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소아과 전문의 및 전문가 3인이 본 안아키 사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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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소아과 전문의 및 전문가 3인이 본 안아키 사태는?
  • 승인 2017.06.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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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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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 사태 착잡하고 안타까워…자연주의, 약 안 쓰고 키우는 무책임과는 다르다”

 

한의학적 소아치료, 질병 이겨내는 힘을 길러 줄 수 있는 것
재발 방지위해 ‘한의표준진료지침’ 마련해야…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안아키 사태를 지켜본 한의사들은 착잡하고 안타깝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소아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한방소아과 전문의 및 전문가 3인에게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왼쪽부터)백정한, 이훈, 황만기

▶안아키 사태를 바라보는 심경은 어떤가.

백정한(한방소아과학회장): 지난달 26일 대한한방소아과학회의 보도자료에서도 밝힌바 있지만 의학적 관점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를 ‘자연치유’, ‘자연 면연력 강화’라는 미명아래 영유아에게 시행하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키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아동학대’다. 대한한방소아과학회는 ‘안아키’ 카페에서 주장하는 상기 건강관리방법이나 치료방법은 한 개인의 근거 없는 주장일 뿐, 현대 한의학과는 관련성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히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린다.
 

이 훈(오성당한의원):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 편승해 한 사람의 질병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여러 부모들에게 잘못된 신념을 심어주고 현혹 시킨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검증이 없는 치료나 신념이 그 사람을 믿고 따랐던 부모의 아이들 건강을 어떻게 위협 했는지 방증하는 사건이고, 전체 한의학계에도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황만기(서초 아이누리한의원): 착잡하다. 이번 사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슈가 뒤섞여 있는 상황이라서 개별 이슈에 따른 정밀한 전문가적 분석이 필요하다.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안아키 사태의 상황적 배경이자 사회적 원인은, 다름 아닌 약물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공포라고 할 수 있겠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항생제 사용량은 1000명당 31.7명으로 12개국 평균치(23.7명)보다 35%나 많았다. 또한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팀은 한국의 영유아 항생제 처방 건수가 1인당 3.41건으로 가장 적은 노르웨이(0.45)의 7.6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항생제에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이른바 수퍼박테리아 감염 건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말미암아 수퍼박테리아 출현 및 면역력 저하 그리고 성장부진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불안한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 바로 이번 안아키와 같은 ‘과도하고 극단적인 자연주의’ 세력의 발흥이다. 
 

▶약을 안 쓰고 아이를 키운다는 취지는 좋지만 한의학이 갖는 이미지까지 타격을 받는다. 그로 인해 국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을텐데….

백정한: 카페 운영자가 단지 한의사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카페 치료법이 한의학적 근거가 있다고 맹신하는 회원의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항생제의 복용과 과도한 백신, 예방접종이 내성을 길러 아이들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주장하며 약을 사용하는 대신에 그들 나름의 자연적인 치료법을 공유해왔다고 한다. 한의협과 한의학회에서는 “안아키 카페는 약물의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을 넘어, 의학상식에 근거한 일반적인 치료법까지 부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논리는 현대 한의학적 근거 및 상식과는 맞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의사라면 누구나 인체는 소우주(小宇宙)이며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야한다는 명제를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아이가 약을 먹지 않아도 건강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치료를 받아야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요법만을 맹신한다면 이는 무지의 차원을 넘어 죄악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우리가 흔히 민간요법이라고 하는 내용 중에는 의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 국민들이 민간요법과 한의학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의학은 이러한 민간요법 중에서도 한의학적 이론의 검증과 오랜 역사가 동반된 임상 경험에 근거한 효과 뿐 만 아니라 부작용이 최소화된 임상시험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훈: 한의학 특히 한방소아과는 자연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자연주의란 무작정 약을 쓰지 않고 키우는 무책임과는 다르다. 질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균과 우리 몸의 면역력과의 균형이 깨지면서 생기게 된다고 할 수 있는데, 병원균의 세력이 강할 때는 이를 약화시켜야 하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는 이를 높여주는 치료도 필요하다. 한의학이 주로 몸의 면역력을 높여 병원균을 물리치려는 ‘부정거사(扶正祛邪)’의 치료 원칙을 강조하기 때문에 양약을 무조건 쓰지 않도록 한다고 오해받고 있지만, 남용되는 양약으로 인해 면역력을 해치는 경우를 경고하고 단순히 증상만을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표치(表治)로 인해 병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한의학은 몸의 회복력을 길러 질병을 이기는 근치(根治)를 중요하기 때문에 맹목적 자연주의와는 다르다.
 

