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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12)-8. 스트레스와 병인론 ②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한의학은?
2012년 06월 14일 () 11:09:50 최연승 mjmedi@mjmedi.com

<글 싣는 순서>
1. 알로스테시스란 무엇인가?
2. 스트레스 반응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

4. 알로스테시스와 자가면역질환
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
6. 알로스테시스와 수면장애
7. 알로스테시스와 무월경
8. 스트레스와 병인론
9. 한방치료는 어디에 개입하는가?
10. 체질을 생각해보다
11. 감초의 재발견
12. 마무리 제언 

 少火生氣 壯火食氣
스트레스반응의 산물인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수면과 각성주기와 관련돼 각성상태에서 먹이 찾기, 포식자로부터의 도망 등 陽的 움직임을 취하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진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HPA 축에 의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일정 톤을 유지하여 생명체에 동과 정이 갈마들게끔 하는 핵심요소가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HPA 축은 다양한 내외부의 자극들을 유입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자극들이 쉽사리 HPA hyperactivity를 유발하며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지속적인 상승을 야기한다.1)

이러한 관점은 “少火生氣, 壯火食氣”라는 한의학적 표현과 맞물린다.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존재 및 적절한 톤(tone)의 유지는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고 적응적이지만, 과도한 HPA축의 발동은 오히려 동적 평형을 유지하는 데 부담을 준다. 불행하게도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정서적으로 매우 취약한 존재로서 다종다양한 사회적 스트레서들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쉽사리 장화식기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부딪힘
스트레스 및 스트레스반응을 좀 더 추상적인 개념 하에 설명하면, “이질적인 것들 사이의 부딪힘과 갈등, 그리고 이에 대한 해소”에 대한 전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질적(hetero)인 것끼리는 부딪힘이 없다. ‘동질적인 것’들은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조차 되지 못한다. 우리가 둘 이상 이라고 말할 때는 각 개별자들 사이의 어떠한 차이가 존재할 경우이다(水는 一이고 火는 二이다).

氣라는 단어는 구름의 생성변화에서 연원했다고도 하는데, 구름의 생성이란 다름 아니라 바로 이질적인 공기유형의 부딪힘의 결과다. 이질적인 것이 ‘나’에 부딪혀서 만들어내는 현상들이 바로 목화금수의 한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이질적인 것과의 상충은 면역계, 소화계, 피부호흡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건들과의 부딪힘에서도 일어난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관계들이 나에게 부딪혀오면 몸과 마음은 쉽사리 잦아들 줄을 모른다.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활동을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게 되는 전 과정이 말하자면 스트레스와의 조우이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적절한 스트레스반응은 적응적이지만 불행히도 인간은 항상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동양의 유불선에서는 이러한 인간존재의 불완전한 조건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가는 그 해결책으로 천인상응을 제시한다. 즉, 이질적인 부딪힘이 아예 없게끔 하라는 요구이다. 사시사철에 순응하며 외부의 흐름에 완전히 입류하라는 의미다. 신선의 삶이란 이슬만 섭취하며 청정무구하고 투명하여 자연과 구별되지 않는 삶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신선은 있기는 하되, 속인들은 절대로 마주할 일이 있을 수 없는 존재라고들 한다.

불가 전통에서는 자기를 내려놓음이라는 방식과 출가라는 방식으로 이질적인 부딪힘을 최소화한다. 안이비설신의의 감각을 최대한 제어하고 감각과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관찰할 것을 요구한다. 부딪힘이 만들어내는 감각, 느낌, 생각을 들여다보면 무의식적인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정서의 폭발을 포착할 수 있다고 본다. 정서가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로되 정서의 폭발은 이른바 두 번째 화살이며, 이 두 번째 화살은 알아차림으로써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은 불가의 전통을 이어받아 현대화한 스트레스 관리프로그램으로서, 불면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환자군에서 효과적인 스트레스관리로서 각광받고 있다. 유식학에 등장하는 습기라는 말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習的요인이자, 인지행동치료(CBT)에서 얘기하는 스키마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동일한 사건에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각자가 가진 고유의 습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습적 요인은 스트레스와의 조우 이전의 나를 형성하고 있던 것으로서 부딪힘 이후의 정서의 폭발 및 그에 따른 특정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유발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특정 벡터로의 반응은 습적요인을 강화하거나 약화하므로 습적 요인을 인지하고 교정하는 것이 치료적 개입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유가는 보다 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세속적인 사회관계망 안에서 최대한 갈등요소를 줄이려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선가와 불가가 양생이라는 측면에서 한의학에 영향을 줬다면,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공한 것은 대부분 유의들이었다. 현실적인 조건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각기 처한 환경에 걸맞은 맞춤처방을 창방해온 것도 儒醫의 전통이라 생각된다. 물론 유의들도 적극적인 치료 이후에 다양한 방식으로 양생을 강조했으며 특히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중시했다는 점은 불가, 선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컨대, 유불선의 영향을 통해 한의학은 예방의학과 치료의학이라는 연속적인 스펙트럼 상에서 다양한 개입지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의학이 새롭게 변모하기 위해서는 선조들의 지혜를 활용해야 할 것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현대의 삶이란 과거의 삶과는 많이 다르다. 먹거리가 다르고, 이동수단이 다르며, 하는 일의 형식도 다르다. 삶의 생로병사라는 하나의 사이클이 그려내는 궤적이 과거와는 완연하게 다르다. 유의들이 과거를 근거삼아 새로이 창방을 시도한 것은 각기 처한 환경 즉, 기후가 다르고,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달랐으며, 시대적 요구가 달랐음에 그 이유가 있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한의학은 단지 새로운 처방을 작방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예방의학과 치료의학 양 방면에 걸쳐 선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이를 작금의 현실적인 조건하에서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것이 후학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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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관련한 논의는 이미 알로스테시스와 수면(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2782)에서 제시하였다.

최연승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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