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발가락 괴사’ 침 치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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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발가락 괴사’ 침 치료 때문?
  • 승인 2014.03.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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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희 기자

홍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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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한의사 피소돼 1심서 무죄, 2심서 원심 파기 500만원 벌금형

“개인사 아닌 한의계 전체 문제”…동료 한의사들 앞다퉈 대법원에 탄원서
 

한의계가 때아닌 탄원서 작성으로 시끌시끌하다.
한 한의사의 ‘의료사고 소송’이 원인이다. 23일 열린 대한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거론이 됐다.
지난 연말 여러 매체에서 ‘침으로 당뇨병 환자 치료 중 발가락 괴사, 한의사 벌금 500만원’의 제목으로 단순한 한의사의 의료실수로 보이는 보도를 한 내용이다.

한의사의 ‘침 시술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발가락 괴사가 일어났다고 보이는 이 보도가 왜 문제된 걸까. 그리고 한의사들은 왜 탄원서를 쓰고 있는 걸까.

지난 연말 이 소송에 대해 여러 매체들이 보도한 내용은 이렇다.

소송의 피고인 한의사 김모 원장은 2008년 2월 10년째 당뇨병 치료를 받다가 다리가 저려 한의원을 찾은 장모 씨(당시 60세)에게 침, 사혈, 부항 치료를 했다. 장 씨는 “시술 후 심한 통증을 호소했으나 ‘꾸준히 치료받으면 나아질 것’이라며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김 원장에게서 석달 동안 16차례 시술을 받은 장 씨는 이후 서울대병원 등에서 세균 감염으로 왼쪽 엄지발가락의 괴사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고 결국 발가락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에 장 씨는 김 원장을 경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2010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김 원장을 입건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판사 이인규) 재판부는 무죄라고 김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인 서울중앙지법(재판장 전주혜, 판사 한성진 박진웅)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김 원장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이제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1심에서 무죄로 판결난 소송이 어떤 이유로 2심에서 벌금형으로 바뀐 것일까.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진료 목적이 당뇨병 치료가 아니라 피해자의 발 저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당뇨족으로 인한 발 괴사의 가능성에 유의하여 침, 사혈 등 한방시술로 인한 세균 감염의 위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경우 전문병원으로 전원시켜 전문의로 하여금 치료하게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왼쪽 발 괴사 등의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이 충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한의사의 시술행위가 환자의 발가락 괴사를 촉진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 벌금형을 내렸다. 하지만 한의사의 시술행위가 발가락 괴사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김 원장은 주장하고 있다. 이 판결은 수술을 담당한 양의사의 소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김 원장은 “2심 재판부가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며, “이 소송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한의계의 문제로 확산됐다”고 호소했다. 1차적으로 혈당검사, 증거 무시 등 잘못된 법리적용으로 유죄판결이 됐다는 얘기다. 이 소식을 한의사 내부 커뮤니티를 통해 들은 동료 한의사들이 발벗고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건 당사자인 김 원장은 “1심에서 무죄가 나왔고, 제 개인 과실 쪽으로만 무게가 실려서 공개적으로 알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1심 판결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뒤집으면서 이 사건을 한의사 전체의 문제로 만들었기에 이렇게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2심에서 제 진술은 쏙 빼고 환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뽑아서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어렵게 된 또 다른 이유로 피고인 김 원장은 “고소인의 재력 등이 대단해, 여러 곳에 고소인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 같아 더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한의사 A씨는 “이 재판에서 패소하면 앞으로 한의사는 당뇨 환자 오면 다 돌려보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한의사 B씨는 “이 판결이 한의사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당뇨 환자가 조금이라도 침 시술 후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한의사의 잘못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법원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대법원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호소했다.

한의계는 “가장 중요한 게 법리해석이고 증거 다툼이지만 판례를 무시 못한다”며, “이 사건처럼 한번 우연치 않은 예상 못한 치료과정에서 악화된 걸로 유죄가 인정되면 다음 유사 사건 발생 했을 때 역시 유죄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심 판결문을 읽어봤다는 법리 해석에 밝은 C한의사는 “이번 판결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에게 당뇨병으로 인해 발이 괴사될 수 있고 발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는 양의사가 당연히 알려줬어야 되는 것이고, 당뇨병 환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 발 관리를 열심히 했어야 하며, 이상이 발견되면 당뇨병을 진료하는 양의사에게 알렸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사는 당연히 이럴 거라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환자의 호소 증상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의학적으로 발 괴사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증거가 명확히 없는데 이게 왜 한의사 책임이라고 하는 거냐”고 2심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C한의사는 또 “‘의사가 진찰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2심에서의 법리는 당뇨병을 진료한 양의사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맞을 것 같다”며 “이 사건은 당뇨병의 합병증과 발 관리에 대해 주의사항을 알려주지 않았던 양의사 또는 양의사에게 주의사항을 들은 뒤에도 본인의 발관리를 소홀이 했던 당뇨병 환자의 책임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의협 노용균 법제이사는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상고이유서를 충실히 작성했고, 억울한 점이라든가 불합리한 점들을 충실히 기술했기에 조심스레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노 이사는 “협회에서도 요청 사항 등 당연히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판결을 앞두고 한의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그리고 한의계의 눈들이 서초동으로 향해 있다. 한의계의 ‘운신의 폭’을 결정할 대법원의 판결에 다시금 한의계가 주목하고 있다.

홍창희 기자 chhong@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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