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한의학 2012년의 자화상(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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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한의학 2012년의 자화상(5)
  • 승인 2012.09.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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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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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의대 교과서 사용실태 및 개정현황 ⑤ 원전학

용어 및 개념에 대한 ‘다양한 해석’, 학문적 합의 선행돼야

<글 싣는 순서>
1. 한의과대학 교과서 사용실태 및 개정현황
2. 한의과대학 연구소 취재기
3.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진료실 대기 풍경
4.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응급실 취재기
5.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특화진료현황 
 

본지가 전국한의과대학에 원전학 ‘강의계획서(2012학년도 1학기 기준)’ 자료를 요청해서 취합한 8개 대학의 자료를 파악해 본 바에 의하면, ▲경희대·대구한의대·대전대·동국대·상지대는 「유편황제내경」을 주교재로 삼고 있으며, ▲세명대는 「황제내경 독송본」 「유편황제내경」 ▲우석대는 「현토주석 장씨유경」 ▲원광대는 「황제내경 독송본」 「황제내경소문」 등을 각각 교재로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편황제내경」 공통교재(왼쪽)와 「황제내경독송본」.

전국한의과대학 원전학교실에서 발간한 공통교재 「유편황제내경」은 기존 황제내경소문, 영추의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핵심적인 내용 위주로 간추려 새롭게 편성하여 2005년 3월 초판이 발간되었다.
이후 2006년, 2009년에 중복 인용문의 삭제 및 오자의 수정, 누락된 내용 보완 및 주석을 보강하여 개정판을 발간했지만, 내용적인 부분에서 새롭게 반영되지는 않았다.

상지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이용범 교수(대한한의학원전학회 회장)는 “교과서 편찬작업을 할 때 교수들이 파트별로 나누어서 맡은 부분에 대해 정리한 것들을 종합해서 그대로 실었다”며, “원전학에서 새로운 견해란 주로 해석학에 대한 부분인데, 원전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학계로부터 검증 및 인정을 받아 교과서에 실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특성도 있어 최근 나온 연구결과를 실제로 교과서에 싣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공통교재에는 독창적 견해보다는 이전에 대표 학자들의 해석을 담았으며, 여러 학파들의 견해를 실음으로서 학파마다 다양한 생각을 갖게 된 배경과 임상으로 연결되는 일련의 사고의 흐름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원전학의 교육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와 개념의 표준화에 대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표준화는 있어야 한다”면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몇몇 학설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하지만 광범위한 개념에 대해서는 교수들끼리도 어느 정도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연결 연구논문 생산 부족”
두루뭉술 내용…학생들도 혼란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장우창 교수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용어나 기본 개념 통일에 앞서서 해당 문구의 현대적 의미에 대해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학 원전은 연구나 번역뿐만 아니라 기본 텍스트를 임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본이론을 만드는 역할도 중요하다.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정창현 교수는 원전학의 현대적 연구부분에 대해 “전승, 혁신, 세계화 중 ‘전승’이 바로 현대화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한의학의 정수를 전승함에 그치지 않고 현대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러한 연구 결과들이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및 여타 학회지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범 교수는 “원전에 대한 연구논문들은 임상과 결부시키는 논문 생산에 주력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러한 연구논문생산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장우창 교수도 “학술적 연구성과의 축적이 미흡하고 임상 현실에 적용하려는 측면이 부족한 면이 있다”며, “원전의 현대적 해석에 관해서는 수년 전부터 원전학회에서 테마를 설정해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연구 성과를 발표했지만, 원전을 임상까지 연결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필요하면서도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A대의 경우는 공통교재를 주교재로 선정했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공통교재가 아닌 또 다른 교재를 사용하는 등 강의계획서에 나타난 교재와 실제 교재가 다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A한의대 K 학생은 “공통교재를 사기는 했지만, 막상 수업시간에서는 공통교재로 수업을 하지 않아 공통교재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교과서를 안 봐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K 학생은 “원전학이 아주 옛날에 쓰였고, 또 그 의미가 함축적이라서 해석의 폭이 다양하다는 특성도 있겠지만, 해설서에 따라서도 내용이 다르고, 교수님마다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며, “학생들은 명확한 걸 배우고 싶어 하는데, 두루뭉술하기도 하여 학생 입장에서는 수업을 듣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시험 때 답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 학생들끼리도 헷갈리고 해설서마다 달라 원전학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기도 한다”며, “원전학 수업이 임상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환자를 진료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교과서는 수업을 하는 교재이고, 교재에는 수업에 참고할 자료가 실려 있어야 한다”며, “보기 좋은 교과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더 이상 다른 참고자료를 찾아 헤매는 게 아니라 교과서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세명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조학준 교수는 “이러한 혼란은 한 사람이나 하나의 학회나 단체에서 표준화된 용어나 개념을 제시한다거나 한의학연구소에서 논문 발표 및 표준화 서적을 발간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한의학을 연구, 교육하는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학문적인 토의를 거쳐서 도달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며, 가르치는 사람부터 용어나 개념에 대해 학문적인 합의를 이루어 그 내용을 공유, 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한의학원전학회는 “조선 조정에서 금속활자로 찍어낸 황제내경소문을 중국 판본과 교감하고, 현토를 붙인 「조선판 황제내경소문」을 2013년 초 출판할 예정으로, 「유편황제내경」과 함께 상호 보완적인 교재로 사용함과 아울러 국내 황제내경소문의 기준판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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