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7) -6. Modernization-One step at a time(현대화-한 번에 한 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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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7) -6. Modernization-One step at a time(현대화-한 번에 한 걸음씩)
  • 승인 2012.04.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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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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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학 제제의 현대화 과정에서 부딪힌 한계

중의학 제제의 현대화 과정에서 부딪힌 한계

<글 싣는 순서>
1. NATURE OUTLOOK - TRADITIONAL ASIAN MEDICINE(아시아 전통의학)
2. TCM - Made in China(전통중의학)
3. Where West meets East(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
4. All systems go(시스템 과학과 한의학)
5. That healthy gut feeling(장내 미생물과 한의학)
6. Modernization-One step at a time(현대화 - 한 번에 한 걸음씩)
7. Protecting China's national treasure(중국의 국보 보호)
8. Modern TCM - Enter the clinic(현대 전통중의학-진료실에 들어 가 보다)
9. Will the sun set on Kampo?(일본 전통한방의료는 저물 것인가?)
10. Herbal dangers(한약의 위험성)
11. Herbal medicine rule book(藥典)
12. The clinical trial barriers(임상연구의 장애물)
13. Endangered and in demand(멸종위기와 수요)

중의학 레퍼토리가 현대 신약개발자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연구자들이 한약 처방들을 명확히 정의하고 시험해야 한다.

천연물화학자 Youyou Tu(투유유, 屠      ,)는 항 말라리아제인 알테미시닌을 정제하고 검사하는 과정 중에, 전통 중의학에서 수백 년 동안 사용해온 약재인 청호(靑蒿, 개사철쑥,artemisia annua, qinghao)를 끓여서 고온 추출하는 오랜 방식이 청호에 함유된 알테미시닌을 파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낮은 온도(60°C)에서 에테르를 용매로 사용하도록 알테미시닌 추출과정을 재설계하였다. 1972년에 최초로 알테미시닌을 분리한 이후, 알테미시닌과 그 유도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에 대한 선도적인 치료법이 되었고, 많은 생명들을 살려냈다.

전통 중의학에서 유래한 현대약물의 또 다른 예는 바로 삼산화비소(arsenic trioxide)이다. 이 약물은 2000년 미국 FDA에 의해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되었다. 하얼빈의과대학의 연구원인 Tingdong Zhang은 치료성분(therapeutic compound)에서 독성부분(Toxic component)을 분리해냄으로써 이 약물의 개발에 특별한 공헌을 했다. 그는 동물 독성실험을 통해 약물의 최대 안전용량을 정하고, 투여방법을 정맥 내 주입으로 바꿔서 치료효과를 최대화시켰다.

위의 약들은 중국으로 하여금 현대과학의 도움으로 전통 중의학이 현대의학과 동등한, 또는 심지어 더 강력한 상대역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게 했다.

유효성분

유럽과 미국의 규제기관들은 약물은 반드시 고도로 정제되거나 또는 합성된 것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수십 년 동안 견지해 왔다. 전통 중약제제는 대개 혼합물이고 유효성분의 화학구조가 확실하지 않으므로, 이 기관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동안 전통의학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대부분의 노력은, 한 가지 약초나 혹은 약초 혼합물의 주요성분을 확인하고 그것을 단일 화합물 정제로 만드는 것에 치중되어왔다.
여전히 많은 전통 중의학 연구자들이 한약가공을 위해 전탕, 탕침, 환류추출, 증류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는데, 이는 현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규모 예산이 투자된 혁신신약개발제조 프로젝트의 평가를 맡은 Rao는 이런 점에서 “완전히 우스운 일이지요” 라며 매우 회의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자금 백억 위안(미화 16억 달러) 이상을 들여서 2008년에 착수한 것으로, 과학적인 연구와 개발 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중의약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중의학 연구자들을 “그들은 현대 과학적 접근으로 유효성분을 추출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Tu와 Tingdong Zhang이 바로 이런 방법으로 연구했음을 알아야 합니다”라며 비판한다.

중국 중앙정부의 주요 추진과제는 현대신약개발기술을 이용하여 중의학 탕약제제들의 유효부분을 밝혀내는 프로젝트들을 후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과학성 산하의 대련화학물리연구소(DICP)의 과학자들이 2008년에 시작한 허발롬(herbalome)프로젝트는 3천만 위안(미화 4백 70만 달러)이 투자된 것으로, 중의학 빈용 처방에 사용된 약초들의 약리활성성분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복잡성

그러나 중국 내에서 조차도 허발롬프로젝트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있다. 중국의과학연구소 산하 본초개발연구소의 연구원인 Bengang Zhang은 “지난 수십 년간, 일본의 과학자들이 중의약초에서 활성성분을 추출하려고 노력해왔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문제의 일부분은, 표준화된 실험기술만 가지고는 전통 중의학을 분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Liang은 그의 팀이 허발롬프로젝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인 고효율 스크리닝 검사가 가장 이상적으로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왜냐하면 중약제제는 여러 개의 활성성분을 가진 혼합물이고, 이는 대개의 경우 복합적인 타깃(multiple biological target)을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속 대량 스크리닝에서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 하더라도, 활성성분을 발견하기가 어렵고, 미량성분이라면 더욱 어렵다.

