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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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 슬라보예 지젝 인터뷰」
  • 승인 2012.03.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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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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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기적’ 이라 불리는 슬라보예 지젝의 이론

 

인터뷰를 기획한 인디고연구소는 이제 막 청년이 된 인문학도 모임이다. 지젝은 라캉과 막스, 헤겔을 접합시킨 동유럽 철학자로 세계적 석학이다. 그의 사유는 철학에 한 발을 담근 채 정치와 문화현상으로 뻗어간다. 폭넓은 시각으로 세계의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는 명쾌함에 청년들이 감응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청년들의 질문은 도발적이다. 감히 혁명을 얘기하고 자본주의 이후의 세상을 그려보려 한다. 지젝은 청년들의 질문에 장단을 맞추어 공산주의와 혁명과 새로운 개념의 프롤레타리아에 관해 말한다. 그러나 지젝은 혁명가가 아니다. 오히려 청년들의 긴장감과 흥분을 가라앉힌다.

지젝의 정치적 관점이나 해석이 모두 올바르지는 않을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견해를 단정적으로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반적인 국가시스템에 관해 매우 현실적인 견해를 보여준다. 지젝은 공산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실패한 모델로 본다. 여기에서 말하는 직접민주주의는 지방자치를 생각하면 된다. 국가차원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작동해야 ‘지역적이고 자주적인 공동체’가 성립 가능한지 말하면서 국가나 권력을 거부하는 소규모 공동체 흐름을 비판한다. 그는 새로운 제도적 질서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혁명 다음날을 이야기한다. 지젝에게 주권국가 개념은 매우 절실한 듯하다.

또한 그는 금융위기가 단순히 자본의 탐욕에서 비롯된 도덕적 문제가 아니며 구조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하고 그 해결책으로 흔히 착한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도덕화가 아닌 구조 들여다보기를 제시한다. 반면에 중동혁명에 대한 청년들과 지젝의 희망적 해석은 다소 감상적인 면이 느껴진다. 중동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사회적 변화를 촉구하는 흐름이었음에는 틀림없으나 가려운 곳을 바로 긁지는 못했다. 옆 사람 다리 정도는 시원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권두에서 “후기산업사회, 포스트모던사회 등으로 일컬어지는 현 시대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아차릴 수 없기 때문에 이론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를 때에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통찰이 우선이다. 이는 사회경제적 흐름과 철학조류를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함으로써 가능한 것이지 새로운 이론과 철학을 조달한다고 이뤄지지는 않을 성싶다.

청년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이 인터뷰는 지젝의 일장일단을 모두 보여준다. 지젝이 남다른 통찰력을 자랑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인디고 청년들은 부디 그의 통찰을 넘어서길 바란다. (값 1만 8천 원)

홍 세 영 / 경희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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