황만기: 기존의 한의학 교과서나 한의학 논문 그리고 한의학 문헌들 그 어디에서도, 이러한 ‘과도하고 극단적인 자연주의’를 뒷받침하거나 옹호한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를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의학적 표준과 통계적 근거 및 보건학적 상식과 보편적 전문성에 입각한 ‘합리적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많은 한의사들이 오래전부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왔는데, 결국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크게 불거지게 되어, 많은 국민들에게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합리적 자연주의’는 ‘보편성’과 ‘객관성’ 그리고 ‘과학성’과 ‘건전한 상식’에 기반하고 있다. ‘합리적 자연주의’는 기기묘묘함이나 신비주의 및 위험하거나 과도한 불편 감수를, 매우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의원에 화상이나 수두 등의 소아 환자가 내원하면 어떤 진료가 진행되나

이 훈: 수두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종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주 원인으로 대상 포진을 일으키는 원인균과 같다. 치료하지 않으면 발진 부위 2차적인 세균감염 등 합병증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잠복해 우리 몸이 허약한 틈을 타서 대상포진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발열과 함께 피부발진, 통증으로 인해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에 풍열(風熱)을 치료하기 위한 한약처방을 하고, 가렵고 물집이 잡히는 피부발진이 나타날 때는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는 경우 딱지(가피)가 앉을 때까지 가지 않도록 교육한다.

화상 소아환자가 한의원에 바로 내원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화상을 입었다면 먼저 흐르는 찬물에 거즈나 얇고 깨끗한 수건을 대고 흐르는 물에 20분 정도 부위를 식혀야 한다. 이때 수압이 너무 세면 물집이 찌부러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얼음을 화상부위에 직접 대지 않도록 한다. 또 응급처치를 빠르게 하려고 옷을 성급하게 벗기려 하지 말고 탈의하지 않은 채 찬물에 부위를 식힌 다음 벗기도록 한다. 화상으로 생긴 물집은 일부러 터뜨리지 말고 거즈로 감싼 뒤 병원에 내원하도록 한다.

황만기: 수두(水痘)는 한의학에서 수화(水花) 또는 수포(水疱)라고 불리우는 소아기의 급성 전염병으로서, 전통적인 병인 개념으로 설명하면 바깥으로는 풍열시사(風熱時邪)에 노출되고 안쪽으로는 습탁(濕濁)이 울체(鬱滯)되어 발생되는 것이다. 장상학설에 입각하여 설명하면, 주로 폐(肺)와 비(脾)와 관련되어 있다. 크게 풍열협습(風熱挾濕)과 내열치성(內熱熾盛)로 변증되며, 각각 소풍청열삼습(疏風淸熱渗濕)과 청열해독삼습(淸熱解毒渗濕)의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 지침인데, 가감은교산(加減銀翹散)이나 삼해산(三解散) 등을 투약하여 치료한다.

‘인터넷 통한 정보 개인건강 및 사회적 문제야기’ 공신력 있는 기관 통해 확인 必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주장 신뢰하지 말아야…

▶자연치료 등이 아닌 한의학이 갖는 소아 치료의 강점은 무엇인가
백정한: 극단적인 자연주의 요법이 아닌 양자십법(養子十法) 등의 자연에 순응하게 하는 방법을 통해 소아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 또한 소아의 생리 병리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한의학의 가장 큰 목표인 대증치료가 아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질병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 줄 수 있다. 증상을 억제시키는 방법이 아닌 근본적으로 질병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

