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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13)-9. 한의 치료는 어디에 개입하는가
정확한 변증 통한 적확한 의학적 개입
2012년 06월 21일 () 17:32:41 이훈희 mjmedi@mjmedi.com

<글 싣는 순서>
1. 알로스테시스란 무엇인가?
2. 스트레스 반응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

4. 알로스테시스와 자가면역질환
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
6. 알로스테시스와 수면장애
7. 알로스테시스와 무월경
8. 스트레스와 병인론
9. 한방치료는 어디에 개입하는가?
10. 체질을 생각해보다
11. 감초의 재발견
12. 마무리 제언 

한의학이 포착해 낸 관찰들, 이를테면 환자의 증상과 징후들은 다소 은밀하고 일상적인 감각들인 탓에 진단 및 치료의 평가에 있어 지표를 객관화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더하여 망문문절의 필터링을 통해 지표를 확인하는 과정 역시 오직 의사의 주관에 의존하기 때문에 의학적 진단과 개입에 있어서의 적확함과 엄밀함은 의사의 숙련도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관찰의 해석은 또 다른 문제다. 기성의 한의학은 외부로 나타나 포착된 관찰들을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시대가 누겁됨에 따라 관찰을 해석하는 툴 역시 의가의 흥망성쇠에 따라 변천하였고, 받아들이는 의자에 따라 변하는 해석의 가치도 이와 함께 자연사를 겪었다. 현대에 한의학을 하는 우리로서는 이런 누적된 문제를 선결해야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로에 놓여 있다.

일상생활에서 제기되는 문제들
한의약 치료는 어디에 개입하는가? 의학적 개입의 시점과 지점, 더불어 의학적 개입의 양상에 대한 논의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개념과 시나리오1) 를 고찰하는 것부터 시작될 수 있다.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환자 삶의 패턴에 깊숙이 관여하는 의학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징후들이 환자 삶의 패턴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병인론이 태생한다.

내인, 외인, 불내외인을 구분하여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일으키는 자극들을 적극적으로 소거하려는 시도는 환자 스스로 혹은 醫者에 의해 삶이 관조됨으로써 치료율이 보다 높아질 가능성을 제공한다.

HPA axis에 영향을 주는 여타의 요인을 배제하여 주요인을 확정하고 본치의 개념에 근접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학적 개입의 양상은 환자 삶에서 문제가 되는 행동을 수정하고 인지를 교정하는 치료와 체를 같이 하며, 이는 특히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시나리오1에 유효하다.
현대에 와서 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식습관이나 운동양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 등이 일종의 굳혀진 버릇처럼 작용하여 이를 교정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환자들의 일상적인 경험을 정확히 파악하여 얼마나 현실 가능한 요소로 다가갈 것인지가 치료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요컨대 버릇은 우리 몸과 마음에 시간을 두고 형성된 삶의 궤적들로 시스테믹한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되는 증상들의 시원이다. 또한 전에도 얘기했듯이 習을 형성하는 신경망의 시냅스 가소성과 관련하여 버릇 굳히기는 쉬워도 버릇 떼기는 힘들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하여 의사의 두 가지 목표라면 환자 삶의 패턴에 정밀하게 관여하여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일으키는 요인을 정확히 관조하는 것과 이를 적극적으로 소거하기 위해 보다 현실가능하고 세련된 의학적 개입의 요소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체질의학과의 상관성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시나리오2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양태에 있어서 personal variance의 문제를 내포한다. 여기에 체질관이 태생한다. 알로스테시스에서 스트레스는 정신적인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며,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병인의 개념과 다소 닮아 있다. 해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은 심혈관계, 대사계, 소화계, 생식계 등 여타의 시스템에도 확장되어 해석할 여지를 마련하고, 이러한 아이디어가 기존의 체질의학이 점유했던 프레임이기도 했다.

허나 그러한 해석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선결과제로 남아 있다. 심리적인 스트레스에 한정한다면 개체간의 변이를 설명할 수 있는 후보들이 몇 있다. 보다 상위의 위계로서 prefrontal cortex와 PVN간의 시냅스를 들 수 있다. 유년기2) 에 적절한 자제력을 훈련받지 못했거나 학대 같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우 PVN을 억제하는 전전두 피질의 공능이 제한적으로 발달한다는 근거가 있다. 또한 편도체 의존적인 공포학습능력은 증강됨으로써 인풋의 정보들을 보다 정서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제공하기도 한다.3)

스테판 포지스에 의해 미주신경 브레이크(vagal brake)라고 명명된 polyvagal system4) 역시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의 개체간 변이를 설명하는 후보다. 흔히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해 광범위한 교감신경계 영역이 흥분된다고 알려져 있다. 허나 그전에 vagal brake가 교감신경계에 대한 걸쇠를 해제해야 가능한 일이다.

