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악 의학의 합리성, 보편성, 실효성 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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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악 의학의 합리성, 보편성, 실효성 확연
  • 승인 2015.02.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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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

조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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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의 독서일기-<5> 張介賓「類經」
조 남 훈
원당경희한의원 원장
장경악(張介賓‧景岳)의 역작이다. 선생이 61세에 저작한 것이다. (內)經을 (分)類하여 撰하고, 주석을 달았다.

학생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으나, 정말 한의사가 꼭 보아야 할 책인 것 같다. 지금 생각에는 「內經」보다는 「類經」을 교과로 가르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 같다.

특히,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會通類와 類經圖翼의 求正錄이다. 만약 시간이 없다면 求正錄만이라도 보는 것이 좋다.

「類經」을 읽다보면 특히, 按이라는 글자 이하의 기재를 보면, 장경악이 추구했던 의학이 어떤 것인지 확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것은 합리성, 보편성, 실효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기존의 번잡한 이론도, 위 세 가지에 부합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비판을 가한다. 예를 들어, 三焦는 형태가 없는 장부가 아니고, 左腎右命門은 틀린 이론이라고 하였다. 이것들은 모두 「難經」의 오류라고 하였다.

類經 藏象類 3장에는 三焦에 대한 기재가 있다. 「難經」의 有名無形을 비판하면서 주머니 비유를 들었다. 아주 정확한 비유이자 비판이다. 즉 ‘三焦는 장부의 밖에 몸체의 안에 있으면서 모든 장기를 다 망라하는 한 체강의 큰 부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三焦에 대한 자세한 장경악의 주장은 附翼 3권 求正錄에 나와 있다. 그런데도, 남는 의문은 三焦는 실제로 어떤 장부인가? 인체의 어느 부위, 장기를 지칭하는 것인가?

類經 疾病類 60장 消癉熱中에는 다음과 같은 치험례가 나온다.

‘이름은 천신(薦紳: 신분명으로 선비, 학자를 뜻함), 소인은 나이가 사십이 넘었는데 글공부하느라 피로가 쌓여 큰 병이 되었다. 증상은 신(神)이 곤궁하고 먹는 것이 줄어들며 이따금씩 많이 두려워하였다.

상초가 갈하지 않아(無渴) 탕수(湯水)를 좋아하지 않으며 혹 조금이라도 마시며 막혀서 운행시키지 못하였다. 그러나 매일 밤이면 두세 되의 오줌을 누는데, 그것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를 알 수 없고 또한 반은 혼탁한 액체가 오줌 끝에 이어졌다.

진단과 병리는 다음과 같다. 환자는 병든 이래 밤새도록 잠을 못 이룬 것이 이미 반년이 넘었으며 여가가 있을 때 틈틈이 몽롱하게 잠자는 것과 같은 때가 있는데 꿈에 죽은 사람이나 초상치르는 등의 일이 나타나거나 귀신도깨비와 서로 친한 것을 면할 수 없다 하였다.

 ◇類經
내가 진단하여 이는 사려함으로 피로가 쌓여서 심신(心腎)을 손상시켜 원양(元陽)이 이미 무너졌으니 곧 음사가 왕성하므로 음몽(陰夢)이 많은 것이다. 양이 쇠하니 기가 허하고 양이 음을 통솔하지 못하니 수가 기로 화하지 못하므로 물을 적게 마시는데도 오줌이 혼탁하다. 양기가 점차 회복되면 음사가 저절로 물러날 것이다.

사용된 치법은 귀비탕에서 백출, 목향을 거하고 팔미에서 목단피와 택사를 거하여 한편으로는 양을 길러주고 한편으로는 음을 길러주어 그때그때 바꾸어 가며 사용하기를 300여제를 사용하였다. 인삼을 합계한 것이 20여근에 이른다고 하였다.

위 치험례는 消渴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위 치험례가 소갈의 증상인지도 고민하게 되었다. 다뇨와 혼탁뇨가 주증상인 위 치험례는 현대적 병명으로 당뇨병이거나 단백뇨로 볼 수 있겠다. 위 치험례를 다시 네 가지로 가정해 보았다. 첫 번째는 소음인 당뇨병, 두 번째는 소음인 비당뇨병, 세 번째는 비소음인 당뇨병, 네 번째는 비소음인 비당뇨병이다.

