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한의학을 대단히 이념적으로, 또 교조적으로 정의하고 해석해 왔습니다. 저는 이것이 전통-현대 이분법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한의학의 정의는, 특히 볍률상의 한의학의 정의는 가능하면 현재 한의사들이 하는 임상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가 굳이 전통-현대 이분법으로 사고해서 음양오행, 장상, 경락이론을 버리거나 아니면 계속 안고 가거나의 선택 대상으로 만듭니까? 음양오행, 장상, 경락이론은 나름의 가치가 있으며, 굳이 우리가 현대 한의학을 전통 한의학과 대비되는 것으로 만들어 한의학의 범위를 좁히고 이 이론들을 우리 스스로 버릴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전통 한의학이란 용어가 문제가 됩니까? 우리가 전통-현대 이분법을 통해 한의학을 바라볼 때는, 그리고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듯 음양오행, 장상, 경락 등을 ‘전통 한의학’에 속한다고 취급해 버리면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대 한의학’에서는 이 이론들이 설 자리가 없으며 반드시 버려야만 하는 대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