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개원과 취업, 선택의 기로에 선 젊은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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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개원과 취업, 선택의 기로에 선 젊은 한의사
  • 승인 2018.07.1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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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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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의대를 갓 졸업한 젊은 한의사들은 개원할 것인지 아니면 봉직의로 취업할 것인지의 선택에 당면하게 된다. 민족의학신문 창간 29주년을 맞아 ‘한의원 개원’을 택한 한의사와 ‘봉직의’로 취업을 택한 한의사들을 통해 젊은 한의사들의 개원과 취업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개원 or 취업’ 고민하는 한의사

최근 한의원을 개원했다는 A씨는 “현실적으로 부원장 취업이 쉽지 않았다. 채용하는 곳도 많지 않고, 나오는 자리는 급여와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졸업 후에 부원장으로 6개월 일했고 요양병원에서 2년 정도 있었다”며 “부원장의 급여는 좋지 않았고, 몸도 마음도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쉬다보니 부원장으로 다시 취업할 용기가 나지 않아 요양병원을 택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을 가고 싶어서 다른 직종을 고려해보기도 했지만 내가 가진 능력이나 체력을 고려했을 때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더 쉴 수 있는 재정적인 여유도 없었고, 어차피 언젠가 개원할 예정인데 그냥 일찍 하자는 마음도 있었다. 공부는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이 이상은 임상을 하면서 공부해야 할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한의원 개원을 앞두고 있는 한의사 B씨는 “공보의를 마친 뒤 막연하게 부원장으로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부원장은 개원하기 위해 경험을 쌓는 자리로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부원장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빨리 개원해서 현실에서 부딪혀가며 얻을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많이 고민 했다”고 답했다.

B씨는 “빨리 자리를 잡아 돈도 벌고 싶었고, 부원장이라는 자리는 개원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원장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 보다 바로 개원하는 것이 기회비용적인 측면에서 낫겠다고 판단을 했고, 부족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다른 방식으로도 보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취업을 선택한 한의사 C씨는 개원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스트레스를 언급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개원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 취업을 선택했다”며 “그래도 좋은 자리가 나오면 개원하려고 같이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C씨와 동일하게 취업을 선택한 한의사 D씨도 비슷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의원 시스템을 잘 모르고 임상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한의원에 취업 후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학생 때는 개원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진료와 경영 등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아질 것 같다는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업을 해서 일을 하다 보니 점점 개원이 하고 싶어진다”고 답했다.

 

■지인 및 한의사 커뮤니티 통한 개원 정보수집…비용 및 선택에 대한 압박감 커

이들은 개원 경험이 없어 지인 또는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전 조사를 하기도 했다.

A씨는 “친한 선배가 없어서 먼저 개원한 친구에게 개원에 대해 많이 물어봤고, 개원관련 강의도 들어봤다”며 “더 많이 물어보고 여러 방법으로 알아봤으면 좋았을 것 같아 아쉽다. 강의를 들었는데도 개원할 때 처리해야 할 수많은 자잘한 일들을 누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서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한 “개원비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컸다”며 “온전히 빚으로 시작했고, 인테리어 업자를 잘못 만나서 많은 비용을 낭비했다. 그래서 여유 자금이 많이 없다는 사실이 심리적으로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개원을 위한 빚을 갚는 것도 걱정되고,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잘 버텨줄지 모르겠다는 것이 우려된다”며 “원하지 않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길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고 하고 싶은 일만 해서는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B씨는 “먼저 개원한 동기나 한의사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많이 얻었다”며 “일면식도 없지만 염치불구하고 고학번 선배를 찾아가기도 했고, 성업 중인 한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며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취합해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과정이 쉽지 않지만 결정하는 순간이 가장 어려웠다”며 “‘싸고 적당한 것이냐, 비싸고 좋은 것이냐’의 상황에서 결정이 어려웠다. 개원의 장점은 어느 정도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한의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개원 이후에 판별이 되기 때문에 매순간 쉽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개원을 앞두고 2-3년 이내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걱정된다”며 “한의원 위치부터 직원까지 모두 내가 선택한 것인데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출구전략도 잘 짜둬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나이부터 외모, 성별 따라 제한적인 일자리…봉직의에 전가되는 노동부담

봉직의로 취업을 하려고 해도 업무 강도를 비롯해 면접 자리에서의 불편한 발언 등에 신음키도 했다.

C씨는 “주말·공휴일·야간 진료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봉직의에게 전가된다”며 “최저시급은 오르지만 한의사의 급여는 오르지 않고, 네트계약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급여 시스템 등으로 취업 시장이 많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취업을 준비하던 당시 피부 미용 전문 한의원의 면접에서 ‘피부가 좋지 않고, 체형이 말라보여서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며 “대중에게 이미지를 파는 것이 중요한 미용특화 한의원 특성상 이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면접자의 면전에서 그런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D씨는 한의대를 갓 졸업했던 시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졸업 직후에는 경력이 없는데 구인은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을 원했다”며 “경력이 없으니 급여는 낮고 노동 강도는 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나이가 어리거나 어려보이면 취업에 제한이 있었다”며 “반대로 구인을 하는 원장의 연령대에 따라 부원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나이대가 결정되기 때문에, 30대 중후반 이상이 되면 취업이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최근 추나 치료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추나는 아무래도 체력과 체격이 좋을수록 치료하기 좋아서 구인하는 원장들도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젊은 한의사들은 개원과 취업과정에서 심리적 압박부터 부당한 이유로 인한 차별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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