이 훈: 아이의 면역력을 높여 질병을 스스로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장기는 아직 미숙하고, 면역력은 약하기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는 보호해 줘야 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병이 있을 때 홀로 이겨내라고 하는 자연치료는 치료가 아닌 방치이므로 비교대상이 아니다. 아이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한약 대부분은 주위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로 예전부터 음식으로 섭취해 왔던 안전한 것임에도, 자연치료를 주장하는 분들을 진료할 때는 이 조차도 약이라고 생각해 복용시키길 거부하는 경우를 많이 접해 왔다. 한의학적인 치료는 아이들에게 면역력을 높여야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복용하여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황만기: 특정한 질병(Disease) 자체만을 바라보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Disease)을 허락하고 있는 아이의 근본적인 허약함이나 면역학적 불균형에 보다 많은 포커스를 맞춰서 치료에 임한다는 것이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소아과 치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병(未病) 상태(건강한 상태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질병 상태도 아닌 어중간한 신체 상태), 즉 아직까지는 질병이라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방심하면 언제든지 질병 단계로 이행될 수 있는 불안한 상태에 개입해, 질병으로 이행될 가능성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는 한약 처방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 역시,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한의학이 갖는 소아 치료에 있어서의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치료 등의 커뮤니티 등이 많다 국민들이 올바른 정보를 접하기 위해 제언할 점이 있다면.
백정한: 병은 한 가지인데 치료약은 백가지다. 특히나 난치병 불치병인 경우 그 치료 방법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고 한다.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전문가가 독점하던 지식과 정보의 비대칭성의 카르텔이 깨졌다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 잘못된 정보의 경우 인터넷의 속성 상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이 따른다. 특히 의료분야에서 그 정보가 잘못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한의협이나 한의학회 등 책임과 공신력을 가진 기관의 정보를 확인해 볼 것을 권한다.

이 훈: 한쪽 이야기만 듣게 되면 그 쪽 의견에 맹신하게 되고, 다른 쪽 이야기를 무조건 반대하거나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치료의 취지는 좋지만 의학적 지식과 경험이 불충분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아이의 건강을 위협하는 때가 오면 잘못된 대처로 인해, 질병으로 고통 받는 시간이 늘어나거나 심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받게 된다. 끊임없이 치료에 대해 의심해 보고 확인하는 것은 좋은 자세다. 그러나 듣고 싶거나 믿고 싶은 한쪽 편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오랫동안 연구해 오고 치료한 경험이 있는 쪽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 진정하게 우리 아이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열린 마음으로 정보를 다양하게 접하셨으면 한다.

황만기: 판사는 결국 판결문으로 말하고, 의료인은 결국 논문으로 말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끊임없이 쏟아지는 의학 정보는, 전문가인 의료인들에게 있어서도 늘 오르기가 너무나 벅찬 산과도 같기 때문에, 사실 일반 국민들이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만일 한의학 분야에서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성을 가진 분이 계시다면,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등과 같이 국가(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등에서 신뢰성 높은 정보 검색을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한 현대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너무 일방적이거나 독단적인 주장은, 일단 신뢰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

▶향후 비슷한 사례를 막기 위해 한의계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가
백정한: 현재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지금껏 한의학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든 임상행위에 대한 검증이 철저히 이루어 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질병과 건강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정확하고 올바른 의학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질병 치료에 대한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동의하고 안정적이면서 효과적인 한의 표준 진료 지침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 한의사들이 따를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의 효과에 대해 검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를 지원하고, 국민 전체에도 효과가 입증된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도록 한다.

황만기: 올바른 시민 건강 교육에 한의계가 적극 참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대한의학의 발전된 면모를 시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민간요법 수준으로 폄훼되거나 오해받고 있는 한의학의 실제적 과학성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특히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온라인상으로 유포되고 있는 한의학에 대한 가짜 뉴스(Fake News)를 철저히 근절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업의(임상의)들에 대해 의료법학?의료윤리학?의학교육학 분야의 실제적 재교육이 더욱 강화?확대되어야 하고, 거시적 차원에서 사회공동체 전체의 건강 증진에 보다 더 많이 한의계가 기여하기 위해 사회의학(의료사회학) 분야에 대한 관심 제고 역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정리=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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