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5) - All systems go(시스템 과학과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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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5) - All systems go(시스템 과학과 한의학)
  • 승인 2012.03.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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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업

김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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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학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시스템 생물학’

전통의학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시스템 생물학’

<글 싣는 순서>
1. NATURE OUTLOOK - TRADITIONAL ASIAN MEDICINE(아시아 전통의학)
2. TCM - Made in China(전통중의학)
3. Where West meets East(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
4. All systems go(시스템 과학과 한의학)
5. That healthy gut feeling(장내 미생물과 한의학)
6. Modernization-One step at a time(현대화 - 한 번에 한 걸음씩)
7. Protecting China's national treasure(중국의 국보 보호)
8. Modern TCM - Enter the clinic(현대 전통중의학-진료실에 들어 가 보다)
9. Will the sun set on Kampo?(일본 전통한방의료는 저물 것인가?)
10. Herbal dangers(한약의 위험성)
11. Herbal medicine rule book(藥典)
12. The clinical trial barriers(임상연구의 장애물)
13. Endangered and in demand(멸종위기와 수요)


최근 난관에 봉착한 서양의학의 모델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나의 질환에 하나의 표적을 대상으로 하는 획일적 치료(one disease-one target-one-size-fits-all)’의 개념은 이제 복합적인 약물치료와 함께 영양, 심리, 생활습관을 고려하는 맞춤의학의 개념으로 옮겨가고 있다. 변화는 당뇨,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배경은 시스템 과학(systems science)에서 찾을 수 있다.

시스템 과학은 역동적이고 비선형적인 시스템(dynamic and non-linear system) 속에서 요소들 사이의 연결성(connectivity)과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을 이해하고 특정 조직화 단계에서 창발하는(emerge) 속성(부분이 모여 조직화될 때 그 하위단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속성이 나타나는 것을 말함-역자 주)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의 개념과 그 내용은 아시아 전통의학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최근 과학문헌들은 건강의 개념을 사회적,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에 대하여 적응하고,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능력으로 새로이 묘사하고 있다. 이런 개념들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전통의학(TCM)의 핵심원리이다.

TCM은 기술적이며(descriptive) 현상론적(phenomenological)인 특성을 갖고 있다. TCM의 진단은 망(望, visual inspection), 문(聞, listening and smelling), 문(問, questioning), 절(切, palpation)을 통하여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징후와 증상의 관련성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

반면 서양의학은 혈당을 측정함으로써 2형 당뇨를 진단하는 것과 같이 질병의 파악을 위하여 주로 단일지표(single biomarker)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현재 서양은 이러한 단일지표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보다 나은 방법은 여러 개의 단일지표들이 나타내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결국 TCM의 이론과 다르지 않다.

시스템 생물학은 서양의학이 TCM의 개념들을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그 반대방향으로부터의 융합 역시 이끌어 내고 있다. TCM은 보다 정확하고 정밀한 진단을 위해 현대의 생화학적 진단법과 기기들의 사용을 늘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를 통해 TCM의 개념들이 생화학적 경로, 조절기전과 같은 서양의학의 개념들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진단을 예로 들어보자. 네덜란드 Zeist의 Sino-Dutch Centre for Preventive and Personalized Medicine은 동서양의 진단 원리를 통합하는 연구들을 진행해왔다. 그 중 한 연구에서 서양의학적 가이드라인에 의해 진단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은 TCM 의사에 의해 ‘寒症’, 혹은 ‘熱症’의 두 그룹으로 구분되었다. 이러한 한의학적 진단은 問診-관절의 상태(joint issue), 통증의 양과 질, 날씨에 대한 반응, 열(fever), 갈증(thirst) 등-뿐 아니라 舌診, 脈診 등을 종합하여 이루어졌다. 시스템 생물학적 연구는 세포자멸사(apoptosis)와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 그리고 대사물의 프로파일(metabolite profiles)이 寒, 熱症 두 그룹 간에 유의하게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스템 생물학은 또한 한약처방(herbal formulae)의 다중표적 약리학(multi-target pharmacology)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대사체연구에서 경도의 고지혈증(mild hypercholesterolemia)을 가진 유전자 변형 쥐(transgenic mice)에 한약을 투여하고 혈중 지질의 변화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한약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농도를 낮추었으며 고밀도 지단백의 농도를 높였다. 한약이 어떻게 이러한 효과를 내는지 알아낸다면 대사 관련 질환들(metabolic disorder)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시스템 생물학의 초기 연구결과들은 TCM의 정성적인 진단방식이 현대의학적 치료과정을 결정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줄 뿐 아니라, 맞춤의학으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질환 관리와 함께 이루어지는 건강증진의 개념은 현재의 건강관리 시스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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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systems go를 읽고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이란 이름은 상당히 넓은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어느 시점에 누군가가 ‘짠’하고 정의해 만들어낸 분야가 아니고 역사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관련 개념들이 추구되어지며 발전되다가 21세기에 인간유전체 서열분석 기술과 그 밖의 다양한 오믹스(omics)의 발달, 네트워크 과학의 발달 등과 함께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생물학이란 이름 아래 다양한 분야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네트워크, 즉 전체의 창발적 속성(emergent property)에 주목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 생물학의 본질이다.

