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3) - Where West meets East(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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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3) - Where West meets East(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①
  • 승인 2012.03.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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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업

김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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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정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만남

<글 싣는 순서>
1. NATURE OUTLOOK - TRADITIONAL ASIAN MEDICINE(아시아 전통의학)
2. TCM - Made in China(전통중의학)
3. Where West meets East(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
4. All systems go(시스템 과학과 한의학)
5. That healthy gut feeling(장내 미생물과 한의학)
6. Modernization-One step at a time(현대화 - 한 번에 한 걸음씩)
7. Protecting China's national treasure(중국의 국보 보호)
8. Modern TCM - Enter the clinic(현대 전통중의학-진료실에 들어 가 보다)
9. Will the sun set on Kampo?(일본 전통한방의료는 저물 것인가?)
10. Herbal dangers(한약의 위험성)
11. Herbal medicine rule book(藥典)
12. The clinical trial barriers(임상연구의 장애물)
13. Endangered and in demand(멸종위기와 수요)

두 가지 매우 다른 의료시스템-현대의학과 중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 이 둘의 차이는 해소될 수 없는 것일까?
TCM이 현대의학의 난치병 치료에 단서를 제공해주거나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과 같이 서양에서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관점들이 TCM에 과학적인 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SPIRITUALITY IN MEDICINE (의학의 정신)
18세기 이후 서양의학은 해부학 생리학 등의 지식을 흡수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는 의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현재 TCM 역시 이런 방법들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과거의 기록과 전통적인 행위에 기반하고 있다.

TCM에는 음양(陰陽), 오행(五行), 기(氣), 혈(血)과 같이 고대철학으로부터 유래한 많은 개념들이 있다. 이들은 의학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생물학·생화학적으로 정의되기 힘들며 측정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이들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조차 의미를 왜곡할 수 있다.

현대의학계와 과학계는 이런 신비주의적 개념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어서 이런 개념들은 중국 내에서조차 점점 홀대 받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TCM의 많은 부분과 그 이론체계의 대부분이 의사과학(pseudoscience)에 불과하며, 중국은 하루빨리 이런 전통의학에 ‘작별을 고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정서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TCM을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CLOSING THE GAPS (간극 좁히기)
과학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TCM의 분야 중 하나는 진단이다. 모든 환자는 TCM syndrome-증(證)에 기반한 맞춤형 진단을 받는다. 증이란 환자 개개인에 대한 특징적인 표현형(characteristic phenotype)으로서, 현대의학에서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많은 증상들. 이를테면 갈증, 혀의 상태, 사지의 한열감, 정서 상태 등이 포함된다.
“중의학은 질병 자체보다는 증(證, syndrome)을 판별하고 치료합니다.”
Institute of Basic Research in Clinical Medicine의 소장인 Aiping Lu가 말한다. Lu의 연구진은 서양의 몇몇 연구진들과 류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협력연구를 하고 있다. 한 연구에서 그의 연구진들은 18개의 TCM 임상증상을 이용하여 환자들을 다음과 같은 4개의 기준에 따라 그룹으로 나누었다.

▲ 관절증상의 유무 (압통tenderness, 부종swelling, 강직stiffness)
▲ 한증(寒症) (접촉시 관절과 사지부위 냉감, 환자의 추위에 대한 인내)
▲ 허증(虛症) (허약weakness, 어지러움dizziness, 피로감fatigue, 야뇨nocturia)
▲ 열증(熱症)(관절부위 열감, 짜증vexation, 열fever, 갈증thirst)

모든 환자들은 무작위 배정되어 현대의학, 혹은 TCM 치료를 받았는데, TCM에 의해 다른 그룹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치료에 다른 반응을 보였다.
“TCM의 증(syndrome)은 TCM과 현대의학적 처치 양쪽에서 효과를 개선 했습니다.”
Lu가 말한다. 특히 한증의 환자들은 현대의학의 치료에 보다 잘 반응한 반면 허증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TCM 치료효과가 더욱 좋았다.

TCM 약물구성 또한 현대의학과 상이하다. TCM은 환자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협력하여 작용한다고 생각되는 몇몇 약물들의 조합-복방(複方)을 사용한다.
“다양한 약물들이 생체 내 상호작용(drug-drug interaction)을 통해 치료효과는 강화하고 독성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 TCM의 장점이죠.”
Greensboro, North Carolina University의 Center for in Bioactive Food Components 공동 연구소장인 Wei Jia가 말한다.

