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6) - 5. That healthy gut feeling(장내 미생물과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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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6) - 5. That healthy gut feeling(장내 미생물과 한의학)
  • 승인 2012.03.2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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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석

이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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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 규명, 한약 치료효과 연구의 방법론

<글 싣는 순서>
1. NATURE OUTLOOK - TRADITIONAL ASIAN MEDICINE(아시아 전통의학)
2. TCM - Made in China(전통중의학)
3. Where West meets East(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
4. All systems go(시스템 과학과 한의학)
5. That healthy gut feeling(장내 미생물과 한의학)
6. Modernization-One step at a time(현대화 - 한 번에 한 걸음씩)
7. Protecting China's national treasure(중국의 국보 보호)
8. Modern TCM - Enter the clinic(현대 전통중의학-진료실에 들어 가 보다)
9. Will the sun set on Kampo?(일본 전통한방의료는 저물 것인가?)
10. Herbal dangers(한약의 위험성)
11. Herbal medicine rule book(藥典)
12. The clinical trial barriers(임상연구의 장애물)
13. Endangered and in demand(멸종위기와 수요)

인삼은 스테로이드 배당체의 한 종류인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s)가 풍부하다. 사람의 소화관이 이 물질을 흡수할 수 없음에도, 인삼은 많은 사람들에게 약효를 나타낸다. 사람의 소화관은 직접적으로 진세노사이드를 흡수 못하더라도, 장내에 살고 있는 미생물 중 일부가 흡수 가능한 물질로 바꿔 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장내에는 수천 종의 박테리아(bacteria) 및 고세균류(archaea)로 이루어진 수많은 미생물들이 미생물군집(micro-biome)이라고 하는 매우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과 공생관계를 유지해왔을 것으로 보이며, 여기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장내 미생물과 건강상태의 상호작용이다.

비만 당뇨에서부터 장질환, 암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성질환들이 장내 미생물의 이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현대의학이 이러한 복합요인에 의한 질환들(multi-component diseases)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과 같은 아시아의 고대의학, 의술이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 혼합된 성분을 사용하고 인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하나의 전체적인 체계로 보는 TCM의 치료철학은 장내 미생물군집의 상승작용 특징과 잘 부합된다.

DUAL BENEFIT (두 가지 방식의 이득)
한약은 장내 미생물을 통해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많은 한약들이 인삼과 같이 장내 세균을 통하여 대사된 이후에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자(Gardenia jasminoides)의 제니포사이드(geniposide)는 장내 미생물에 제니핀(genipin)으로 전환되어 항염증, 항암효과를 나타내고 감초(Glycyrrhiza glabra)의 글리시리진 (glycyrrhizin)은 글리시레트산으로 대사되어 위궤양에 대한 치료효과와 항바이러스 및 항진균 작용을 가지게 된다.

다른 종류의 방식은 한약 내 특정 성분들이 장내 세균종들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은행잎(Ginko leaf) 추출물은 장내 유산균, 비피더스균과 같은 유익한 균들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균들은 면역기능의 조절을 통하여 1형 당뇨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위험성을 낮추는 등,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나 많은 미생물의 양 때문에 이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제한적이었다. Weinstock은 한 번에 모든 세균의 군집을 채취하는 것이 유일한 실질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한다. 그는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하게 된 것이 겨우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Weinstock이 공동으로 이끄는 미국 NIH의 인간 미생물군집 프로젝트(Human Microbiome Project) 및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지원하는 MetaHIT 포로젝트와 같은 대규모의 연구들이 시작되었다.

Weinstock은 질병의 양상에 따라 미생물군집의 전체적인 구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이미 특정 질환과 세균의 관련성을 밝혀내고 있다.
만성질환의 치료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그것의 다면적인 특성 때문이다. Netherland Organization for Applied Scientific Research(TNO)의 분석 과학자인 Jan van der Greef가 말한다. “서양의학은 급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아주 탁월합니다.” 하지만 서양의학의 세포 수준에서의 접근법(cell-based approach)은 다른 종류의 질병에 대해서는 효과가 비효율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만성질환, 혹은 질병의 예방이나 건강증진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의 사고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TROUBLE ON THE WESTERN FRONT (서양의학이 직면한 문제)
만성질환의 치료에 있어 동양의학적 접근법이 더 적합한 것은 아닐까? “이러한 복잡한 질병들은 다차원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Imperial College of London의 생화학자 Jeremy Nicholson이 말한다. “중의학은 다양한 상승작용을 가지는 활성성분들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다중약물요법(polypharmacy) 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표적에 동시에 작용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Nicholson은 그가 창안한 ‘meta-bonomics’-대사체학(metabolomics)을 시스템적 관점으로 보는 것-라는 전신시스템 생물학적 접근을 통하여 장내 미생물과 건강상태와의 관련성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연구진은 핵자기공명(NMR)과 같은 분석화학 기술로 개인의 혈액, 소변, 대변 샘플의 모든 대사물(metabolite)을 분석하여 세포들의 대사 결과를 파악하였다.

