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한의학 2012년의 자화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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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한의학 2012년의 자화상(3)
  • 승인 2012.08.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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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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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의대 교과서 사용실태 및 개정현황 ③ 약리학, 병리학

약리학, 신뢰도 높은 약리학적 연구결과 보완 필요
병리학, 변증과 진단 표준 위한 임상통계연구 절실

<글 싣는 순서>
1. 한의과대학 교과서 사용실태 및 개정현황
2. 한의과대학 연구소 취재기
3.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진료실 대기 풍경
4.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응급실 취재기
5.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특화진료현황 

본지가 전국한의과대학에 ‘강의계획서’ 자료를 요청해서 취합된 8개 대학의 자료를 파악해 본 바에 의하면, 전국한의과대학에 약리학교실이 설치되어 있는 곳은 경희대, 상지대, 원광대 등 3개 대학이고, 그 외의 한의대에서는 전공필수교과목으로 약리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대학별 약리학 교과서 사용실태를 살펴보면 ▲경희대·상지대 「한방약리학」 ▲대구한의대·대전대 「리핀코트의 그림으로 보는 약리학」, 「한방약리학」 ▲동국대 「하버드 핵심약리학」, 「리핀코트의 그림으로 보는 약리학」 ▲세명대 「약리학」 ▲우석대 「임상약리학」 ▲원광대 「약리학 강의」, 「한방약리학」 등을 주교재 및 부교재로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1 참조>

2005년 2월 전국한의과대학 한방약리학교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한방약리학」이 최초의 공통교재로, 2006년, 2010년에 개정판을 발간했다.
공통교재가 발간되기 이전에는 전국한의과대학 약리학교실에서는 (양방)약리학 또는 약대에서 배우는 성분 위주의 생약학 교재를 주로 사용했으며, 지금도 대부분의 한의대에서는 (양방)약리학 중심의 교재를 사용하는 한편 몇몇 대학은 「한방약리학」을 부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10여 년 전, 양방약리학과 다른 한의학 원리에 따른 한방약리학 강의가 절실하다는 뜻을 같이하는 몇몇 교수들이 모여 교재편찬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공통교재 편찬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공통교재에는 현대임상연구결과의 반영이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자체적으로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희대 한의대 약리학교실 김형민 교수는 “진정한 한방약리학이란 한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은 서양의학적 모델에 한방약재를 대입하는 수준”이라며, “한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약리학적 연구가 진행되는 것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 공통교재에 반영할 자료가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한방약리학은 한방생리학, 한방병리학, 본초학 등을 바탕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의학의 표준화를 위해서는 한방 임상결과와 연계할 수 있는 한방생리실험모델과 한방병리실험모델 등이 정립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한방약리실험모델 등에서 연구결과의 축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공통교재 개정시에 양의학 이론이 아닌 한의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약리학적 보고들 중에서 신뢰도 높은 연구결과를 집중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교과서에 반영될 개정내용도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약리 효과 또는 그 기전 연구결과가 전공 구분 없이 아주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임상적으로 치료율은 물론 신뢰도 상승 등을 위한 한방약리학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대될 것이기 때문에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의식있고 실력 있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공통교재 편찬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 한의대 약리학 교수도 “의대나 약대의 경우에는 임상과 연계되지 않은 일을 했을 때는 비난을 받고 공청회를 열어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거치는데 한의계는 이런 문제에 대해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한의계에서 소통의 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2> 전국한의과대학 병리학교실에서 사용하는 공통교재 「한방병리학」
한편, 전국한의과대학 한방병리학교실은 경희대, 대구대, 대전대, 동국대, 상지대, 세명대, 우석대, 원광대 등 8개 대학이 모두 한방병리학 교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한방병리학」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방병리학교실의 최초 공통교재는 1998년에 발간된 「동의병리학」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당시 한국한의학연구소)에서 수행된 ‘한의진단명과 진단요건의 표준화연구(1995-1997)’의 연구성과물을 그대로 교재의 ‘변증론’에 반영하여 한의학의 특징인 ‘변증론치’의 표준화를 기획하여 담아냈다.
이후 2001년에 초판이 발간된 「한방병리학」은 두 번째 공통교재로, 2005년에는 병리학 기초이론의 임상적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좀더 실질적인 교재의 필요성에 따라 ‘한방병리학 교재편찬위원회(위원장 지규용 교수)’를 구성하여 2007년에 개정판을 발간하여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공통교재가 발간되기 이전에는 「동의병리학」(문준전, 안규석, 최승훈, 고문사, 1986), 「한방병리학」(문준전, 안규석, 최승훈, 고문사, 1989), 원광대(정우열 교수), 대전대(김성훈 교수)에서 편찬한 교재를 각 대학별로 독자적으로 사용했다. <사진2 참조>

세명대 한의대 병리학교실 김정범 교수는 “전국한의과대학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동일한 수준의 통일된 교육이 가능해졌고, 공통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 대학에서 사용해온 교재를 바탕으로 우수한 내용이 많이 보완되어 교재의 수준이 높아졌지만, 교육이 획일화됨으로써 대학별 특성은 약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현 공통교재에는 약침이나 파동침 기타 치료법 등 임상가에서 활용되고 있는 치료법의 원리가 아직 교과서에 반영되고 있지 않아 보완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한의전 신상우 교수는 교과개정 흐름에 대해 “한방병리학 교재의 편제 및 내용에 한국 한의학의 특징인 「동의보감」과 사상의학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다”며, “현재 각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방병리학 실험실습을 표준화하기 위한 「한방병리학 실습지침서」를 개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출간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지대 한의대 병리학교실 이선구 교수는 임상연구반영 부분에 대해 “KCDOM(3차 개정)의 한의변증부분에 대한 해설이 임상과 가장 직결되는 내용”이라며, 공통교재에 이론적인 정리는 잘 되어있지만, 이를 활용할 임상례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구한의대 병리학교실 박종현 교수는 “병인이나 병기 부분은 고전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지만, 변증 부분은 진단 표준과 관련된 연구 성과물이 반영되고 있다”며, “다만 그러한 연구들이 임상통계와 연계되어야 하는데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현재의 공통교재는 중국에서 정리된 내용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학의 특성이 반영되지 못했고, 변증과 진단의 표준에는 임상통계적인 연구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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