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균의 도서비평] 생명의 탄생과 멸종 담겨 있는 화석과 지질학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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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의 도서비평] 생명의 탄생과 멸종 담겨 있는 화석과 지질학의 세계
  • 승인 2015.01.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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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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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망치를 든 지질학자

생명의 탄생과 진화의 역사를 짚어볼 때는 항상 지질학이 기본이 된다. 곤충의 역사나 식물의 역사, 동물의 역사 등의 지구상에 살아있는 생명활동을 하는 것은 모두 이 지질학에 기본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자연사의 기본 골격은 지질학에 바탕을 두고 지구의 모든 생명역사를 서술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바다의 생성과 육지의 이동이나 분열이 지질학의 연구로부터 밝혀졌고, 지구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응해온 생명의 역사가 진화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지질학 연구의 기초적인 대상은 암석이고, 그 암석 가운데 화석은 진화의 비밀을 해석가능하게 한다.

그 화석의 발견과 해석은 과거 지구상의 생명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떤 환경에서 생존하게 되었는지를 밝혀낼 수 있으며, 오늘날의 생명들은 어떻게 발전했으며, 미래의 과정들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이 책은 평생을 지질학에 몸담으며, 밖에서는 각지를 돌아다니며 지질조사를 통해 지층과 화석을 관찰하고, 안에서는 연구실에서 이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방안들을 모색해왔던 지질학자의 얘기다.

장순근 著
가람기획 刊
모두 8장으로 나뉘어, 1장 화석의 발견과 연구, 2장 공룡과 공룡화석, 3장 광물과 바위와 지층, 4장 발자국 화석, 5장 황금과 금속광석들, 6장 화석 관련 뒷이야기, 7장 지질학의 이모저모, 8장 야외지질조자와 연구실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널리 일반인들에게 지질학의 세계를 알리고자 하는 의도도 있지만, 후배들에게 지질학의 연구방법까지 자세하게 일러주고자 하는 따뜻한 온정도 담아서, 체계적이고도 충실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내고 있다. 읽는 중간에도 그런 느낌이 들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구나 나도 배낭하나 메고 망치를 들고서 전국을 돌아다니고 싶은 충동까지 느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글 속에 가끔 엿보이는 수필과 같은 언급들이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어쨌든 영화나 소설 속에서 느꼈던 공룡시대를 상상하기보다는, 실제로 지질조사를 해가며 내 손안에 잡히는 지질학의 세계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가지게 되리라.

그러나, 이 책을 넘기다 보면, 저렴한 책값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나만의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자연과학서에 단돈 만원 한 장도 들지 않는 값이 매겨졌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실상 내용을 들춰보면 도무지 실망스럽게 만드는 장면들이 한 둘이 아니다. 글 속의 설명과는 달리 사진은 모두 흑백으로 되어 있어서 실제의 느낌을 거의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석이나 지층의 구분이 색상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자의 설명에 부응하여 이해하고 접근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무엇이 공룡의 발자국인지, 무엇이 암석의 성분을 가릴 수 있게 하는지 명암만 가지고는 일반인으로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이 바로 단점이 될 수 있는 것도, 현장성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도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학술적인 체계를 잡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물론, 재미와 학술적인 것은 그 근본부터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미를 통해 학술적인 접근을 유도할 의도라면, 흥미 있는 현장답사의 얘기들을 우선으로 하고, 학술적인 정리를 위한 공간을 군데군데 삽입하는 정도면 될 것이고, 그 반대라면 학술적 체계를 잡고 그 실례를 한두 가지씩 겸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 후속될 책을 기대해 본다.<값 9000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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