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15] 新纂辟瘟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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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15] 新纂辟瘟方
  • 승인 2009.05.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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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疫病의 到來

오는 2013년은 우리 민족의학의 寶典으로 받들어지는 『동의보감』이 간행된 지 4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할 또 하나의 사실은 같은 해, 『新纂辟瘟方』과 『辟疫神方』 같은 방역전문서가 간행되었다는 것이다. 전자는 1613년 2월에 내의원에서 간행된 것이고 후자는 그해 12월에 펴낸 것이니 역사적인 『동의보감』의 간행을 앞뒤로 두 종의 방역서를 별도로 펴낸 것은 예상치 않은 전염병이 유행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을 펴낸 시기가 가까워서인지 『동의보감』의 서지형태와 매우 닮아 있다. 우선 月沙 李廷龜(1564~1635)의 서문과 목록이 붙어 있고 ‘御醫忠勤貞亮扈聖功臣 崇祿大夫陽平君 許浚奉敎撰’이라는 저자표기가 본문 첫머리 제목 아래 명기되어 있다. 물론 전문의 내용은 『동의보감』의 온역문에서 긴요한 내용만을 간추려 개편했을 것이다. 게다가 권말에 표기된 간행처도 ‘內醫院奉敎開刊’으로 되어 있고 監校官도 李希憲과 尹知微 두 사람의 이름이 올라 있어 『동의보감』과 한가지다.

서문의 내용을 대략 살펴보니 1612년 關北(함경도)의 6鎭 지역으로부터 시작된 역병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점차 치열해져 죽은 사람이 1000여명을 헤아렸고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이듬해 봄까지 조선 8도에 전염되지 않은 곳이 없게 되었다. 이에 왕명으로 중종 때 펴낸 『簡易辟瘟方』 수 백부를 인출하여 각도에 배포하는 한편 經筵 중에 다시 특명을 내려 여러 대신들과 內局(내의원)의 경험 많고 노련한 의원들로 하여금 효과 좋은 처방을 가려 뽑게 하고 양평군 허준에게 撰定하라 하였다. 책이 다 완성되자 臣(이정귀)에게 그간의 지내온 일을 卷面에 간략하게 적도록 하셨다고 밝혀놓았다.

전반부에는 8편의 짧은 논설이 붙어있는데, 火運之歲多疫癘, 運氣之變成疫, 四時失節亦爲疫, 疫雜鬼厲, 瘟疫各有所因, 瘟病有溫有熱, 瘟疫脈, 瘟疫形證이다. 이어 온역치법에서는 葛根解肌湯 등 8개의 치방이 제시되어 있고, 瘟疫表證宜汗에는 九味羌活湯 등 7개의 치방과 단방 3종이 수록되어 있다. 瘟疫半表半裏證宜和解에는 小柴胡湯 등 4개 처방, 그리고 瘟疫裏證宜下에서는 茵蔯丸 등 4개 처방과 단방 10종이 수재되어 있다.

이어 瘟疫發黃과 瘟疫通治, 大頭瘟, 瘴疫 등으로 구분하여 변증론치에 의한 치법치방을 제시해 놓았다. 또 후반부에는 瘟疫禳法, 瘟疫辟法, 不傳染法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이것은 전염병의 유행에 대처해 기도요법, 초기단계의 예방요법, 전염에 대비한 복약과 의복의 훈증을 통한 소독법 등의 조처사항에 관한 것이다. 소박하나마 전염병의 규율을 잘 이해하고 있었고 방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방법 중에 하나는 매우 간단한 것도 있는데, 赤小豆(팥)를 이용한 것이다. 정월 초하루에 베주머니에 싸서 우물 안에 걸어놓고 3일 뒤에 꺼내 온가족이 먹는데, 동짓날에는 죽을 끓여 먹으면 좋다고 했다. 민간의 속설에 따른 것이지만 민족 전승의 오래된 풍습이 怪疾을 피해보려는 의료풍속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끝으로 침법과 不治證, 禁忌가 수록되어 있는데, 간략하나마 온역의 유행에 대비해 의학적인 필수 대처법을 요약해 놓았다. 그러나 역병은 올 때마다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그 해 연말 다시 『벽역신방』을 펴내야 했다. 중종조 이래 이미 『간이벽온방』, 『속벽온방』, 『분문온역이해방』등이 나온 뒤끝이었고 이 책이 나온 이후에도 곧이어 『벽역신방』, 『벽온신방』 등이 간행되었으니 전염병과의 끈질긴 싸움이 그치지 않고 이어져왔음을 볼 수 있다.

해마다 조류독감으로 인류를 괴롭히던 바이러스가 이번엔 돼지를 공략해 사람과 가축을 위협하는 모양이다. 1918년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의 정체는 조류독감이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는 기상이변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며, 닥쳐올 미래가 생태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 책에서는 운기의 변화와 사계절의 규율성이 무너져 역병이 된다고 전제하였다. 올봄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더위와 추위가 반복되는 유난히 변덕스런 날씨가 혹독한 역병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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