Bengang Zhang에 따르면, 일본 학자들이 실패한 것은 그들의 연구방법이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체와 중의학 제제가 모두 복잡한 시스템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복잡성을 가진 인체와 중의학 처방을 단순화 시켜서, 단일 유효성분을 추출하고 그것의 단일 작용지점을 찾겠다는 가정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전통약물들을 탐험하고, 복합화합물을 풀어내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실, 이것이 바로 중의학의 장점입니다”라고 Bai Lu가 말한다. 당뇨와 고혈압을 포함한 많은 질환이 다인성이며 복합적인 병리기전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은 독성 단백질(아밀로이드-β와 타우단백질)의 축적, 세포 사망, 시냅스 기능 상실, 염증과 모두 관련이 있다. 이런 경우에 대해 단일 기전의 약물은, 얼마나 강력한 약이든 간에, 아예 효과가 없을 수 있다. Bai Lu는 “중의학 제제의 복합성분들은 복합다발적인 질병 발생 기전들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이 무엇이고 임상적으로 어떻게 시험해야 할지를 안다면요”라고 덧붙인다.

메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제약회사인 Zalicus는 이러한 복잡성의 장점을 취해 약물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Zalicus의 부수석 연구원인 Margaret Lee는 “생물학적 체계(biological system)들은 단일 자극에 저항하도록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왔고, 그 저항이 이미 매우 강력한 상태입니다. 생물학에는 중복성(redundancy)과 복잡성(complexity)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복합적인 약초 혼합물에서 하나씩 시너지효과를 제거해 가는 과정은 어려운 작업이라고 Lee가 말한다. “한 개의 한약(herbal medicine)에는, 대개 10~15개 정도의 구성성분이 들어있습니다.”

한 연구자가 그 구성성분을 분리해서, 정제하고, 다시 다양한 조합으로 배합하여 이 혼합물의 효과가 완전히 파악될 때까지 반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것은 처음에 각 구성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같은 약초라 하더라도 산지와 재배환경에 따라 그 성분의 함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활성성분들을 분리해 내기 위해서는 이 작업을 반복 시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품질 보증(Quality Assuarance)

Bai Lu는 한약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각 처방마다 표준화된 규정을 만들어 제조 뱃치간 편차(batch to batch variation)를 조절해야 합니다.” Bengang Zhang도 이에 동의하고,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SFDA)의 중의학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표준안의 개요 작성에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농사가 제대로 안되면 약초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고, 안정성과 약효가 떨어지게 되므로, 본초의 경작, 수확, 가공 같은 생산과정에서부터 GAP 일부로 다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약초상품들을 위한 GAP는 중국에서 2002년부터 시행되었다. 이것이 모든 약초재배에 의무적이지는 않지만, GAP 인증을 통해 생산업체들을 좀 더 투명하게 관리하는 효과가 있다.

비전통적인 임상시험들(Non-traditional Trials)

그러나 표준화된 원재료와 균질한 제품을 가지고서도, 중의학 처방의 임상적 유효성을 측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다. 복합 타깃을 건드리는 복합활성성분(multiple active compounds)은 유효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복합적인 기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세계의 과학자들이 임상시험에 기반한 중의학 제제의 평가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지만, 제대로 하는 법을 아는 연구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중 맹검 무작위 임상연구(RCTs)가 필요함은 자명하지만, “중의학의 특이성 때문에 타깃 개입과(target engage-ment) 약물학-약동학 프로파일, 용량효과 관계를 임상적으로 정하는 것이 어렵습니다”라고 Bai Lu가 말한다.

중의과학원 산하의 ‘질병과 중의학 변증관계 연구부서’에서 통합의학을 연구하는 Aiping Lu가 말하기를, 2006년에서 2010년 사이에 전통 중약 탕약에 관한 100개 이상의 임상연구들이 중국에서 이루어졌고, 더 많은 RCT연구들이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향후 2~3년 안에 중의학 임상연구논문들이 대거 발표될 것입니다”라고 그는 예견한다. 사실상 전통 중의학 처방에서 응용된 몇 가지 신약들이 현재 임상시험단계에 있고, 서구국가의 기관에 등록된 상태이다.