스트레서가 소거되면 vagal brake가 다시 활성화되고 미주신경긴장도가 회복되며 이는 곧 건강한 반응이 된다. 하여 만성적으로 미주신경긴장이 낮은 경우 vagal brake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러한 환자들은 늘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와 관련된 증상들을 호소한다.

endocannabinoid system은 반복적인 스트레스자극에 대한 방어적 측면으로 HPA axis 활성의 습관화에 관여한다.5) 인체에 그다지 유해하지 않는 노멀한 자극은 물론이고, 혹은 강도 높은 스트레서라도 진화에 꼭 필요한 이점이 있었다면 몸에 대한 로딩은 가급적 줄이면서 행동적 측면은 촉구해야 마땅하다. 대표적으로 장거리 달리기가 그러하며 러너스 하이는 스트레스 시스템에 길항하여 endocannabinoid system이 관여한 현상이다.
체질의학은 각종의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양태에 대하여 개체간의 변이를 패턴화했고, 이에 따라 의학적 개입의 형태를 달리하며 경험을 축적하면서 발전해왔다.

보사법의 활용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시나리오3은 보법이 예방의 의미를 넘어 치료의 의미로써 시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시나리오3에서는 해마의 위축에 따른 HPA axis의 만성적인 hyperactivity가 관찰되며, 보다 상위 위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적확한 의미의 의학적 개입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전통적인 한의약 치료의 보법에 사용되는 본초와 처방들은 대개 신경세포의 보호와 관련하여 HPA axis의 리셋에 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근거가 있다고 알려진 단미와 복방들에는 조구등, 황금, 천마, 오미자, 갈근, 인삼, 금불초, 목근피, 사향, 우황, 삼칠근, 산조인, 호도, 시호, 계혈등, 연근, 옻, 송엽, 단삼, 홍화, 진피(물푸레), 모과, 홍삼, 백자인, 용안육, 복신, 원지, 백출, 복령, 황금, 석창포, 생강, 건강, 오약, 치자, 하수오, 울금, 분심기음, 우귀음, 사물탕, 양격산화탕, 청폐사간탕, 총명탕, 순기활혈탕, 귀비탕, 육미지황탕, 육울탕, 자음건비탕 등이 있다. 상술한 바 처방을 투여하였다면, 인지기능의 개선과 불면의 호전을 치료의 평가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사법의 경우 여타의 시스템이 겪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용지될 여지가 있다. 이 과정에서 땀, 소변, 대변 등의 라이프 사인은 한의약이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된다. 개입 시점을 결정짓는 도구로서 이용되기도 하고, ‘일시적 배출’로서 어떤 치료의 성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허나 필자의 견지로 보면 그보다는 부교감신경의 공능 등 여타의 시스템이 회복된 지표로서 해석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는 체온조절, 수액대사, 소화기계의 운동성 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간접적으로는 스트레스에 적응하여 희생됐던 시스템의 회복과 모두 관련이 있다.6)

한의약은 때로는 사법으로, 때로는 보사겸시의 치법으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줄이고자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일상성의 감각들인 라이프 사인을 follow-up하면서 환자 몸 상태의 유기적인 양태를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난치질환의 대처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시나리오4는 기존 의학계에서도 난치라고 부르는 질환들이 포진해 있다. HPA axis의 만성적인 hypoactivity는 면역계에서 보다 특징적인 증상들을 보여준다. 자가면역질환 및 염증질환 증상의 양태와 더딘 치료효과 등으로 인한 환자심리상태의 변동은 초보 임상의들이 관리하기 힘든 환자군을 만들어낸다.