그럼 첫 번째 가정인 소음인 당뇨병을 살펴보면 소음인이 팔미 3백제를 먹을 수 있을까? 두 번째 가정인 소음인 비당뇨병을 살펴보면 증상으로만 본다면 전형적인 당뇨병 증상은 아니고, 기허와 기울이 겸한 증상으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팔미에서 걸린다. 세 번째 가정인 비소음인 당뇨병을 살펴보면 이것도 가능성은 있으나, 인삼을 20여근 사용하였으니, 이 또한 정확한 진단은 아닌 것 같다. 네 번째 가정인 비소음인 비당뇨병을 살펴보면 이것도 세 번째 가정과 비슷한 결론에 이른다. 아무튼, 분명 체질은 있었을 것이고 가능성으로 보자면 두 번째, 네 번째가 높을 것 같다.

類經 질병류 66장에는 諸痛不可用補氣藥에 관한 기재가 있다. ‘후세에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하여 “통증에 보법이 없다”고 하는 자가 있고, “통하면 아프지 않고 아프면 통하지 않는다”고 하는 자가 있다. (중략) 통증에도 역시 허실이 있어 치료법에도 역시 補瀉가 있으니 그 변별하는 법을 모두 상세히 알아야 한다. (중략) 대저 溫補法으로 통증을 치료한 자가 적지 않았다. 다만 근대의 薛立齋, 汪石山 등 부류의 사람들이 특히 이를 정확하게 터득하였다. 어떻게 단계를 흉내내면서 “모든 통증에는 기를 보할 수 없다”고 하는가? 일부분에 국한된 사람들의 의견이 어찌 좋은 법이겠는가’라고 하였다.

「東醫寶鑑」에도 諸痛不可用補氣藥에 관한 논설이 3곳 나온다. 胸部, 腰部, 用藥 등이다. 결론은 통증에는 補氣藥을 쓰면 안 된다. 그러므로 통증에는 人蔘을 쓰지 말라고 한다. 왜 통증에 補氣藥 쓰면 안 되나? 人蔘을 쓰면 안 되나? 그리고, 위 논설이 사실이라고 판단하여도, 사상체질의학 입장에서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少陰人이고 인삼을 사용할 증상이라면 어찌하여야 하나?

장경악은 주단계에 대해서 어찌 보면 무조건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 같을 때가 많다. 학문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떤 콤플렉스가 추가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하지만 위 논설은 아주 명쾌한 논리적 승리라고 생각된다.

類經 질병류 72장 腸澼에서는 장벽의 원인으로 한열에 대한 논설이 있다. 장벽(이질)이 열이 아니라 한으로도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주단계를 비판한다.

‘장벽(이질)이 寒으로도 올수 있다는 근거로 우연히 참외나 과일을 지나치게 먹음으로 인하여 生冷에 손상되었으나 아직 鬱積까지 이르지 않고 감촉됨에 따라 이질이 되는 경우, 혹은 빗물의 陰寒에 적중되어 이질에 걸린 경우, 혹은 음식의 서로 범하는 것으로 이질이 되는 경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질 원인으로써의 한열에 있어 유하간과 주단계의 이론까지 설명하고, 특히 주단계를 맹렬히 비판한다. 일견 장경악의 말이 맞지만, 장염에 체질과 관계없이 黃蓮, 黃柏이 일정 부분 효과가 있는 것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이질에는 열증이 많고, 열증에는 黃蓮, 黃柏 같은 약의 효과가 좋다. 복통, 설사에 지금도 사용되는 정로환(正露丸)에 黃蓮, 黃柏이 사용된다. 하지만, 寒熱 虛實을 구별하지 않고, 이질이라는 병명에 매여서 찬 약만을 썼던 당시 학풍에 경악의 비판은 높이 살만하다.

장경악의 책을 보다보면, 마치 모범 답안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장경악의 주장은 이치에는 맞지만, 실제 임상에서의 활용도 면에서 주단계의 그것보다는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임상의로써만 본다면, 주단계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丹溪醫集」을 보면 알겠지만, 결코 주단계가 찬 약만, 보음만 생각하신 분이 아니다.

類經 鍼刺類 17장에는 五時와 五腧에 관한 기재가 있는데, 기존의 「難經」 기재와는 사뭇 다르다. 즉, ‘겨울에는 井穴을 침자하고 봄에는 滎穴을 침자하고 여름에는 腧穴을 침자하고 장하에는 經穴을 침자하며 가을에는 合穴을 침자하는 것이다.’ 「難經」의 春-井, 夏-滎, 季夏-腧, 秋-經, 冬-合이 잘못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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