지난 몇 년간 Nicholson은 한약과 장내 미생물간 관계 연구에서 권위자인 Zhao와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Nicholson은 “우리는 한약이 장내 미생물 대사를 현저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변화들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유지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한 예로, 케모마일(chemomile)을 복용하면 소변의 대사물 구성이 바뀌게 되는데, 이런 변화는 케모마일을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유지가 되었다.

Zhao는 장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약의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의 주된 방법론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의학의 많은 약물성분들이 장을 그냥 통과해버리고, 혈중으로 흡수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효한 성분들이 많다고 그는 말한다.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통해 작용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장내 미생물과 건강의 관계가 드러나며 Nicholson과 같은 과학자들은 만성질환 치료의 대안으로 전통 한약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TCM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약물요법에 완전히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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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healthy gut feeling을 읽고

한약의 약리기전을 밝히는 것은 한의학의 과학적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음양오행과 기 혈로 대표되는 과거 추상적인 설명방식을 벗어나 실제 일어나고 있는, 측정 가능한 지표들의 변화로 약효 약리를 파악하는 것은 한의학이 타 학문과의 교류와 함께 미래 의학으로 진일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사실 현재까지 한약의 연구는 꾸준히 있어왔다. 한약재를 주제로 SCI급 논문들이 다수 검색 될 만큼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기존 단일 약물연구에 사용되던 틀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한의학적 약물운용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연구결과가 실험실을 나와 임상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장내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소화 불량은 모든 악의 근원”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오래 전부터 건강에서 위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소위 미생물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의 장은 수천 종의 세균 및 고세균 등이 공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미생물과 숙주인 인간의 에너지대사 및 면역기능 등의 건강상태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발표되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미생물과 질병 관계의 연구는 주로 병을 일으키는 특정 세균과 유발 경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인류의 삶의 질 개선 및 수명연장과 함께 급성질환에서 만성질환으로 질병연구가 확장되며, 장내 서식하는 다양한 미생물군집과 건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한 번에 대량의 유전정보를 읽어 내거나 대사 물질들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되며, 복잡함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진 것도 이러한 경향에 일조하고 있다.

개인 맞춤의학을 지향하는 약물대사체학(pharmacometabonomics)-개인의 대사물들을 분석하여 약물 반응을 추정, 평가하는 학문-에서도 사람마다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으로 장내 미생물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이미 장내 미생물의 대사체인 p-cresol이 높은 사람의 경우 paracetamol(acetaminophen)의 간독성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적인 균형을 중시하고 개인마다의 차이를 두고 치료하려 했던 한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약 약리기전이 이러한 장내 미생물과 관계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기사에서 한약이 미생물을 통해 작용하는 방식을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인삼의 진세노사이드처럼 장내 미생물에 의해 대사되어 활성을 가지는 물질로 변하는 경우와 한약성분이 장내 미생물의 균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이는 모두 기존 서양의학의 단일성분 약물개발, 연구에서 볼 수 없었던 개념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한약의 연구도 단일성분 약물연구와 동일하게 세포에 직접 처리하여 분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직접 표적세포에 작용하는 성분을 찾아내는 데는 유용하였으나 한약의 많은 유효성분과 약리 기전을 배제시켜버렸을 가능성이 크다.

장내 미생물을 연구하기 위한 기술들이 점차 발전하고 있고 이들을 질병 치료약물의 표적으로 삼으려는 전략도 수립되고 있다. 이미 인간의 장내 미생물을 설치류나 새끼 돼지에 이식한 모델도 만들어져 장 질환 및 약물대사 등에 사용되고 있고, 대사체학의 발달로 대소변 등에서 대사물질들을 분석하는 방법도 용이해졌다. 그리고 prebiotics 및 probiotics를 이용해 다양한 질환 동물 모델에서 치료효과를 보이는 연구결과들도 축적되고 있다.

사람의 대소변을 중요한 진단요소로 여기던 한의학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미 장내 미생물의 상태와 질병을 연계시키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다양한 과학기술들을 도입하여 각종 證과 대소변의 대사물의 분석 및 한약투약 전과 후의 대사물의 분석 등이 체계적으로 연구된다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객관적 지표의 수립과 함께 과학적 연구와 임상과의 연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두석 /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한의사

 

앞으로 당분간 ‘임상한의사를 위한 연구동향’ 기사를 ‘네이쳐 아시아 전통의학 특집기사’로 대신합니다. 번역본 전문은 한의쉼터 논문자료실에 올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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