TCM 의사들은 처방을 구성할 때 방제원칙에 따라 각각의 약물들을 군(君), 신(臣), 좌(佐), 사(使)라고 하는 기능에 맞게 배치한다. 군약(君藥)은 처방의 주요효과를 담당하는 약물이며, 신약(臣藥)은 군약(君藥)의 효과를 보조하거나 시너지효과를 만든다. 좌약(佐藥)은 처방의 효과를 강화하거나 독성을 제거하며, 처방의 지나치게 강력한 효과를 억제하기도 한다. 사약(使藥)은 처방 전체를 조화롭게 작용하도록 하여 처방의 모든 약물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방제원칙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있다. Shanghai에 위치한 Jiao Tong University의 분자생물학자 Zhu Chen과 Saijuan Chen이 이끄는 연구진은 중의학에서 백혈병 치료에 사용되는 복방황대편(復方黃黛片)-웅황(雄黃), 청대(靑黛), 단삼(丹蔘)으로 구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웅황의 비소는 백혈병 세포(leukemia cell)의 주요 종양단백질(oncoprotein)을 공격함으로써 군약(君藥)으로 작용하였으며, 청대의 인디루빈(indirubin)은 백혈병 세포(leukemia cell)의 성장을 늦추어 신약(臣藥)으로 작용하였다. 단삼의 탄시논(tanshinone)은 백혈병의 전이를 막는 경로 손상의 복구를 도움으로써 좌약(佐藥)으로 작용하였으며, 인디루빈과 탄시논은 비소의 세포내 흡수를 강화함으로써 사약(使藥)으로도 작용하였다.

“TCM의 방제는 구조적이며(structural) 마치 군대의 진형과 유사합니다.”
Institute of Basic Research in Clinical Medicine의 교수로서 TCM 방제학의 과학을 아우르는 개념-방제체학(fangjiomics)을 창안한 Zhong Wang이 말한다. 생물학적 네트워크는 상호작용하는 기능적 모듈(module)로 이루어져 있으며, 방제체학은(단일 분자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의 모듈을 표적으로 한다. Zhong Wang은 서양의학의 단일표적 치료(single target intervention) 모델에 비하여 TCM의 조합치료는 체계적이고 잘 짜여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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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West meets East를 읽고

다른 패러다임에 기반하고 있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만나고 있다.
양자의 만남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익숙하게 보아왔던 기존의 만남이 서양의학의 프레임으로 한의학 컨텐츠를 입맛에 맞게 쪼개고 가공하여 그들의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형태였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만남은 서로가 서로의 정신(spirituality)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만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사의 전반부에선 진단과 방제원리 연구의 예를 각각 들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환자를 대상으로 변증을 통해 환자 군을 나누고 각각 서양의학과 중의학의 치료효과를 살핀 첫 번째 연구에서 연구진은 한·양방 병행치료에 한의학적 변증 진단이 보다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케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소개된 연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후 환자들로부터 대사물의 프로파일(metabolic profile)이나 면역세포의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과 같은 시스템 수준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졌고, 다른 증(證)으로 진단 받은 환자 간에 대사물의 패턴이나 유전자발현 양상이 달랐음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그 차이를 다시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네트워크 생물학(network biology)의 방법론을 동원하여 어떤 생물학적 메카니즘과 관련되는지를 밝히는 연구들도 이루어진 상황이다. 또한 관련 연구로 류마티스 관절염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CHD) 환자의 변증유형에 따라 혈중 지방산의 대사물 프로파일(metabolic profile)이 다르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한열허실의 변증과 같은 총체적인 패턴분류(pattern classification)에 대하여 억지스런 단일 지표로 치환, 환원시키려는 시도나, 검증할 수 없는 생리학 지식 조각의 묶음으로써 가정하려는 노력들과 비교할 때, 전체적인 패턴에 대한 인식이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객관적인 물질적 변화를 정량적으로 포착해 내었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이는 시스템 차원에서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오믹스(omics)기술이 발달했기에 비로소 가능해진 일이다.

가속도가 붙는 오믹스 테크놀로지의 발전, 계속적으로 진화하는 빅 데이터(big data) 분석기술,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가파른 컴퓨터의 처리능력 향상…. 이런 추세라면 한의학에서 정성적으로 인지하고 평가해왔던 복잡다단한 인체의 증후들을 객관적 장비와 컴퓨터 분석을 통해 인체 내 복잡계 네트워크(complex network)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직접 확인하는 것으로써 대체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복방황대편이라는 처방의 작용 원리가 군신좌사의 이론에 부합함을 밝힌 두 번째 연구는 저명한 과학저널(PNAS)에 실린 논문으로 한약이 실제 한의학적 이론에 따라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현재 수준에서 실제 임상현장의 한약처방조합의 원리를 충분히 설명한다고 보기엔 많은 부분 부족하지만, 이제 서서히 단일 표적 약물(single-target drug)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다중표적 약리학(multi-target pharmacology), 네트워크 약리학(network pharmacology) 등에 눈 뜨기 시작한 과학자들에게 한의학에서 오랜 기간 사용되어온 약물들의 잘 짜여진 전술적 조합은 충분히 놀랍고 인상적으로 보일 것이다.

많진 않지만 최근 중국에선 한약처방의 조합을 시스템 생물학, 생물정보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하여 유수의 SCI 저널에 발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천연복합물 연구라는 이유만으로 SCI급 저널에서 인정받기 힘들다고 하던 때가 있었는데, 한열온량의 약성과 육미지황탕의 처방조합 연구가 당당하게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글에서 소개된 방제체학(方劑體學, fangjiomics : 방제학과 체학-omics-의 합성어)은 이러한 연구 방향을 새로운 학문분야로서 명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계속>

김창업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한의사

<알림>
앞으로 당분간 ‘임상한의사를 위한 연구동향’ 기사를 ‘네이쳐 아시아 전통의학 특집기사’로 대신합니다. 번역본 전문은 한의쉼터 논문자료실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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