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97] 萬卷書를 모아 만든 百草金字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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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97] 萬卷書를 모아 만든 百草金字塔
  • 승인 2015.09.3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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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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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草綱目拾遺」①


「本草綱目拾遺」는 서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明代 李時珍의 「본초강목」에서 빠트린 내용을 추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여 만든 책이다. 혹여 「본초강목」의 후속편이나 부록 같은 인상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실상 이 책에 담겨진 성과와 광범위한 약물학적 지식은 결코 만만하지 않아 청대 본초학 최고의 결정판으로 평가된다.

 

 

 

 

◇ 「본초강목습유」

 

 

청대 본초서를 꺼내 든 까닭은 지난 주말 중국 의오에서 열린 단계의학학술대회에 참가하여 新羅人蔘과 瓊玉膏 처방을 사례로 고대 한-중간에 이루어진 의약교류 사실과 전통의약 발전에 대해 발표하고 난 다음이라 바닷길로 오고갔을 약재교역에 대해 부쩍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귀국길에 들른 항주 도서전에서 운 좋게 「본초강목습유」 초사본 하나를 구해 자세히 살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은 알다시피 趙學敏(1736∼1816)이 편찬하여 1765년에 간행한 본초서로 전10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략 282종의 의학서를 인용하였고, 343종에 달하는 經史百家의 여러 문헌 자료를 광범위하게 참고하였다.

또한 저자가 스스로 약초를 채집하고 재배한 견문과 임상경험을 종합하여 소개하였으며, 「본초강목」 가운데 착오가 있는 곳을 일일이 정정하였기 때문에 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저자 조학민은 원래 浙江省 錢塘(지금의 절강성 성도인 杭州)에서 지방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큰아들인 조학민이 유학을 공부하여 조정의 높은 관직에 나아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일찌감치 과거를 포기하고 동생인 趙學楷와 함께 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하여 마침내 일반 의원들을 능가하는 독자적인 경지에 도달하였다.

또한 이들 형제는 그들의 아버지가 꾸며준 養素園이라는 이름의 藥圃를 운영하며 약초를 직접 심고 재배하고 실험해 보면서 본초연구를 거듭하였다고 전해진다.

그가 이 책을 펴내게 된 것은 그의 집안에 만 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장서를 소유하고 있었고 또한 그가 태어나 살고 있었던 절강성 일대에는 예부터 이 지역에 전해 내려오던 희귀한 江閩秘本을 참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지금도 항주시의 西湖 인근에는 건륭제 때 「四庫全書」를 수장하기 위해 건립하였던 四庫全書樓 가운데 하나인 文瀾閣이 옛 모습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이 비각 앞 정원에는 네모난 연못이 조성되어 있고 연못 한 가운데에는 仙人峰이라고 불리는 기이한 형상의 怪石이 우뚝 솟아 있어 독특한 풍광의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전각 앞에 있는 이 연못은 만일의 화재에 대비해 防火用水를 공급하기 위한 용도로 조성되었으나 書庫와 비각의 경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역할도 크다.

우리나라 창덕궁 안에 있는 宙合樓와 그 앞에 정방형으로 파인 연못, 芙蓉池도 또한 이러한 용도로 조성되었을 것이며, 책을 읽다 지친 학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심신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고려하였던 것이다. 이 주합루의 1층이 바로 정약용을 비롯하여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등 규장각 閣臣과 新進士類들이 책을 읽고 사색하였던 규장각이고 2층의 탁 트인 공간이 열람실인 주합루 대청이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보물 1769호로 지정된 이 건물은 정조가 즉위하던 1776년에 지어진 것이고 항주의 문란각은 청조 乾隆 때인 1782년 건립되어 光緖 연간 1880년에 재건한 건물이라고 하니 전각의 설치와 정원의 조성은 조선이 한발 앞서 선구적인 모범을 보인 것 같다.

또 정조는 등극 후에 「사고전서」가 나온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중국으로 가는 사신에게 거금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전질을 구해오라는 특명을 내린 바 있으니 고금의 지식은 거저 얻어지는 법이 아니다. 억만금을 들여서라도 공들여 모아놓아야만 거기서 새로운 지견을 꽃피울 수 있는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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