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유와 한의학, 오해하지 마세요
상태바
자연치유와 한의학, 오해하지 마세요
  • 승인 2017.06.06 0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예진 기자

전예진 기자

hustlejin@http://


 

[민족의학신문=전예진 기자]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자연치유에 의한 치료법이라고 보기엔 아이들의 상태가 심각했고 급기야 아동학대 논란까지 일었다. 6만 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카페의 운영자가 한의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한의협의 대응 끝에 폐쇄조치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김 모 원장은 언론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방송에 출연해서도 자신이 방법이 틀리지 않다고 피력했고, 결국 한의협은 31일 김 모 원장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 일반인들에게 물었다

이 사태를 지켜본 일반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실제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연주의와 한의학에 대해 불신이 생기려한다’는 우려가 인터넷 상에 더러 있었다. 자연주의와 한의학이 하나로 묶여진 이유는 ‘안아키’ 카페의 운영자가 한의사인 탓이다. 하지만 한의학과 자연치유를 동일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답변이 보편적이었다. 

박ㅇㅇ (28세)
한의학이 자연치유와 동일하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의학에 대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름의 체계와 질서를 가지고 지금까지 발전해온 학문이고, 임상적으로 치료효과가 있다. 개인적으로 인대가 늘어났을 때 물리치료보다 침 맞는 게 효과가 좋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침이나 쑥뜸 부항을 동원하여 혈액순환을 돕는 등의 방법으로 자연치유를 돕는 역할도 있으나, 모든 것을 자연치유로 해결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은 한의학과는 다르다고 본다. 한의학은 한의학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학 입장에서는 안아키 같은 ‘일부 극단주의자’ 때문에 전체가 싸잡아서 욕먹는 것 같다. 
 

하ㅇㅇ (39세)
현대의학의 발전의 역효과로 일반인이 자기 몸에 대한 지식이 없어졌다. 전문분야가 되고 수치에 의한 진단이 일어나니 알 도리 없는 일반인들은 자기 몸을 병원치료에 위임하게 됐다. 그런데 의사들이 일반인이 알아듣기 힘든 설명과 치료과정으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 환자들이 의사를 불신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영리추구가 더해지면서 과한 처방과 진료가 이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처방에 관심이 쏠린 것 같다. 한의학은 자연치유나 몸의 체질, 기 순환 등을 다루기에 현대의학의 대체제가 됐다고 본다. 일반인들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의료지식을 알아야 한다고 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방법을 택하면 좋겠다. 


박ㅇㅇ (51세)
‘안아키’ 카페의 경우, 전반적으로는 통계를 무시하는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창하는 사람 스스로 통계를 잘 모르니 몇 몇 극값의 케이스를 갖고 일반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혹했다고 본다. 유혹 당하는 이유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과학에 대한 무지 또는 사고력 빈곤이다.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나름의 통계에 따른 과학적 체계를 가지고 발전해온 하나의 과학이니까, 그저 느낌에 따른 ‘안아키’와는 다르다. 문제는 한의사들 중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시던 분들이다. 결국 그런 분들이 이런 문제를 일으켰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건 양의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개인의' 문제다. 

이처럼 일반인들은 한의학이 나름의 체계와 질서, 통계를 보유한 채로 발전해온 학문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자연치유와는 다르고, 이번 ‘안아키’ 사태 또한 한의학과는 별개로 일부 ‘이단아’ 같은 한의사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 김 원장의 ‘자연치유’ vs 한의학의 ‘자연치유’

‘안아키’ 카페에서는 아이에게 고열 증상이 나타나도 함부로 열을 떨어뜨리거나 해열제를 먹이지 말라고 알려줬다. 이를 두고 A 한의사는 “김 모 원장이 주장하는 자연치유는 원리부터가 잘못 되어있고 기본적으로 의료행위라고 할 수 없는 얘기”라며 “열이 나는 이유는 바이러스 활동을 억제하기 위함인데, 열을 떨어뜨리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 2차적인 문제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열이 나면 탈수로 이어지고 소아나 노인의 경우 자칫하면 중이염에서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1차적인 것만 알고 2차적인 문제를 모른다는 것은 의료인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 모 원장이 주장한 자연치유와 한의학에서 말하는 자연치유는 무엇이 다를까? A 한의사는 “김 원장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방어 작용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고, 한의학에서 말하는 ‘자연치유’는 천연물을 통해 ‘개입’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한방에서는 마황이나 계피를 사용해 열을 내고 땀을 내어 치료를 하기 때문에 김 원장이 ‘내버려두라’고 하는 것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안타깝다고 말하던 A 한의사는 “김 모 원장이 앞으로 그런 활동을 절대 못하도록 협회 차원에서 중징계를 내려야 하고 한의사 면허를 박탈시켰으면 좋겠다”며 “이제 한의학의 정체성은 ‘전통의학’ 대 ‘현대의학’ 구도로 가기 보다는 ‘자연의학’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만성질환이라는 것 자체가 자연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생긴 것이고 앞으로 생겨날 신종 만성질환 또한 합성물보다는 인간에게 익숙한 자연물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며 “애초에 한의학이 ‘자연물’ 혹은 ‘자연의학’에 포커스를 맞춰왔다면 ‘안아키’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사람들이 왜 김 모 원장의 ‘자연치유’에 현혹될 수밖에 없었는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들여다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