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Chinese Medicine in Early Communist China, 1945-63 (A medicine of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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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Chinese Medicine in Early Communist China, 1945-63 (A medicine of revolution)」
  • 승인 2011.12.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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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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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시각으로 TCM의 실체를 드러내다

 

이 책은 선뜻 소개하기 어렵다. 국내도서가 아닌데다가 논문을 바탕으로 쓴 책이기에 긴장감을 유발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근대의학사에서 사라진 우리 몸 가운데 토막을 어떻게든 다시 만들어 붙이고자 노력하는 와중에 옆집 몸통 사연을 잠깐 들어보는 것이 의외의 통찰력을 제공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의 전통의학은 각기 독특한 이름으로 불린다. 우나니, 아유르베다, 캄포보다도 더 대중화되어 있는 중국전통의학은 TCM으로 불린다. 번역하면 ‘전통중의학’이라 별로 독특할 것도 없지만, 이는 중국공산주의 초기에 분명한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그들이 고안한 변종의학을 지칭하기 위해.

이 시기 중의학의 변화는 중국공산주의혁명에 철저히 부합하도록, 엄밀히 말해 모택동의 말에 따라 진행되었다. 모택동이, 혹은 중국공산당이 전통의학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거나 전적으로 우호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면 지금 TCM의 모습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TCM의 실체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과거 우리 한의과대학의 교과서를 통해서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15년 전만 해도 대부분 TCM의 전형을 따르고 있었다.

모택동이 지향한 의학은 서양의학을 바탕으로 전통중의학을 접목시킨 제3의학이었다. 모택동은 중국만의 새로운 의학을 만들어 서방세계에 자랑하고 싶었다. 청 말에 침술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금지되었고,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속에 전통 임상의 명맥이 끊겼으며, 공산정권 초기에 전통의학이 구시대의 상징으로 각인되면서 이미 중의학은 제 모습을 찾기 어려운 상태였다. 결국 이들이 만들어낸 의학은 서양의학의 골격 위에 전통의학의 살점을 떼어다 붙인 모양새를 하고 있다.

TCM의 특징을 대변하는 단어는 ‘변증시치’이다. 증을 변별해서 치료함은 일견 논리적이고도 전통적인 접근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단어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중의학에 도입한 것에 불과하다. 변증시치 체계에서 증상들은 증후군으로 묶여 특정 증을 형성한다. 각 증에 해당되는 처방은 기계적으로 연결된다. 모든 진단과 처방은 딱 떨어진다. 배우기도 쉽다. 그러나 변증을 해서 시치를 했는데도 낫지 않는 병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변증시치 틀 안에서만 기능할 수 있도록 이론을 변형시켰기 때문이다. 이럴 때 서양의학이 칼을 빼드는 역할을 맡는지도 모르겠다.

섬세한 시각으로 TCM의 실체를 드러낸 이 논문은 학계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저자는 중의학을 서양에 학문적으로 소개한 초기 서양학자들이 중국정부가 만든 TCM을 전달하는 데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현재 그들은 대학 요직에 있고 저자는 영화감독이 되었다. (값 42.95$)

홍 세 영 / 경희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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