그러나 Bengang Zhang은 이렇게 만연하게 이루어지는 임상시험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매년 아주 소수의 중의학 약제들만 중국식약청(SFDA)에 의해 승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승인된 몇 가지 처방들도 다시 재검토 되어야 합니다. 등록과 승인을 위한 절차가 더 엄격해 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많은 제품들이 혹 동물실험에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임상 시험에 들어가지 조차 못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중의학 약물들이 서양제약계의 엄격한 과학적 기준을 통과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중국 식약청의 약물등록허가에 대한 연간보고에 따르면, 2010년에 오직 81개의 중의학 제제만이 허가를 받았으며, 이는 전체 허가 약물의 8% 정도로, 2009년의 수치보다 약간 더 낮아진 것이다. 같은 해에 중국에서 승인받은 대다수(89%)를 차지하는 약물은 여전히 합성 또는 정제약품이다.

아시아 의학을 현대화하는 것은 단순히 전통적인 의술에 현대적 도구와 과학적 기술들을 적용하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복합적인 여러 성분들이 어떻게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는지, 그들이 복합표적에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만약 중의학이 현대적 약학계에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반드시 스스로를 현대적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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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ization - One step at a time’을 읽고

“현대과학적 약물연구법 도입한 한약재 연구성과도 포용해야”

한의약을 연구하는 데는 종래의 환원적 접근방법인 단일성분 위주의 천연물화학적인 연구법과 한의학적 전일적인 접근 방법인 방제의 의의와 다성분 다효능을 연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단일 활성성분 추출의 한계
본 편에서는 중의학을 연구하여 세계적으로 성공한 케이스인 청호에서 추출한 알테미시닌으로 항말라리아제제를 개발한 것과 비상의 삼산화비소로 백혈병 치료제 개발사례를 중심으로 현대과학적 천연물화학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알테미시닌과 같이 한약재에서 단일 유효성분을 규명하고 신규효능을 입증하는 방법은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단일성분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이 가능하여 모든 제약회사의 희망사항이다.

천연물화학 연구법은 이미 한 시대를 풍미하며 Taxol, Reserpine 등 천연물기원 단일성분 신약을 다수 배출해냈다. 1981년~2006년의 신약개발 역사에서 개발된 974개의 소분자 화학물질 중 63%가 천연물에서 도출되거나 반합성된 유도체이며, 이 천연물들은 대부분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경험이 있다(Newman DJ, Cragg GM (March 2007). “Natural products as sources of new drugs over the last 25 years”. J. Nat. Prod. 70 (3): 461~77. PMID 17309302.).

그러나 그동안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식물종과 성분들을 보유하고 고효율 스크리닝법으로 검색, 연구하고 있는 팀들이 대부분 웬만한 성분은 다 개발하였고, 이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활발한 신약후보물질 도출이 어렵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본문에서도 이 방법을 이용한 중약연구 성과인 알테미시닌과 삼산화비소의 두 가지는 거의 유일하게 성공적인 것으로 말하며, 결론적으로 단순히 단일 활성성분을 추출하려는 노력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중약의 특징, 방제의 특성인 복합성분의 상승작용과 복합 표적에 일으키는 다양한 효과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현대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해 내는 것이다.

복합추출물에 대한 연구개발 지속적 지원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국책연구사업인 G7 프로젝트(Han Project) 중 하나로 ‘신동의약 개발사업’을 지원하여 1997년까지 5년간 약 70억 원 정도의 연구비로 기반기술연구로 각종 한의약 고전의약서의 효능 부분 및 약재, 성분화학 등이 망라된 데이터베이스인 TradiMed Database (www.tradimed.com)를 구축하였다.

이 데이터베이스 활용 정보로 창출된 것이 2001년 허가받은 위령선, 과루근, 하고초의 복합추출물로 이루어진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정이며, 2002년 애엽추출물 위점막보호제인 스티렌 캅셀이 허가를 받고 2010년 866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한약재 추출물도 투자대비 성과가 좋을 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 약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2001년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 2004년 한의약육성법 제정 이후 우리나라는 2004년 미국의 Botanical Drug Guideline 등 세계적인 천연물의약품화 추세를 반영하여 천연물신약 산업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이례적으로 단일성분 뿐 아니라 복합추출물도 천연물신약으로 인정하며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2가지 성공례를 바탕으로 신약개발을 위해 우리 돈으로 1조 6천억 원을 투자한 신약개발프로젝트와 50억 원 가량을 투자한 허발롬(Herbalome) 프로젝트를 2008년부터 시작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2005년부터 7년간 매년 40~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약재평가기술과학화연구사업단이 있어 한약재에 대한 규격화 및 효능평가 연구사업을 수행하여 한약재들의 추출물과 주요 화합물에 대한 약리활성성분 규명과 기준규격 제정에 힘썼다.

