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균의 도서비평]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식민사학의 영향, 제대로 알아야 한다
상태바
[김홍균의 도서비평]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식민사학의 영향, 제대로 알아야 한다
  • 승인 2015.09.03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홍균

김홍균

mjmedi@http://


도서 비평 | 「식민사학이 지배하는 한국고대사」
 
이 책은 고대사학계 특히, 저자의 전공분야에 속하는 가야사를 중심으로 한 고대사학계의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부끄러운 민낯을 보이고 싶지 않은 바도 있겠지만 과감히 학계의 실상을 표출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역사학자로서의 의식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여긴다. 그렇다.

이희진 著
책미래 刊
사실 따지고 보면 고대사학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문제의 바탕은 이 땅에 뿌리박고 있는 식민사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비록 고대사학계 특히 가야사학계의 문제로 국한시켜 얘기하고 있지만, 이 글을 쓰는 필자로서는 우리 사회 전반의 참담함을 가슴에 안게 된다.

천황이라는 인물을 내세워서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고자 했던 이른바 황국사관(皇國史觀)을 확대시켜, 일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조선의 국권을 침탈하고 식민지를 경영하기 위한 발판을 삼았던 식민사관(植民史觀)이, 어째서 해방된 지 70년이 되도록 이 땅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확대되고 재생산될 수 있단 얘긴가?

직간접적으로 일제의 교육과 혜택을 받아 손에 쥘 수 있었던 권력과 재력들이 그들 후손들에게 이어지고, 그들이 차지한 정계·재계·학계에서의 영향력은 해방이 되어서도 막강한 힘을 휘두르게 된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그들만의 잔치에 소외된 나머지들은 그들에게 엎드려 굴종을 견뎌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와 같이 식민사학은 이 땅을 지배하는 초석으로써 그 위치를 굳히고, 나아가 그 세력을 점진적으로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두뇌가 서울대학교에 몰린다 해도 이러한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기득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바로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구조 속에서 내 할아버지와 내 아버지가 청산하지 못한 일제의 잔재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어둡게 만들고, 후손들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 한의학계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해방이 되고서도 민족의학으로써 우뚝 서지 못하고, 일제의 주재소를 중심으로 설치했던 보건소에 오늘날 한의계가 진입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해방 전의 의료제도가 그대로 답습되어 국립대학에 진입하지 못하는 한의과대학이 그러하고, 양방의료진을 중심으로 한 의료체계가 그러하고, 우리 의학의 역사를 배우는 교과서마저 미키 사카에(三木榮)를 계승하고 있는 서울대 김두종(金斗鍾)의 「한국의학사(韓國醫學史)」가 중심이 되어 있는 것도 그러하다.

이런 전반적인 모순들로 볼 때 우리 한의학계는 아직 해방되지 못한 식민지 상황이며 독립운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지만, 역사적 소명의식이 없는 것인지 전국 한의과대학에 아직도 독립된 의사학 분과가 되어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긴, 필자도 연전에 침(鍼)의 기원이 우리 동이족에서 비롯되었다는 논문을 냈다가 민족주의적인 사관이란 얘기를 들었다.

이런 민족사관(民族史觀)과 같은 의식은 세계 1, 2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원인이 되었던 것과 같기 때문에 위험한 사관이란 얘기다. 식민사관을 탈피하고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하는 일이 엉뚱한 얘기로 몰아붙여지는 것에 씁쓸함을 느끼지만, 국치일(國恥日·8월 29일)을 맞이한 오늘의 소회를 이 책을 통해 적으며 우리 후손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값 1만4000원> 

국치일(國恥日)을 맞는 오늘 金洪均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