 성분 분석 및 도핑관련 물질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한약도핑에 대한 정보가 게시되어 있는데, 도핑금지성분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한약재로 마황, 마인, 호미카(마전자), 보두를 언급하고 있다. 반하나 백굴채 등 나머지 약재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평소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K대학교 태권도 선수들에게 십전대보탕, 생맥산, 육미지황탕을 복용시킨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마황, 반하, 백굴채, 마인을 하루 최대 복용치 50% 농도(10g/50ml)로 1일 2회 2일간 복용케 한 경우에도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한약공정서 수재 한약 중에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같은 ‘상시금지약물’은 없다. 즉, 운동선수들은 평소에는 한약을 복용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질병 치료와 경기력 강화에 있어서 한약의 복용을 꺼릴 이유가 없다고 하겠다. 다만, 아래 4가지 한약만 경기 직전과 경기 중에 복용을 피하면 된다. 이들 한약의 사용에 있어서 주의해야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감기약이나 비만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마황’은 흥분제 금지약물인 에페드린(ephedrine)을 약 1~2% 함유하고 있다. 에페드린의 반감기(성분이 1/2로 줄어드는 시간)는 3~6시간이다.

실험에 의하면, 소청룡탕 과립제를 1일 3회, 3일간 복용한 경우, 에페드린이 48시간 내에 100% 배출되었다. 완전 소실기는 반감기의 약 10배이므로, 단기간 복용 시에는 3~4일, 장기간 복용 시에는 6~7일의 휴지기를 가지면 충분하다.

다음으로 대마의 씨인 ‘마인’은 금지약물인 THC(tetrahydro cannabinol)을 함유하고 있는데, 산지에 따라 함유량의 차이가 크다. THC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 것도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마인이 도핑 금지약물에 해당되지 않는다. THC는 지용성으로, 반감기가 4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변비약에 처방되는데, 유통되는 껍질이 제거된 약용 마인은 도핑에 안전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주로 위장약이나 진통제에 쓰이는 ‘호미카(마전자)’와 ‘보두’는 약 1~2%의 스트리키닌(strychnine)을 함유하고 있으며, 지용성으로 반감기가 53시간에 이른다. 이들은 독성이 심해 사용량이 미미하고, 처방례가 적으므로 도핑에 문제가 될 소지가 거의 없다.

공진단이나 녹용보약, 자하거, 해구신도 도핑에 무관
이웃나라 중국은 특이하게 ‘사향(인공사향)’을 도핑제로 선정하고 있는데, 중국은 합성무스콘에 DHEA 성분이 첨가된 인공사향을 주로 사용하는 탓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의 러시아산 천연사향을 사용하므로 중국의 경우와는 다르다. 천연사향으로 도핑에 문제가 되기는 극히 어려우며, 일반적인 공진단에 들어가는 사향 30~100mg이 인체의 DHEA농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일일 DHEA 분비량의 수십~수백분의 1에 불과하며 도핑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체육협회는 마황, 마전자와 아울러 녹용의 IGF-1(Insulin-like Growth Factor-1)을 주의하라고 하였으나, 녹용의 IGF-1은 4~8㎍/g수준으로 극미량 함유되어 있으므로 도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녹용의 복용으로 IGF-1 상승이 관찰된 사례는 없었다. 또, 녹용에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함유되어 있으나, 이 역시 극미량이다. 10g의 녹용에 함유된 테스토스테론은 3.4ng에 불과하며, 이는 성인남성의 일일 평균 테스토스테론 분비량 6mg의 1/1,764,705에 불과한 수치다. 따라서 녹용의 복용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

물개의 음경과 고환인 해구신에도 안드로스테론(androsterone)이 미량 존재하나, 해구신의 1일복용량이 3~9g에 불과하므로 도핑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다.

또, 인태반제제에는 금지약물인 코티손(cortisone)이 없다. 제조공정에서 호르몬 성분은 제거된다. 자하거를 그냥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코티손이 도핑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태반 하나에 함유된 코티손은 약 45㎍에 불과하다. 거의 존재하지 않는 양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천연물에 존재하는 미량의 호르몬이 도핑에서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

한의사에 의해 조제된 ‘처방한약’은 도핑에 안전
우리나라에서 ‘한약’이라는 용어가 약품과 식품의 영역에서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어, 운동선수나 체육지도자는 한약과 식품 그리고 건강보조제나 보충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건강원이나 제품의 형태로 유통되는 ‘식품한약’은 한의사의 진단에 의해서 제공되는 ‘처방한약’과는 다르다. ‘식품한약’의 복용은 보충제처럼 선수나 지도자에게 그 책임이 있으며, 도핑에 대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반면에 한의사에 의해 조제되는 한약은 국가의 한약공정서에 수재된 한약재로 처방된 ‘처방한약’으로 도핑에 대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한약공정서에 수재된 한약 중에 도핑 상시금지약물은 없으며, 여태 우리나라에서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으로 인한 도핑 위반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앞으로는 한약 도핑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 종식되고, 운동선수들의 질병 치료와 경기력 향상에 안전한 한약이 적극적으로 이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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