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담론을 소비한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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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담론을 소비한다②
  • 승인 2017.05.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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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범

정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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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정희범 원장의 ‘한약인프라 토론회’ 후기
한의사

저는 이번 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한 사람으로 그 자리에 갔습니다. 일단 이런 조제 공정 표준화와 이로 인한 한약 생산공정의 발전은 일반 한의원이 도모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익이 우선일 가능성이 높은 사설 원외탕전실에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로컬 한의원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한의계 사업구조 때문에, 한약의 생산-품질관리 부분은 시대의 흐름을 못 따라간 체 오랜기간 방치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약의 안전하다는 이미지는 시장에서 계속 도전 받아왔고, 조제 관련하여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약의 안전하다는 이미지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한약이 안전성에 대해서 계속 악재는 누적되는데, 해소 방안은 안 나오는 현실. 여기서 300억을 정부로부터 투자받아 시작하는 한의계 공공인프라 구축 사업은 하나의 해결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자연스레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이날 자리에 가서 사업을 진행하시는 분의 욕심과 의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논란이 많을 이 사업에서 한의사들을 설득하고, 설명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이번 사업의 중요한 단계로 보였습니다. 어떤 비전과 미션을 가지고 한의사들을 희망으로 밀어붙이실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답변이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사업진행을 도와줘야 하는 분을 외부에서 섭외해야 되지 않을까?' 이번 4시간에 가까운 토론을 바라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부산대는 앞서 80억이 투입된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 사업을 진행한 이력이 있습니다. 원래의 목표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가요? 이번에 주어진 100억도 출발로는 큰 돈이지만, 성공을 담보하기엔 작은 돈일 것 입니다.  

이번 토론회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한약의 조제가 점점 개인 한의사의 손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더 확실히 알게 된 자리이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병원의 수익을 바탕으로 원외탕전사업을 하고 있는 곳, 하겠다는 곳. 단체를 만들어서 사업을 하고 있는 곳, 하겠다는 곳. 영합된 자본형태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민간이든, 공공기관이든 앞으로 원외탕전 사업은 규모를 이룬 누군가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입니다. 그런 영합에 자리하지 못한 저와 같은 한의사들은 앞으로 어디에 표를 몰아줘야, 나에게 가장 큰 이득이 돌아올지 고민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공공사업을 한다는 부산대 사업에 신뢰의 한 표를 던지려고 하였지만, 부산대의 사업 진행력에 의구심만 남은 채로 돌아왔습니다. 

소비자는 담론을 소비합니다. 

‘건강하고, 뭔가 도움이 될 것 같고, 먹어도 부작용은 없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뭔가 내 가족의 건강이 흔들려 보인다면’ 그 정답 중심에 다시 한약이 설 수 있도록, 이번 토론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잘 보충하여, 부산대 한약표준조제센터가 한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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