또한 2011년 지식경제부는 글로벌 선도 천연물신약을 개발하여 국가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키우고자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의 5개 사업 중 하나로 동아제약 컨소시엄을 선정하여 3년간 7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천연물신약은 2012년 3월의 한약재 12개로 이루어진 관절염치료제 레일라까지 모두 7건이다. 우리의 한약연구도 이 Nature Outlook Traditional Asian Medicine 특집편의 한 꼭지를 차지할 만큼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한다.

한약 방제 연구의 장애물
한약 방제를 연구하는 것은 여러 가지 난점이 있다. 여기에서는 유효성분 확인의 난점, 다성분 다효능의 복잡성, 균일한 품질보증의 문제, 비전통적인 임상시험을 들었다.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한약연구의 장애물들일 것이다.

이 중 전통적이지 않은 임상시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국내에서 2010년 12월 현재 식약청에 보고된 천연물 유래 의약품들의 임상시험이 49건이다.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에서도 신약개발이나 근거창출을 위한 한약제제 임상시험을 지원한다. 한약재를 연구하여 안전성, 유효성 자료를 갖추고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임상적인 endpoint를 약리학적인 지표의 변화로 잡고 천연물신약을 개발한다.

지금 현재 임상시험을 했거나 하고 있는 한약제제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의학적인 원리에 따라 복합적인 임상적 endpoint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유의성 있는 효능이 인정되기도 어렵다. 그나마 증상을 변증에 따라 분류하며 환자군을 나누어 복약 후 개선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동안 한의대에서는 약리학적 지표에 대한 한약의 효능연구를 수십 년 간 진행해 왔으며, 한의학적 진단에 변증뿐 아니라 변병도 있으므로 질병을 진단하여 한약사용 후 약리학적 지표변화를 관찰하는 임상시험도 한약의 유효성 근거입증 연구에 이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약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최근의 한약 방제 기초연구는 한약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균일한 제제를 사용하여 성분연구를 병행하며 복잡성을 고려하여 시스템 생물학적인 방법을 응용하여 진행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본 특집 편에 나온 중국-네덜란드 협력연구팀이나 예일대 청교수팀, 중국내 여러팀, 일본, 홍콩 컨소시엄 등의 연구팀들이 활발히 연구하고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동의보감 한약의 복잡성, 다성분 다효능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 생물학적 연구로 생명공학연구원에서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대규모의 유전자-동의보감 연구사업이 있다고 들은 바 있다. 이러한 연구는 시간과 인력, 비용을 대량으로 필요로 한다. 한의계와의 긴밀한 협력연구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외국과 우리의 큰 차이점은 우리는 한의약 임상자가 현대적 연구를 거쳐 나온 한약제제의 사용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탕약에만 익숙하여 한약제제를 잘 사용하지 않는 한의사들로 인해 우리나라에는 한약의 특성을 반영한 제대로 된 한약제약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천사력도, 대만의 순천당도, 일본의 쯔무라도 우리에게는 없다. 그 결과 한약의 연구는 온전히 국가의 지원을 기다려야 하므로 지지부진하다.

한약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한의사들이 기성 방제제든 천연물신약이든 의약품다운 조건을 충족한 한약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한약재를 현대과학적인 약물연구법을 도입하여 연구한 성과도 한약의 성과로 포용해야 한다. 방제의 현대적 연구법에는 품질관리측면에서나 주요 유효성분의 약리기전을 밝히는 측면에서 성분 연구가 필수적이다.

또한 만일 중국에서 어느 날 마황의 해외유출이 중단되고 중국 내에서만 유통시키도록 한다면, 우리는 국내 재배도 안 되는 마황을 어디에서 구해 사용할 수 있겠는가. 가능한 대로 ephedrine과 pseudo-ephedrine이라도 마황 대신 사용해야 할 것이 아닌가. 천연물화학적 성분 연구방법과 방제의 다성분 다효능 연구방법은 한약연구의 양면이다.

단일성분위주건 복합추출물이건 천연물로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으로 이미 되돌릴 수 없다. 의약품은 전문과 일반이 있을 뿐 한약과 양약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한의사들이 성분에 의한 연구도, 다성분 다효능 연구도 한약을 ‘과학적으로 연구개발한’ 연구로 받아들여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윤경 /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앞으로 당분간 ‘임상한의사를 위한 연구동향’ 기사를 ‘네이쳐 아시아 전통의학 특집기사’로 대신합니다. 번역본 전문은 한의쉼터 논문자료실에 올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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