부분이 그저 모여 있다고 전체로서 기능하지는 않는다.
타이어와 엔진, 철판이 그저 모여 있어서는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으며, 이들이 적절히 연결되어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자동차의 기능을 수행한다. 마찬가지로 탄소 수소 산소를 모아놓아도 생명체의 기능을 할 수는 없으며, 이들이 적절한 상호작용을 해야만 그 관계 속에 생명현상이 나타난다.

너무나 당연한 이 이야기가 뉴턴 이후의 근대과학의 혁명적 발달과 20세기 분자생물학의 화려함 앞에 잠시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었다. 미시세계로의 분석과 환원, 그 성과가 너무나 화려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부분들을 조합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때로는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고, 쪼개서 살펴보아도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지만 눈부신 환원주의(reductionism) 과학의 성과 앞에 이들 전체론(holism)의 외침은 너무나 미약했고 감성적이었다.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외침에 비해 그들이 실제로 보여주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보였다(복잡계 과학-complex science-의 발달,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 등, 전체론으로의 회귀가 상당히 무르익기도 했다. 한국에선 80~90년대 이런 분위기가 성행했고 한의학은 이 조류를 타고 많은 지식인들로부터 긍정적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복잡계 과학이 의학에 기여할 길은 요원해보였고, 낭만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은 지나가버렸다.).

여전히 주류의학은 쪼개고 쪼개어 복잡한 질병의 단일 원인을 찾아내려고 했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찾고 있었다. 고도로 미시적인 세계의 환원적 메커니즘을 연구해야 잘나가는 첨단 의과학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행동실험을 통해 개체의 속성을 이해하려 한다든가, 여러 세포의 신호를 모아서 전체적인 양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다든가 하는 분야는 마이너한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인간의 유전체 암호가 해독되었고, 유전자의 복잡한 ‘조합’이 생명체를 설명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유전자 mRNA 단백질 등의 생명정보를 한꺼번에 얻어낼 수 있도록 하는, 그래서 이를 통해 전체의 현상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들이 급격하게 발전하였고, 컴퓨터와 대용량 정보처리기술의 발달이 과거엔 도저히 불가능했던 복잡한 관계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시스템 생물학의 접근법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그림 참조).

첫 번째는 bottom up의 방법으로 하위단계의 지식을 토대로 상위단계를 설명해 올라가는 것이다. 효소와 대사물질, 신호분자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수학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시스템상에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 예측한다. 궁극적으로 수학적으로 표현되는 가상 기관(virtual organ), 가상 인간을 컴퓨터상에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두 번째 방식은 top down방식으로 반대방향으로부터 접근해 들어간다.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최종적인 아웃풋 데이터들을 얻고 이 정보로부터 구체적인 작동방식을 설명해 들어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세포, 혹은 조직의 유전자 발현 정도를 한꺼번에 조사한 후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요소간의 구체적 관계를 파악한다든가,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fMRI)의 혈류변화 데이터를 이용하여 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뇌의 영역들이 서로 공명(synchrony)하는 양상을 밝히는 등이다. 이렇게 큰 스케일에서의 연결과 상호관계의 패턴을 파악하고 이들을 구성하는 각각의 대상(특정 유전자, 혹은 뇌 영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식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며 최근엔 두 방법의 장점을 모두 이용하는 연구들도 수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대용량의 데이터로부터 네트워크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패턴을 찾아내고(top down), 네트워크 요소 간의 관계를 동역학적으로 모델링하여(bottom up) 전체 시스템의 구조적이면서도 역학적인 작용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향후 이렇게 반대방향에서 출발한 방법론이 만나면 생명현상의 복잡한 시공간적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이해, 예측할 수 있게 되리라 예상되며 이는 정성적으로 경험, 발전되어온 한의학의 전체적 효과(systemic effect)를 이해하는 데에 강력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창 업 /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한의사

앞으로 당분간 ‘임상한의사를 위한 연구동향’ 기사를 ‘네이쳐 아시아 전통의학 특집기사’로 대신합니다. 번역본 전문은 한의쉼터 논문자료실에 올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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