환자 삶에서 문제가 되는 習的 요인을 교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떻게 HPA axis의 활성을 회복시켜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남는다. 여기에 대한 필자의 미숙한 대안은 감초를 주로 하는 고방의 활용과 사관 등의 유효 혈위에 사혈이나 수기 같은 강도 높은 자극을 더하는 것, 그리고 몸에 온열의 요소를 주입하거나 혹은 내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승양익기의 처방들이다. 강호제현의 축적된 경험들이 공유되길 절실히 바란다.

마치며
한의약이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다중성분 다중표적 약리다. 그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고방에서 후세방으로 올수록 방향성의 응집이 다소 희석되어 부작용 및 치료의 강도가 비례하여 떨어지는 면도 있다. 무엇이 됐든 임상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특정한 의학적 개입을 선택했을 때 선택의 이유와 함께, 치료에 있어서 개선될 지표를 확인시켜주는 작업이 환자와의 신뢰 형성에 꼭 필요할 것이다. 證으로 포섭된 증상과 징후들이 생·병리에 기반하여 유기적으로 연계된 관찰임을 환자에게 보여주고, 의학적 개입 이후 개선될 상황들을 확정함으로써 치료의 유인을 높이는 것이다.

정확한 변증을 통해서 적확한 의학적 개입의 시점과 지점을 확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인체에 대한 생·병리 메커니즘이 궁구히 탐색되었을 때 가능한 표현일 것이다. 생·병리 메커니즘과 문헌과의 연계는 구시대의 해석을 검증가능한 명제로 대체한 뒤에야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생활양식을 꾸준히 닦아야 함은 물론이다. 수많은 제현들의 연구로 구시대의 관찰과 해석이 일생토록 덮어두고자 했던 블랙박스가 아니라 환하게 밝혀진 화이트박스가 되길 기대해본다. 요컨대 의학은 메커니즘이 뒷받침되어야 고급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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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07 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4)-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을 참조하라.

2) 보다 자세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하라. McEwen BS. Allostasis and Allostatic Load: Implications for Neuropsychopharmacology. Neuropsychopharmacology. 2000 Feb;22(2):108-24. 특히 “EARLY LIFE EXPERIENCES”에 주목하라. 비교적 뇌 신경망이 유연하게 가소할 수 있는 때까지 하여 선천의 특질이 결정된다. 선천을 마무리 짓는 두 가지 주요한 이벤트는 경험 자극에 따른 시냅스 가지치기 양상과 수초화일 것이다. 복내측 전전두 피질이나 전 대상피질에서 편도체로 가는 신경섬유의 수초화는 출생 후 9개월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는다. 허나 복내측 전전두 피질과 전 대상피질의 수초화가 생후 1년이면 어느 정도 완료가 되므로 이 정도 시기에 아기들의 기질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3) 감정적 체험을 어느 수준까지 환원시켜 해석할 것인지는 인지과학의 주요 난제다. 그럼에도 필자는 다음의 아티클을 볼 때마다 심담허겁의 병기가 연상되는 것을 주체할 수 없다. Conrad CD, LeDoux JE, Magariños AM, McEwen BS. Repeated restraint stress facilitates fear conditioning independently of causing hippocampal CA3 dendritic atrophy. Behav Neurosci. 1999 Oct;113(5):902-13.

4) 전반적인 논의는 다음을 참조하라. Porges SW. The polyvagal theory: new insights into adaptive reactions of the autonomic nervous system. Cleve Clin J Med. 2009 Apr;76 Suppl 2:S86-90.

5) Hill MN, Patel S, Campolongo P, Tasker JG, Wotjak CT, Bains JS. Functional interactions between stress and the endocannabinoid system: from synaptic signaling to behavioral output. J Neurosci. 2010 Nov 10;30(45):14980-6.

6) 한의학의 특징 중 하나라면 라이프 사인 같은 일상성의 감각을 진단 및 치료의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치료의 평가와 관련하여 땀은 몸의 열을 잘 올렸는지의 지표로 활용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소변이 잘 나오는 것은 몸의 RAS 시스템이 잘 억제되었는 지와 관련하여, 대변 선통은 위장관의 율동과 운동성이 잘 회복되었는 지와 관련하여, 소화가 잘 되는 것은 샘 분비 등 부교감신경의 공능이 잘 회복되었는지 보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이는 만성적인 HPA축의 활성으로부터 희생되었던 시스템의 회복을 살펴봄으로써 알로스테시스 과부하가 개선되는 지표로 활용될 여지를 마련한다.

이훈희 / 경북 김천시 구성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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